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리 SBS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 작가


RADIO

김주리
<박하선의 씨네타운> 작가

<박하선의 씨네타운> SBS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 시간 동안 친한 친구와 얘기하듯 영화음악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실컷 나누는 장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적이자 목표다. 가능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이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영화를 선정할 것인가, 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영화가 좋다, 별로 좋지 않다는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이고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와 DJ와 청취자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박하선의 씨네타운>을 듣는 사람들 제주도로 여행을 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책로를 걷는 사람. 시간 나면 혼자 영화 보러 극장에 가는 사람. 여럿이 떠들기보다 혼자 사색하는 걸 즐기는 사람. 서점에 가고 자기 생각을 글로 적기 좋아하는 사람. 한마디로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선호하지 않나 생각한다.

라디오의 매력 실시간 매체인 라디오는 지금 나와 같은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준다. 누군가가 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을 때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서 귤을 따는 사람도, 강릉의 버스 기사 아저씨도, 지리산 입구 산채비빔밥 집 손님도, 교실에 있는 학생도 같은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이 매력 아닐까. 또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 여러 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좋다.

라디오의 미래 한때 라디오라는 게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마도 끝까지 사라지지 않을 매체가 라디오 아닐까’ 싶다. 지구 종말을 그린 영화를 보면서 재난이 닥쳤을 때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라디오가 인류 최후의 방송이 되지 않을까 상상했다. 최근의 지구를 보면 절대 상상이 아닐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라디오를 위해 방송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라디오는 어떠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만드는 내가 재미있고, 듣는 이들이 재미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박하선의 씨네타운>의 바람 전파는 공공재다. 그러니 우리가 전하는 전파가 소음이 되지 않길, 누군가에게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고 위로가 되는 방송이길 바란다.

 

 

유한빈 동백문구점 대표


STATIONERY STORE

유한빈
동백문구점 대표

동백문구점의 시작 문구는 경험재다 보니 온라인에서 디테일 컷이나 상세 설명을 붙여도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또 손글씨 강의를 하면서 수성 잉크가 번지거나 뒷면에 배어나지 않는 질 좋은 종이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써보고 선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게나마 망원동 구석에 문구점을 열고 직접 만든 노트와 잉크, 내 취향의 문구들을 모아두었다. 동백문구점의 컨셉트는 부산스럽지 않고 홀로 고고하게 피어나는 동백처럼 어수선하지 않게 알짜만 선정하고 소개해 구입에 실패하지 않는 곳이다. 모두 직접 써보고 만족하는 것만 소개한다는 신뢰를 얻은 덕분인지 오프라인 형태의 문구점이 줄어드는 시류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손글씨, 문구 디지털이 더 획기적으로 발달하더라도 손으로 쓰는 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수십만 년 동안 손으로 쓰고 기록해온 인간의 유전자가 30년에 불과한 디지털 혁명 안에서 그렇게 빠르게 변화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문구점을 운영하면서 생각보다 아날로그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손글씨 강의와 문구점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의 문구점 오프라인 공간이 가지는 힘은 ‘직접 경험’이라는 점에서 생각보다 위대하다. 그래서 앞으로 문구점은 양질의 종이로 만든 노트를 바탕으로 쓰는 즐거움을 더욱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될 것 같다. 쓰는 행위에는 치유 효과도 있다. 나는 동백문구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손글씨 쓰는 행위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이를 위해 양질의 필기구와 노트를 계속 소개하고 공급해 그 즐거움을 배가할 생각이다.

동백문구점의 바람 무엇을 선택하든 실패 없는 곳으로 남고 싶다. 어떤 문구를 사야 좋을지 고민될 땐 동백문구점으로 간다는 인상을 주는 것. 또 양질의 노트를 해외에 수출해 한국의 인쇄와 제본 기술을 널리 알리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책을 인쇄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국내 인쇄산업 명맥이 끊기지 않는 방법을 도모할 생각이다. 가능하면 여럿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필사하는 문화 공간 형태의 2호점도 만들어보고 싶다. 지금도 필사 모임을 갖고 있는데 공간을 빌려서 하다 보니 항상 불안하다. 이런 걱정 없이 마음껏 필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은 마음이다. 기왕이면 동백문구점만의 인테리어와 향을 더한 공간으로.

