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집의 기능이 보다 확장될 전망이다

 

집의 확장

과거의 집이 쉬는 곳, 자는 곳으로 인식되는 안정적이고 단순한 공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집은 보다 다층적이고 심층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2021년의 집은 어느 때보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그 확장의 첫 번째는 가정 위생의 영역이다.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공기청정기, 청소기, 스타일러 등 위생 가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됐고, 심지어 가전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소독’과 ‘살균’이 되고 있다. ‘안전한 집’이라는 말은 이제 외부 유해물질과 바이러스도 차단한다는 개념이 더해진 형태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홈 인테리어’ 영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원에 머물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18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홈 인테리어’는 이제 소수의 취미 생활이 아닌, 다수의 일상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구 교체를 넘어 본인의 취향에 맞는 색다른 공간 구성을 시도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행이나 맛집 탐방, 옷이나 액세서리 쇼핑으로 풀어내던 자신의 취향을 이제는 인테리어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실제로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의 경우 202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림 렌탈 서비스 역시 확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집은 이제 대부분의 외부 활동이 가능한 곳으로 변모할 것이다. 일과 교육은 물론이고, 콘서트와 전시 감상, 영화관람, 운동 등 모든 활동이 랜선을 타고 집으로 옮겨지는 중이다. 특히 이중에서도 홈트레이닝의 니즈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동작인식 기반 기술과 AI코칭 시스템으로 운동을 즐기는 스마트 홈트 시대가 열릴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집의 확장은 2021년 더 넓고 깊어질 예정이다.

 

느슨한 연대

고립과 고독을 즐기는, 혹은 즐겨야만 하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동시에 빠져나갈 길 없는 강력한 연결고리는 원치 않는다. 이런 아이러니한 현대인들의 ‘관계’에 대한 욕구가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끈끈하진 않지만 공유하는 가치가 있는 관계,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관계, 타의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우선시하는 관계가 ‘느슨한 연대’를 설명하는 말이다. 특히 이는 sns상에서 빈번히 일어난다. 운동이나 식물 기르기, 명상, 언어공부 등 누구나 하고 싶지만 습관들이기 어려운 일을 sns에서 챌린지 형태로 공유하면서 해내기도 한다. 또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비건 생활에 대한 방식을 공유하고, 실천하기도 한다. 나아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이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아 함께하는 즐거움과 보람만 취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는 지금, 그리고 다음 세대를 표현할 수 있는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mbti

나를 찾아줘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2021년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레이블링 게임’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는 ‘자기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레이블을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하고 추종함으로써 정체성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게임화된 노력’이라 설명했다. 레이블링 게임을 시작한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것이다. 최근 MBTI 테스트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연유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테스트를 통해 계량화된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진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계량화된 나의 정체성과 맞는 브랜드를 추종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들 역시 이런 흐름에 맞춰 유형에 따른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타깃 고객이 ‘이건 바로 나’라고 느끼게끔 만드는 게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될 전망이다. 2021년에도 ‘나’를 찾는 여정과 그들을 위한 초개인화된 서비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경우 만날 수 있는 바다(왼쪽)와 계속된 플라스틱 사용으로 만나게 될 바다(오른쪽)의 모습

순환 사회

2020년이 코로나19로 인한 대혼란의 시기였다면, 2021년은 코로나19로 야기된 문제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환경 문제다. 마스크와 배달음식으로 인한 플라스틱 사용 빈도가 높아짐으로써 발생하는 환경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언택트 소비와 플라스틱 프리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순환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N차 사용, 업사이클링,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플라스틱 대체재 찾기 등이 모두 순환 사회를 만드는 활동들이다. 실제로 플레이트 전문 기업 리스팩스는 ‘생분해성 접시’ 생산으로 주목을 받았고, 바이오플라스틱 제조 회사 폴리비온은 스티로폼을 대신하는 풍기셀과 친환경 가죽 셀리엄을 개발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저감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고안되고 있으며, 비건 산업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활동과 소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