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플라주 패턴 트렌치코트, 재킷과 팬츠, 스트라이프 셔츠, 화이트 슈즈 모두 셀린느(Celine).

아네모네 꽃 문양이 그려진 샴페인과 샴페인 잔 모두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Perrier Jouet Belle Epoque), 나무를 형상화한 오브제 하이퍼 네이처 서빙 리추얼 바이 베단 로라 우드×메종 페리에주에(Hyper Nature Serving Ritual by Bethan Laura Wood ×Maison Perrier Jouet), 플로럴 패턴 재킷과 팬츠, 셔츠, 레이스업 슈즈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진하고 톡 쏘는 블랙베리 과즙과 막 수확한 월계수 잎이 더해진 매력적인 향이 특징인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더블브레스트 재킷, 플라워 패턴 톱, 셔츠, 블루 팬츠, 타이, 샌들 모두 구찌(Gucci).

그린 컬러 코튼 점프수트, 벨트, 샌들 모두 펜디(Fendi),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컬러 포인트 니트 톱, 블랙 팬츠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실버 체인 브레이슬릿 베루툼(Verutum).

미네랄 향기와 씨 솔트가 더해져 영국 해안에 부는 바람처럼 활기 넘치는 향이 특징인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코롱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블루 재킷, 집업 후디, 터틀넥 톱, 팬츠 모두 지방시(Givenchy).

집업 재킷, 셔츠, 팬츠, 벨트 모두 디올 맨(Dior Men), 샌들 처치스(Church’s).

더블브레스트 재킷,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샌들 모두 구찌(Gucci).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첫 시즌을 마쳤습니다. 일단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리고 잠시나마 의사 역을 맡아 지금 같은 시기에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도 의미 있고요.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30대 초반 무렵, 흥행작에 대한 갈증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몇 년 뒤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났죠.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을 만난다는 건 배우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흥행작에 갈증을 느꼈다기보다 대중이 나를 원하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연기를 계속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가장 무서운 게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에요. 오케이 사인으로 내 연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건데, 대중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두렵죠. 잘 안 될 수도 있고, 너무 잘될 수도 있지만 그런 평가 때문에 배우 생활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우정 작가님과 신원호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런 걱정이 없어졌죠. 두 작품을 하면서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라면 평생 함께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흥행에는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모든 인물이 각자의 서사를 가진 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는 것인데, 본인이 맡은 준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솔직함. ‘왜 굳이 말을 저렇게까지 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준완은 환자나 친구, 연인을 언제나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대해요. 츤데레 같은 매력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에요. 우정이나 사랑에 진심인 걸 보면요.

준완을 연기하는 데 대한 감독의 디렉션이 있었나요? 감독님은 디렉션을 많이 하기보다 배우를 믿어주는 편이에요. 상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알아서 놀게끔 해줬어요.

가장 준완다운 대사를 떠올린다면요? ‘익순’(곽선영)에게 했던 고백,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었나? 오빠랑 연애하자.” 그 말을 하기까지 서사가 길지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준완의 나이가 마흔이에요. 뭘 재요. 그렇잖아요. 그 마음이 진심이면 되는 거죠. 하나 더 꼽아보면 ‘도재학’(정문성) 선생에게 했던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면 그걸로 의사는 끝이야”라는 대사도 생각나네요.

이번 작품은 연기와 연주라는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독특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연주가 더 어려웠을테죠? 110% 연주. (조)정석이 형이 기타를 잘 쳐서 묻어간 거라고 생각해요.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2004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까 배우로 산 지 벌써 16년이 되었어요.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요? 대사가 잘 안 외워질 때? 좀 속상해요. 몇 년 전만 해도 대본에 손만 올려도 대사가 외워졌거든요. 진짜로요. 한두 번만 읽으면 됐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읽으면서 중간중간 ‘좀 전에 이게 뭐였지?’ 싶어서 다시 보고요.

군에 입대한 시기를 제외하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품을 한 편 이상 해왔어요. 꽤 두껍게 쌓인 필모그래피 중 한 단계 올라섰던, 성장했던 작품을 돌아본다면요? 한 단계 올라섰다기보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하면서 ‘체력이 아직 대단하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어요. 30일 넘게 밤을 샌 적이 있는데, 그게 되더라고요.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찍는 내내 놀다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내가 연기를 더 많이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애정을 품은 작품도 있을 것 같아요. 군대에 있을 때 연기를 못한 한을 풀고 싶었어요. 친한 형이자 선배인 하정우 형한테 술 먹고 이런 마음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형이 대뜸 “제목은 ‘롤러코스터’야. 한류 스타인 배우가 탄 비행기가 흔들리는데 착륙을 못 해. 어떨 것 같아?” 하는 거예요. 그게 영화 <롤러코스터>의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하기로 한 후부터 예전에 형이랑 연극할 때처럼 두 달 동안 매일 만나서 대사 만들고, 리허설 하면서 영화를 찍었어요. 그걸로 한을 다 풀었죠.

16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데는 어떤 동력이 작용했나요? 달리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요리는 할 줄 알지만 누군가에게 대접하거나 팔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사업 수완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골프나 농구, 축구도 하지만 못한다는 소리를 안 듣는 정도예요. 그런데 연기는 너무 잘하고 싶고, 좋고, 재미있어요.

연기를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결국 조화인 것 같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해도 캐릭터는 물론이고 실제로 연기를 하는 주연배우 5명 모두 달라요. 어떻게 성격이 이렇게 다를까 싶을 정도로요. 그걸 어떻게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에서 절대 혼자는 없어요.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배우 정경호의 첫인상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최윤’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거고요. 다음은 어떤 어떤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너무 많아요. 그렇지만 당분간은 김준완으로 불렸으면 해요. 한 5년쯤은 이 이름으로 살고 싶어요. 간혹 의사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죠? 실제로 의사를 만나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저한테 진지하게 의학 용어를 쓰면서 이런 건 이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셔서 약간 당황했어요.(웃음)

인스타그램도 하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지만, 일에 관한 얘기가 대부분이에요. 일을 제외하면 어떤 것이 남나요? 강아지 두 마리의 배변 패드를 갈고, 털을 빗기고, 함께 산책하는 일상. 이 외에는 촬영하는 동안 못 했던 데이트나 운동을 하는 게 전부예요. 예전에는 조깅을 좋아해서 어디에 있든 아침마다 한 시간씩 뛰었는데, 미세먼지가 생기면서 그만뒀어요. 최근에 조깅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연기 말고 좋아하는 것은요? 강아지랑 운동. 그리고 연기 잘하는 사람들 연기를 보는 것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 떻게 저렇게 잘하지!’ 하고 감탄하는 재미가 있어요.

지금의 정경호라는 사람을 만든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8년 넘게 한 사람이랑 연애를 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사람 정경호를 만든 건 최수영 씨라고 생각해요. 수영 씨가 하라는 거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면서 사람이 됐어요. 밥 먹기 전에 손 닦을 것, 자기 전에 양치질하고, 술 많이 마시지 말 것, 옷 깔끔하고 예쁘게 입고 다닐 것 등.(웃음) 그래서 여자친구 말을 잘 들어야 해요.

30대가 지나기 전에 남기거나 얻고 싶은 것이 있나요? 몸을 좀 키우고 싶어요. 체력도 키울 겸. 속도 건강하고 보기에도 좋은 몸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이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다음 시즌 촬영까지 몇 달간 시간이 남았어요.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미처 못 본 대본들이 있어서 그것부터 빨리 보고 결정해야 해요. 그리고 기타 연습. 11월부터 촬영이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요즘 계속 기타만 치고 있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