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파도를 걷는 소년>이 5월 14일에 개봉했다. 제주에 사는 이주노동자 2세 소년 ‘김수’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내가 도시를 떠나 제주로 이사 온 지 4년째 되던 해에 촬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예멘 난민들이 이곳에 많이 들어왔고 사회적으로도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 나 또한 자연스레 이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다. 어느 날 뉴스를 봤는데, 아시아권 국가에서 온 이주민 2세는 내국인과 외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한국에 조용히 스며든채 살아간다고 하더라. 차별받지 않기 위해 부모의 출신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조명하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서핑을 중심 소재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소년들의 삶이 권투를 만나며 변화하는 줄거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옆집에 살던 서퍼 크루 ‘소년회’ 멤버와 대화를 나눈 후 소재가 바뀌었다. 서핑 덕분에 달라진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수의 인생도 이렇게 변해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 위 서퍼들을 바라보며, 수는 거리감과 동경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그 마음에 불을 지피고 싶었다.

하지만 작품 내 서핑 장면이 역동적인 편은 아닌 것 같다. <파도를 걷는 소년>을 촬영하며 세운 첫째 원칙은 ‘카메라가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인물들의 유희와 감정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얼굴 표정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제주의 풍경을 관조하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영화를 본 여러 서퍼가 파도 타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좋다고 하더라. 아마 각자 자신만의 파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수 역을 맡은 곽민규 배우와 <내가 사는 세상>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났다. <파도를 걷는 소년>에서도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민규는 원래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인물들을 담당하는 조감독으로 합류했다. 김수 역할에 알맞은 사람을 함께 찾던 중, 조연출을 맡은 오정민 감독이 민규가 수를 연기하면 어떻겠느냐고 내게 제안했고 민규도 자신 있다고 했다. 작품 속 수는 민규가 직접 만들어낸 캐릭터다. 나는 민규에게 ‘대사를 마음대로 하되 마지막에 저쪽을 봐달라’ 또는 ‘가만히 있어달라’ 정도의 디렉션만 했다. 수의 감정은 오로지 민규에게 맡겼다.

전작에 비해 희망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성장하는 소년. 그저 수를 따라가며 그가 이렇게 변한다는 걸 담아내려고 했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수에게 삶의 의미가 생기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수를 바다로 이끌고 그의 삶을 변화시킨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히 서핑이라고만 하기는 싫다. 사람마다 인생이 변화하는 지점이 다르고, 그 변화는 내면의 어떠한 욕망에서 기인한다. 나는 욕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을 돌아보며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악의적이지 않고 밝다면 참 행복할 듯하다. 파도를 바라보면서 서프보드에 앉아 있는 수는 얼마나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