2019년음악 올해의음악

카코포니

몽환적 건반 사운드 위로 세븐스 코드를 적당히 늘어놓고 사뿐사뿐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넘쳐난다. 시티팝은 도시의 노란 창처럼 흔하다. 정경화, 선우정아, 이상은, 김윤아, 임현정, 피오나 애플….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가 11월에 낸 앨범 <夢(Dream)>을 들으며 개성 있는 여성 가수들의 모습이 환상처럼 스쳐갔다. 진보적 전자음을 대폭 수용하면서도 뾰족한 선율의 힘, 다채로운 음색, 단단한 절창이 꿈틀대며 짜릿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요즘 보기 드문 가수다. 때로 퇴폐적이고 비극적이며 뒤틀려 아름답다. ‘이 우주는 당신’은 ‘Space Oddity’의 러브 송 버전이다.

 

2019년음악 올해의음악

이날치

2017년이 씽씽이라면 2019년은 이날치다. 씽씽의 음악적 뇌였던 장영규 감독. 어어부 프로젝트부터 비빙까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곡성>까지 다양한 필드를 휘저은 그가 내놓은 새 프로젝트. 이번엔 드럼 1명, 베이스기타 2명, 소리꾼 5명. 듣도 보도 못한 편제로 판소리 <수궁가>의 눈 대목을 풀어낸다. 어떨 땐 코미디로, 어떨 땐 호러로. ‘별주부가 울며 여쫘오되!’를 랩처럼 연호하는 5명의 젊은 소리꾼은 토끼와 자라를 오가며 힙스터 해학을 질펀하게 푼다. 두 대의 베이스가 이펙터를 이용해 서로 다른 음색으로 분업하며 만들어내는 그루브 역시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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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둥

기타 한 대와 목소리 하나만으로, 저마다 휴대폰을 손에 쥔 수백 명의 관객을 오롯이 집중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일이 가능한 가수는 급속히 멸종 중이다. 버둥의 ‘이유’를 들으며 잠시 초고속 스마트 세상을 잊었다. 사방이 온통 멈추더니 천천히 움직였다. 1980년대 어디에서 날아온 듯 조금은 촌스럽고 직설적인 노래. 때로 박인희처럼, 때로 니나 시몬처럼 노래하는 버둥은 포크, 블루스, 재즈 같은 먼지 쌓인 것들을 다락방에서 가져와 지금 여기에 부려놓는다. 노래가 수천 년간 사람을 매혹한 원래의 그 방법을 잊지 말라고 노래한다. writer 임희윤(<동아일보>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