 

 

문유정 연희동 라이카시네마 이사 예술영화관


ART CINEMA

문유정
라이카시네마 이사

라이카시네마의 시작 ‘연희동에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을 만들자’가 시작이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가장 종합적인 예술 콘텐츠이자 많은 사람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 그러니까 극장을 근간으로 두고 1층과 2층은 사람들이 영감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 3층과 4층은 실제로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 공간의 전체적인 컨셉트는 ‘우주’다. 연희동에 불시착한 우주정거장 같은 곳으로 이질적이고 생경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름은 세계 최초로 우주에 간 개 ‘라이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라이카시네마에 오면 아무래도 예술영화가 대중적인 편은 아니다 보니 시설들의 규모도 작은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영화를 더욱 깊게 체험할 수 있도록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영화를 작품 그대로 담아낼 수 있도록 색 선명도가 높은 퓨어 프로젝터를 쓰고, 국내 예술영화관 중 최초로 애트모스 시스템을 써 사운드의 질을 높였으며, 멀티플렉스 컴포트관에서 채택한 좌석과 비슷한 좌석을 들였다. 좌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시각적으로 사석인 자리가 없도록 설계한 것도 신경 쓴 부분이다.

그럼에도 예술영화관 OTT 산업이 굉장히 커졌고, 이제는 영화관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래도 영화관은 영화관으로서 남아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라이카시네마를 열었다. 게다가 독립영화는 특히나 사람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아서 온라인에서 공개할 경우 잊히기 쉽다. 좋은 예술영화를 선명히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이 오프라인 영화관의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한다.

예술영화관 존재의 이유 규모가 작고 주목도는 덜하더라도 독립 예술영화는 상업 영화와 동일하게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존재함으로써 상업 영화도 있는 거라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아진다고 해서 각자의 취향과 감각이 묻어 있는 작은 카페가 사라지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런 이유로 예술영화관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예술영화관이 요즘의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막상 이 업계에 들어오면 여기가 전부 같아서 오히려 둔감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가 문을 닫았을 땐 좀 충격이 컸다. 예술영화 쪽에서는 꽤 중요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상상마당도, 아트하우스모모가 계속 휴관 중인 것도 안타깝고.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불안감이 들기는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예술 영화에 몸담은 사람들끼리 서로 힘이 되어주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거다.

미래의 예술영화관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영화를 볼 때 굳이 극장이 아니어도 된다는 경향이 더 거세질 것 같다. 영화가 대중 문화에서 다시 예술 쪽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원래 영화관은 아무 때나 쉽게 가는 곳이었는데, 앞으로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영화관이 하나둘 문을 닫는 시류와는 달리 앞으로는 멀티플렉스의 관객이 줄어들고, 스타일이 분명한 형태의 극장들이 자리 잡지 않을까 예상한다.

라이카시네마의 바람 예술영화관은 아직까지 ‘그들만 모이는 공간’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들’ 밖의 사람들은 ‘나는 저기에 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미지를 깨고 모두에게 친숙한 영화관이 되길 바란다. 진입 장벽이 낮은 영화나 동네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도 상영하고, 반려동물도 데려올 수 있는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공간은 차가운 우주선처럼 보이더라도, 그 안의 기운은 따뜻한 곳이 됐으면 한다. 동시에 라이카시네마를 발판 삼아 잘 만들어졌음에도 상영 기회가 적은 영화들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도 목표다.

