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독일 맥주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일을 했어요. 그 일 덕분에 남해 독일마을의 맥주 페스티벌 기획에 참여했고요. 매년 가을 남해에 내려가 맥주를 소개하면서 아쉬웠던 건 이 지역에서 만든 맥주가 없다는 거였어요. 찾아보니 국내에는 아직 바닷마을 브루어리가 없더라고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갓 만든 신선한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상상하니까 이보다 완벽할 순 없겠다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간의 경험을 살려 2018년 여름, ‘완벽한 인생’을 만들었어요.”

오랜 시간 맛있는 독일 맥주를 찾아 소개했던 정학재 대표가 굳이 멀리 남해까지 내려와 브루어리를 만든 이유는 단순했다. ‘맥주는 맥주 공장 그늘 아래에서 마셔야 한다’는 독일 사람들의 말처럼, 먼 나라에서 공수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만든 맥주를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국내 최초로 바닷마을 브루어리, 완벽한 인생이 탄생했다.

이곳의 맥주는 매일 드나드는 단골보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향이나 맛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밸런스를 잘 맞춘, 대중적인 맛이 특징이다. 개성이 강한 여타 수제 맥주와 달리 누가 마셔도 불호가 없을 만한 맛에 중점을 둔 것. 오직 남해의 브루어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타우트 맥주, ‘광부의 노래’에 그 기조가 가장 잘 담겨 있다. 질감이 묵직하거나 쓴맛이 강한 스타우트가 아니라 깔끔하고 청량한 맛이 나는 광부의 노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타우트 부문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맛과 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숙성이 끝나면 원심분리기를 돌려요. 그러면 효모가 90% 이상 제거되어 보다 깔끔한 맛이 나요. 무엇보다 이렇게 하면 항상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남해는 거주민이 아닌이상 자주 찾아올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잖아요.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1년 후에 오더라도, 10년 후에 오더라도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셨을 때의 기억이 미화되거나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이헌근 브루마스터가 이끄는 완벽한 인생의 브루잉 팀은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언제나 깨끗하고 맛있고 한결같은 맥주를 만들고 있다.

남해에 문을 연 후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한 완벽한 인생 팀이 요즘 맥주 못지않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식사 메뉴다. 실제로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남해의 맛집으로 알려질 정도로 수준 높은 식사 메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대표 메뉴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정착해 만든 독일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석탄 치킨’과 국내에서 가장 큰 고사리 산지로 알려진 창선면의 고사리로 만든 페스토를 쓰는 리소토, 돼지고기뼈 등심과 소갈비를 이용한 남해식 슈니첼이다. 완벽한 인생의 레스토랑 팀은 앞으로 유자, 죽방멸치, 남해초 등 남해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계절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만들었지만, 레스토랑 메뉴처럼 브루잉 팀도 남해의 식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도전을 해볼 생각이에요. 일단 멸치가 가장 유명하긴 한데, 멸치 맥주는 무리일 것 같아요.(웃음) 찾아보니 참다래와 블랙베리도 남해에서 수확한다고 하더라고요. 우선 올여름에는 블랙베리로 만든 라거나 에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의 맥주와 음식으로도 남해를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방식을 구상 중이에요.”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독일로 30
문의 055-867-0108

SUMMER PICK
백년초에일

“남해의 특산물 중 하나인 백년초를 이용해 만든 붉은색 맥주.
높은 지대에 자리한 독일마을에서 보이는 남해의 저녁노을을 닮은 색을 띤다.
백년초로 만들었는데도 산미가 강하지 않고,
에일 특유의 부드러운 씁쓸함이 더해져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좋다.”

– 완벽한 인생 브루마스터 이헌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