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윈도우00(Window00), 프린트 스커트 버버리 바이 2000아카이브(Burberry by 2000.Archives), 액세서리 모두 드바스크(Debassqq)와 우잉(Wooing),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현진) 레드 재킷 라이풀 미니멀 가먼츠(Liful Minimal Garments), 화이트 셔츠 안초비(Anchovi), 레드 팬츠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신발 닥터마틴(Dr. Martens),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수) 니트 베스트 아워 레거시(Our Legacy), 화이트 스트링 후디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레드 팬츠 와이즈 바이 요지 야마모토(Y’s by Yohji Yamamoto), 신발 닥터마틴(Dr. Martens), 이어 커프 이에르 로르(Hyeres Lor).

얼마 전 새 앨범 <비적응>을 발매했다. 소윤 새소년의 두 번째 EP로 타이틀 곡 ‘심야행’을 비롯해 ‘비적응’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는 7곡을 담았다. 지난해 10월 싱글 앨범으로 공개한 ‘집에’도 2번 트랙에 있다. ‘집에’는 2017년 <여름깃>을 발매한 직후부터 내가 느낀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하던 중 나온 곡이다. 당시 <비적응>에 수록한 곡의 80% 정도를 써놓은 상태였는데, ‘집에’를 먼저 발표하고 나서야 이번 앨범에서 다뤄야 할 것이 명확해졌다. 여러 곡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단어에 대해 다 같이 생각을 나누다가 사회가 부여한 가치에 무비판적으로 적응하지 않는 ‘비적응’을 떠올리게 됐다.

유수와 현진이 새소년 멤버로 합류한 이후 첫 앨범이다. 전작 <여름깃>과 <비적응>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 소윤 두 사람이 합류하며 당연히 바뀌는 부분이 있겠지만 총체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새소년이 가지고 있던 서사나 정서, 큰 주제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셋이 협업해 두 번째 EP를 내며 여러 방면에서 더욱 농익은 것 같다. 유수 우리가 지지고 볶으며 함께한 시간이 음악에 녹아들었다고 느낀다. 현진 ‘새소년스럽게 만들자’고 마음먹기보다는 우리 각자가 추구하는 것을 계속 맞춰가며 더 좋은 곡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새소년스럽다’고 받아들이는 듯하다.

앨범 전체적으로 소윤이 작사와 작곡을 했다. 가사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소윤 무언가에서 영감을 얻기보다는 꾸준히 다양하고 새로운 언어를 섭취하려고 한다. 한정된 표현만으로 좋은 작사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거나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고 인터넷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평범한 언어도 많이 찾아본다.

<비적응>을 만들며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나? 현진 내가 혼자 음악 할 때와 달리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하나하나 찾아보며 녹음했다. 소윤, 유수 형과 협업하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배울 수 있었다. 소윤 음악을 만들 때 첫 번째 기준은 나 자신이다. 일단 나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을 때 좋아야 하니까 궁극적으로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편인데, 이를 위해선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새로운 새소년의 첫 앨범을 위해 두 사람이 에너지를 내줘 고맙고 나도 무언가에 열중하는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까지 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 유수 이제는 ‘이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긴 듯하다. 한편으론 각자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현진이 말했듯이 나 또한 새소년으로서 함께하는 방식이 새롭고, 소윤은 나와 현진의 것들을 수렴하는 동시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도 해야 한다. 각자의 방식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서로 주고받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비적응>에 서사적인 흐름이 있다고 들었다. 소윤 사실 설명하더라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테고, 우리 또한 그러길 바란다.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서사는 1번 트랙 ‘심야행’부터 4번 트랙 ‘눈’까지가 1부고 그다음 2부에 해당하는 연작 ‘엉’, ‘덩’, ‘이’가 이어진다. 초반에는 ‘나’의 감성을 다룬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라는 표현이 많아지고, 시선도 관찰자 입장으로 바뀐다.

첫 곡인 ‘심야행’은 비적응의 어느 단계라고 볼 수 있나? 소윤 원래 ‘심야행’은 1번 트랙이 아니었다. 그런데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리가 맞는 것 같더라. <비적응>의 포문을 열어줄 수 있는 유일한 곡이라고 느꼈다. ‘어디쯤 왔을까, 우리의 밤은 여길까. 나는 가끔 정말 모든 게 무서워’라는 표현이 가사에 있다.

‘심야행’의 아웃트로 연주가 인상적이다. 유수 기승전결의 흐름상 곡의 마지막에 해당하지만 그렇다고 다 보여주는 느낌은 아니다. 나름의 절제 속에서 연주가 진행된다. 소윤 ‘심야행’을 만들 때 끝에 확 터지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곡의 기본 전제는 계속 달리는 기차다. 그러니 아웃트로 연주를 통해 탈선하거나 무언가 기차에서 내리지 않아야 했다. 기차를 탄상태로 어디론가 날아가는 거다. 이를 유수 오빠가 드럼연주로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현진 오빠의 베이스 기타 라인도 참 좋다. 현진 나 또한 ‘심야행’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절제하며 연주했다.