 

 

유희경 시집 서점 위트앤시니컬 대표


BOOKSTORE

유희경
시집 서점 위트앤시니컬 대표

위트앤시니컬의 시집들 이곳에 들이는 책의 조건은 간단하다. 혼자 운영하다 보니 내 취향이 곧 조건이다. 나의 취향이라면 그건 문학이다. 거칠게 얘기하자면 나는 ‘문학지상주의자’다. 그래서 문학이 해야 하는 일과 문학이 할 수 있는 일,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갖고 있는 책이라면 환영인데, 정체성은 시집 서점으로 하고 있다. 인문 서적들이나 인문학 반열에 오른 소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시집들을 두려고 한다.

굳이 오프라인 서점이어야 했던 이유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온라인 서점으로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는 것들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직접 책장에서 꺼내 넘겨 봄으로써 책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 같은 것들. 책을 구매했는데 마음에 안 들 경우 그 장르에서 관심이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 와서 직접 꺼내 본다면, 그래서 실패의 확률을 최소화한다면, 그 장르에 대해 더욱 신뢰가 생길 거라고 믿고 있다. 당연히 편한 건 온라인이다. 그런데 분명 불편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 않나.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시집을 읽고 싶어도 그 당장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알라딘에도 예스24에도 없다. 퀵으로 받아보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웃음) 그 아쉬움을 뒤집어 얘기하면 그게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굳이 오프라인 서점을 해야 하는 까닭은 그거 하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위트앤시니컬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책을 좀 더 편하게 접하면서도 쪽방 같은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시집을 파는 곳은 왠지 구석지고 후미진 자리에 있을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 뭔가 근사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좀 있었다.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에 신경 썼다. 그렇다고 이 공간이 대단히 예쁜 건 아니지만, 시가 돋보이기보다 시를 읽는 내가 돋보이는 공간을 그려내려 했다.

서점의 매력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위기인 것 같다. 책에 둘러싸여 있을 때 사람이 심적으로 안정화되는 것. 책에, 시집에 둘러싸여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아늑함 같은 게 있다.

서점이 요즘의 것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매일. 내가 책을 소개하는 루트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인데, 일단 그럴 때마다 느낀다.(웃음) 오프라인 서적을 소개하기 위해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이 서점이 요즘의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 아닐까.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해나가고는 있지만 사실 냉정하게 봤을 때 나는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오프라인 서점을 지킬 거야’라는 소신 같은 것도 없고. 내가 만약 온라인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그때부터 더 근사하게 온라인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꿈꿀 거다. 내게 가치 있는 건 시와 시를 읽는 독자들이지 꼭 위트앤시니컬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지금은 여기에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고 믿고 있어서 하는 거다.

미래의 서점 서점의 시대는 이 정도면 거의 끝났다고 본다. 2018년에 도서정가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게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힘이 센가 하는 문제라는 거다. 그들은 각자의 당위를 갖고 있고 그 당위의 옳고 그름을 따져봤을 때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힘이 센 쪽이 이기는 거다. 여태까지는 출판인협회 쪽이 힘이 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점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지면서 그 힘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그런 것만 봐도 어렵다고 느낀다. 처음에는 그게 되게 싫었고 그냥 그런 시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그건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고 답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때보다는 덜 막막해진 것 같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다.

위트앤시니컬의 새로운 도전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다. 꾸준히 하고 싶다고 생각해온 건데 위트앤시니컬을 브랜드화하는 것. 마스터카드 표시나 라바짜 커피 로고처럼 위트앤시니컬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그곳에 위트앤시니컬 서가가 있다는 표식이 되도록 만드는 거다. 어떤 바나 커피숍에 최적화된 서적과 큐레이션을 제공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도서관처럼 여길 수 있도록, 혹은 책을 구매하는 곳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다.

