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 차트를 살펴보면
산들의 ‘취기를 빌려’,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 등
다수의 웹툰 OST가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웹툰 OST는 만화 속 인물들을
테마로 만들어진 곡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작되고 있었다.

지금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이 곡들에 대해
웹툰 작가독자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 웹툰 <취향저격 그녀>

작가 로즈옹

ⓒ로즈옹/다음웹툰

마리끌레르 독자에게 작가님을 직접 소개해주세요. 매주 일요일 다음 웹툰에서 첫 작품 <취향저격 그녀>를 연재 중인 로즈옹 작가입니다. <취향저격 그녀>는 얼굴 없는 뷰티 유튜버 ‘지찬열’과 모든 게 서투른 새내기 ‘하해닮’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에요. 평소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취기를 빌려’부터 ‘minimal warm’까지, 총 9곡의 OST가 발매됐어요. OST 제작 제의를 받은 순간 기분이 어떠셨나요? 웹툰 OST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발매된 사례를 본 적이 없어 처음엔 많이 어리둥절했어요. 예전에는 작가가 직접 의뢰하거나 일종의 이벤트처럼 OST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생소한 기분이 들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OST를 부른다는 사실에 설레기도 했어요.

작가님의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을 들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가사가 제일 와닿았어요. 작품 내용과 관련 있는 가사가 나오니 몰입이 잘 되는 것은 물론 감동까지 느껴졌죠. 그레이의 ‘STAY THE NIGHT’에서 “미안해,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면 내 마음의 기어를 항상 D로 넣을걸”이라는 가사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해요. 찬열이 처한 상황과 그 마음이 멋있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취향저격 그녀> OST는 각각 특정 회차에 삽입되어 있어 독자가 작품을 읽을 때 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해요. 웹툰 속 장면과 OST 가사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모든 OST가 잘 어울리지만 그중에서도 ‘취기를 빌려’를 꼽고 싶어요. ‘취기는 빌려’는 기존에 발매되었던 동명의 곡을 편곡해 만들어졌어요. <취향저격 그녀> 46화에 삽입되어 있는데, 표현에 서툰 한 사람이 취기로 인해 자신의 진심을 알아차린 후 첫눈을 빌려 고백한다는 가사가 46~48화 속 찬열의 상황과 꼭 맞아요. 실제 웹툰에서는 ‘첫눈’ 대신 ‘벚꽃’이 등장하지만요.(웃음) 그리고 OST를 부른 산들의 감미로운 음색 덕분에 마음이 더 벅차올랐어요. 웹툰을 그냥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죠. ‘만약 찬열이 이 곡의 통통 튀는 멜로디 위에 노래한다면 이런 목소리겠구나’ 싶었죠.

웹툰 OST는 몇 년 전부터 제작되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더 크게 주목받고 있는 듯해요. 이러한 인기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웹툰만으로는 OST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기 힘들 것 같거든요. 결국 웹툰의 인기, OST를 부른 가수, 그를 향한 대중의 사랑, 제작사의 안목까지 잘 어우러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웹툰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향후 점점 다양해질 것 같아요. 웹툰 작가로서 앞으로 기대되는 점과 개선되길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OST가 음원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며 다른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협업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콘텐츠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해요. 한편 OST의 영향으로 웹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가 많이 생겼는데, 이러한 흐름을 따라 불법 웹툰 사이트에 작품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음원 시장처럼, 웹툰 시장에도 저작권 의식이 높아져 모두가 합법적인 경로로 작품을 감상하게 되길 바라요.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독자 J (28세, 엔터테인먼트 회사 마케터)

ⓒ남수/네이버웹툰

<바른연애 길잡이>는 남수 작가가 매주 화요일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죠. 이 작품을 보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바른연애 길잡이>는 대학생 때 경험할 수 있는 풋풋함, 설렘, 고민 등을 담아낸 로맨스예요. 매일 계획을 지키며 ‘바른 생활’을 하는 ‘정바름’이 동아리 선배에게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전개되죠. 우선 이 작품의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고, 매번 계획을 세워 착실하게 지켜나가는 바름이라는 캐릭터에도 매력을 느꼈어요.

로꼬가 부른 ‘너의 하루’, 지난 3일 공개된 양요섭의 ‘한 번에 알아본 사랑’ 등 <바른연애 길잡이>를 다루는 OST가 다수 공개됐어요. 언제 웹툰 OST를 처음 접하게 됐나요? 최근 음원 차트에서 여러 웹툰 OST가 상위권에 진입하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곡 작업에 참여한 가수들이 유명해 눈길이 가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어떤 OST가 <바른연애 길잡이>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느끼시나요? 적재가 부른 ‘나랑 같이 걸을래’라고 생각해요. 바름의 동아리 선배 ‘나유연’을 테마로 한 곡인데, 가사를 살펴보면 ‘썸’ 타고 있는 상대에게 진심을 조심스레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유연이 바름을 향한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진 후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까지, 그가 호감을 드러내는 모든 장면과 잘 어울려요.

작품을 읽은 독자로서 직접 <바른연애 길잡이> OST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곡을 제작하고 싶나요? 만들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요. 바름의 친구 ‘강도은’의 입장에서 오랜 기간 교제한 연인이 느끼는 권태와 이별 후 공허함을 담아내거나, 유연의 동생 ‘나유별’이 하고 있는 짝사랑을 귀엽게 표현하고 싶어요. 바름의 또 다른 선배 ‘신재현’을 테마로, 미래를 걱정하는 청춘들을 위로해 주는 곡을 선보여도 좋을 것 같고요.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OST가 주목받는 경우가 있는 한편, 반대로 OST 덕분에 웹툰이 관심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감해요. OST가 음원 차트에 올라와 있으면 앨범 커버 이미지와 함께 웹툰 이름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저 또한 음원 차트에 올라온 다른 웹툰의 OST 덕분에 그 작품에 대해 알게 되기도 했죠.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웹툰 OST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끼시나요? 영화와 드라마는 장면마다 어울리는 OST가 삽입되어 있어 다시 볼 때마다 항상 같은 곡을 듣게 돼요. 하지만 웹툰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독자가 원하는 장면에 듣고 싶은 OST를 넣어 감상하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웹툰 OST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