‘심야행’ 이후 ‘집에’를 지나면 3번 트랙 ‘이방인’이 있다. 이 곡의 보컬 녹음 과정이 특별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땠나? 소윤 아주 많은 실험을 하며 작업했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실제로 곡을 쓴 집 안에서 녹음했고, 마이크도 차음하기보다는 많은 소리를 빨아들이는 제품을 사용했다. ‘이방인’에서 내고 싶은 소리가 분명했는데, ‘방’의 공간감이 느껴지고 내 목소리가 이곳과 온전히 하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녹음할 때 불을 꺼보고, 창문도 열어보고, 소파에 앉아 불러보는 등 별짓 다 했다. 결과적으로는 바닥에 누워서부른 걸 채택했다. 이 곡을 함께 만든 뮤지션 조월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어쩐지 발음이 조금 이상했다”라고 하더라.(웃음)

한편 4번 트랙 ‘눈’은 다른 곡과 달리 주제가 사랑이다. 소윤 ‘눈’은 지금의 두 멤버를 만나기 전인 재작년 12월쯤 만든 곡으로 당시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가사 첫 줄부터 ‘사랑’이라는 단어가 노골적으로 나오는데, 내게는 그 주제를 음악 안에 본격적으로 꺼내놓는 작업이었다. 내 방식대로 이런 표현을 다룬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 <비적응>에 수록했다. 편곡할 때도 가공을 많이 하지 않고 그때 쓴 가사와 멜로디를 그대로 가져와 보완을 거쳐 완성했다.

‘눈’에 이어 ‘엉’, ‘덩’, ‘이’가 차례로 등장한다. 연작의 제목에 ‘엉덩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인가? 현진 세 곡 중 가장 먼저 ‘덩’을 완성했다. 가사 중 ‘덩실덩실’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있어 ‘덩’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후 ‘엉’을 만들었는데, 가사를 보면 엉엉 울고 있다. 그러고 나니 왠지 ‘이’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고, 결국 ‘엉덩이’가 됐다. 소윤 곡마다 그렇게 이름 지어야 했던 이유가 있고 나름의 기조를 따라 작사했다. 먼저 ‘엉’은 울고 있는 타인에게 위로를 건네면서도 정작 마음속에는 아무 감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사람이 항상 따뜻한 존재처럼 보여도 각자 차가운 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꼬집어보고 싶었다. 한편 가끔 음악이 울려 퍼지는 거리에 나가면 신이 나 춤을 출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감정을 바탕으로 ‘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엉덩이’ 연작뿐 아니라 <비적응> 전체를 마무리하기에 더 적합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다 타버렸네, 우리는 완벽한 절망이네’라며 화끈하게 끝이 난다.

1번부터 7번 트랙까지 사운드가 확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소윤 ‘심야행’부터 순서대로 들으면 ‘이’에서 굉장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유수 ‘이’는 합주하며 녹음한 곡이라 밴드 사운드가 더욱 잘 담겨 있다. 현진 합주를 녹음할 때는 한 명이 틀리면 전부 다시 해야 한다. 여러 번 녹음을 진행했는데, 셋 다 조금씩 틀린 버전을 사용했다.(웃음) 모두 들어봤을 때 그게 제일 좋더라. 소윤 세세한 부분보다는 연주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데 더 많이 신경 썼다. 그래서 우리가 원한 뉘앙스가 살아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비적응하겠다고 다짐한 경험이 있다면? 음악을 생업으로 삼다 보니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걸 선택했다. 소윤 개인이 살아온 기점을 모으면 그 사람의 역사가 되는데, 내 기점 앞에는 항상 ‘얼터너티브’가 붙었다. 성인이 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보니 어릴 땐 몰랐던 이질감을 느꼈고 나의 대안적인 삶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방식에서 각각 ‘나’로 존재하기보다는 ‘우리’가 되길 바랐다. 내가 비적응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란 것처럼, 사회 안에서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며 ‘우리’의 범위를 넓혀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비적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소윤 새소년으로서 할 수 있는 첫째 방법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음악은 개인이 내는 가장 큰 목소리이자 ‘우리’를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매체다. 새소년의 음악을 들어주는 많은 사람 중 내 인생에 전혀 관련 없던 누군가 음악으로 나와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니까. <비적응>을 발매하고 공연을 하며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게 비적응으로 연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의 사고와 가치관을 키워가는 행보가 나머지 방법인 것 같다.

평상시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떤 편인가? 현진 직장 동료도 가족도 아닌 듯하다. 점점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참 애매하다. 유수 너무 먼 관계로 지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관여해서도 안 된다. 셋이 함께한 시간이 1년 정도로 긴 편은 아니니까 조금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소윤 밴드 안에서는 일종의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우리를 이어주는 어떤 유대감이 있는데, 각자의 인생에 침투하는 느낌은 아니면서도 두 사람을 알아가는 게 새롭고 즐겁다. 서로 믿기에 흘러갈 수 있는 시간이고 그래서 감사하다. 앞으로 우리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하다.

밴드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윤 매번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무대에 오른다는 것. 현진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왔을 때, 유수의 텐션이 평소보다 높을 때, 소윤이 어느 한 부분을 다르게 연주했을 때 분위기의 차이가 있고 관객도 이에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우리도 공연이 앨범만큼이나 기대되고 ‘밴드는 라이브로 봐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새소년으로서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은 태도나 가치관은 무엇인가? 소윤 각자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새소년스러움’을 하나로 합체하는 과정이 항상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 없던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꾸준히노력하고 행동했으면 한다. 유수 진심으로 동의한다. 현진 나도 그렇다. 음악적으로 계속 새로운 걸 추구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소윤 며칠 전 <비적응> 피지컬 앨범이 나왔고 현재 판매 중이다. 사실 나도 CD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재생 버튼 하나로 휘발될 수 있는 음악을 손에 잡는다는 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비적응>이 각자의 공간 안에서 함께 존재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이어 단독 공연을 한 번 더 열고 싶다. 정확한 날짜는 아직 비밀이다. 아마 모두반소매 옷을 입고 땀을 흘리며 조금 덥다고 느낄 때쯤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