위트앤시니컬의 미래 시 독자의 수가 스프링처럼 늘어난 때가 있었다. 시가 다른 장르보다 그런 게 좀 심하다. 한때 읽을 장르, 한 시절의 장르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곳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더욱 모르겠다. 다만 이곳이 없어진다고 했을 때 눈물바다가 됐으면 좋겠다.(웃음) 그런 상징성을 갖고 있으면, 촌스럽지 않게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박이현 월간 사진 편집장 사진 잡지


MAGAZINE

박이현
<월간 사진> 편집장

<월간 사진> 1966년 <월간 사진>이 탄생했을 때 대상은 아마추어 사진가였다. 그리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느 시기의 편집부에서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보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 이후부터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예술 영역과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이 잡지에 담기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러한 성향이 확연해졌고. 이런 기조는 사진의 다양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월간 사진>은 다음 단계로 이동하기 위한 자양분을 얻으려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는 꽤 괜찮은 잡지다. 물론, 사진 자체를 사랑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벗일 거라고 생각한다. 에디터의 섬세함에 푹 빠지게 될 테니까.(웃음)

잡지의 매력 잡지를 보는 목적 중 하나는 정제된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은 독자나 에디터나 정보 검색 속도는 비슷할 거다. 작은 차이가 있다면, 에디터는 여기에 매체의 성격과 자신의 감도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것. 정보를 주제에 맞춰 필터링 한다는 의미다. 그게 잡지의 매력이기도 하다. 다른 시선으로 찾아낸 ‘엮음의 결과물’. 나 역시 잡지를 만들고 있지만 다른 잡지들을 보면서 생각지 못한 시대의 흐름과 방향을 배운다.

잡지가 요즘의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트렌드나 새로운 정보를 포털사이트도 아닌 유튜브에서 얻는 모습을 볼 때, 은행이나 카페에 비치된 잡지를 카드놀이 하듯 휙 넘기는 모습을 볼 때 가끔 ‘현타’가 온다. 사람들은 점점 텍스트와 멀어지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과시하려 글과 종이를 고집하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엄지로 콘텐츠를 넘기다가 ‘좋아요’를 누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넉넉잡아도 1~2초 내외일 거다.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 우선시되는 ‘초시대’로 인해 사유하는 여유가 사라지고 있다.

변화를 시도하다 이른바 ‘요즘의 것’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문을 두드려보는 중이다. 콘텐츠를 전달하는 형식에 변주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작아지는 가방 크기에 맞춰 판형을 줄인다든지, SNS 포스팅에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한다든지. 더불어 심리학, 영화, 인스타그램 등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와 사진 작업을 연결하는 시도도 한다. 기존 방식이 한 가지 주제 아래 사진 작업을 나열하는 선형이라면, 최근에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파생하는 ‘비선형’에 가까운 방법으로 기사를 제작해보기도 한다. 물론 그 안에서 사진과 잡지를 대하는 태도는 변함없다. 오히려 <월간 사진> 편집팀은 너무 진지해서 탈일 정도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독자들이 이런 우리의 방향성에 마음이 동한다면 잡지 콘텐츠에서 더 나아가 사진 ‘작업’에 깊은 관심이 생길 거라 믿고 있다.

그럼에도 <월간 사진>이 계속 나아가는 이유 ‘좋아서’라는 정석의 답을 피한다면 지금으로서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때 늘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가 사진 ‘작업’으로 이어지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바람이다. 국내에 좋은 사진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은 데 비해 매체에 자주 노출되는 작업과 작가는 대동소이하다. 매달 패션이나 사진 잡지를 보는 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사진은 이래야만 한다는 통념에 균열을 내는 것이 <월간 사진>이 ‘해야 할 일’이고, 그래서 계속 잡지를 만들고 있다.

<월간 사진>의 방향 첫째는 앞에서 말했듯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 비록 실패하더라도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것이 문화·예술의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이상하게 최근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제네릭(generic), 그러니까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형태 위주로 소비되고 생산하는 듯하다. 누가 나와야 시청률이나 구독자가 올라간다는 일종의 공식이 기저에 존재한다. ‘어떻게’보다 유명세와 공로를 인정받은 ‘누구’의 출연을 중요시하는 거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하다. 다만, 기획자들이 안전제일 주의를 답습하면 보는 사람들의 피로도는 금방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잡지를 만들면서 최대한 날카로운 형태의 피드백에 집중하면서 일반적인 것의 밖에 대해 집중하려 한다. 두 번째는 ‘숫자’. 늘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찾지만 한편으론 ‘밥은 펜보다 강하다’라는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이익으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텍스트와 멀어지는 경향 탓인지, 콘텐츠가 부실한 것인지, 보고 읽는 건 무료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때문인지, 인터넷 영향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이익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의 발행인은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와 독자, 매체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꾸준히 연구하는 중이다.

미래의 잡지 이제 잡지에서 단순 정보를 다루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온라인 속도를 따라가기란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재조정해 잡지의 웹 페이지가 뷔페라면, 오프라인(인쇄물)은 파인 다이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보 그 이상의 것, 그러니까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거다. 허영이 있어야 호기심도 생길 테니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사진 분야 활동이 활발해지길 바란다.

 

 

김영혁 연남동 김밥레코즈 대표 음반 레코드샵 바이닐 레코드


RECORD SHOP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

김밥레코즈의 셀렉션 한마디로 김밥레코즈에서 좋아하는 음반들. 김밥레코즈에서 일하는 직원들 역시 음악 애호가들이기 때문에 복수의 취향을 반영이기도 하고, 고객들의 요청 또한 반영한다. 온라인 매장이 두 군데 있는데, 첫 번째 사이트(gimbabrecords.com)는 우리가 선택한 음반 위주고 두 번째 사이트(별관, gimbabrecords2.com)는 고객이 요청한 음반, 그리고 스태프들이 매달 한 차례씩 추천하는 음반들을 판매한다.

굳이 오프라인 레코드 숍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세상이지만 음악을 담은 매체 중에서 바이닐 레코드를 가장 좋아한다. 바이닐 레코드는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우리는 중고 판매를 하지 않아 레코드 상태를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패키지나 커버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김밥레코즈에서 음반을 사는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는데, 우리가 중점을 두는 장르(해외 독립음악의 비중이 큰 편)들을 좋아하는 이들이 꽤 많다. 연령대로 보면 10~30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전에는 외국인 방문 비중이 꽤 높았는데,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면 그 외국인 방문객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밥레코즈 운영 기준 매주 정말 많은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바이닐로 나오는 앨범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의 공간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괜찮은 음악을 잘 선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래야 적정가격에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레코드 숍 CD가 너무나 잘 팔리던 1990년대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동네 기반의 매장이나 백화점 같은 대형 매장이 부활하기는 어려울 거다. 서울을 포함해 세계 주요 대도시의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소매점에서 음반을 가져다 놓고 팔면서 얻는 미미한 순익으로는 중심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문을 여는 매장이나 살아남는 매장은 크게 세 가지가 될 것으로 본다. 돈보다는 즐거움을 택한 음악 애호가의 취향을 담은 매장, 잘 팔리는 음반만 골라서 판매하는 매장, 그리고 다른 수단이나 상품으로 수익을 내면서 음반을 덤으로 판매하는 복합 매장. 음반을 판매하지만 동시에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취향 중심의 전문 매장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그렇게 운영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낮은 편이라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지속 가능한 김밥레코즈를 위해 음반 매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재고다. 한 장을 판매해서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이라는 것이 다른 상품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매출이 상승해도 재고가 늘어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구매자들이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구성해가는 김밥레코즈 별관 사이트를 만든 이유이기도 한데, 적어도 온라인에서는 일방적인 추천을 통한 판매보다는 배송 속도가 조금 느려지더라도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판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밥레코즈의 바람 특정 장르에 특화된 매장을 추가로 열었으면 좋겠고, 그 속에 우리가 추천하는 앨범들을 편하게 들어볼 수 있거나 음악가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 그리고 미래에도 변함없을 최대의 목표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