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덕분이야

최근 화제가 된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목적은 원래 연애가 아니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전시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을 뿐. 미술, 디자인, 극장 등을 관심사로 설정하고 평소 좋아하는 예술계 인물들을 팔로 하니 이와 관련 있는 방들이 화면에 보였다. 그중 마음에 드는 곳에 입장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나도 발언권을 얻어 대화에 참여했다. 그런데 발 언하는 이들 중 나와 취향이 정말 잘 맞는 사람이 있었다. 심지어 내가 며칠 전 흥미롭게 본 공연의 후기를 들뜬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방장이 감탄할 정도로 말을 잘하더라.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나니 왠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그의 이름을 검색했고, 마침내 그의 프로필과 연동되어 있는 SNS 계정까지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DM을 보내 클럽하우스 에서 한 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그 이후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전화번호까지 공유했지. 요즘 대부분의 시간을 그와 연락하며 보내고 있다. 취미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큰 호감이 생겼다. 마침 가보고 싶은 전시가 곧 개최되니 이를 계기로 그에게 첫 만남을 제안해볼 참이다. N(33세, 디자이너)

 

데이팅 앱으로 만났습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데이팅 앱을 사용하진 않으려고 했다. 깊은 인연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말을 적지 않게 들어봤거든. 그런데 코로나19로 마음껏 밖으로 나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없으니 너무 심심하더라. 고민 끝에 데이팅 앱을 켜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찬찬히 살펴봤지.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성들의 프로필 사진이 화면에 떠 하나씩 확인해봤다. 그때 외모가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발견하고 말았다. 망설임 없이 호감을 표시했더니 곧 그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물론 낯선 사람인 만큼 처음에는 경계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더라. 어쩌면 내가 데이팅 앱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은 이후부터는 밤에 영상 통화를 하거나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단둘이 밥을 먹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데이트를 하다가 얼마 전부터 진지하게 교제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실제 지인들이 주선해준 소개팅에서 만난 이들보다 더 좋은 인연이라는 예감이 든다. 요즘 솔로인 친구들에게 데이팅 앱을 한 번 사용해보라고 추천 중이다. L(29세, 자영업)

 

중고 거래가 맺어준 사랑

학교 앞 원룸에서 자취하는 내게 중고 직거래 앱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필요한 물건들을 가까운 거리에 사는 사람들과 저렴한 가격에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 앱을 통해 사랑까지 얻었다. 그 계기는 앱에서 발견한 예쁜 운동화.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제품이 나와 있어 판매자에게 곧바로 거래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저녁, 약속 장소에 갔을 때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 발에 맞는 사이즈라는 걸 확인했으니 분명 판매자가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거든. 그는 당황한 나를 가만히 보더니 운동화를 건네주었고 거래는 빠르게 성사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거래 후기를 남기기 위해 앱에 들어갔더니 판매자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더라. 여동생이 신던 운동화인데, 더 이상 필요 없다고 하길래 대신 판매하게 되었다고. 그 이후 자연스레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번호 교환과 만남까지 이어졌다. 집이 서로 가까우니 동선이 겹쳐 우연히 몇 번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밝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도 들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그가 내게 관심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로부터 반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 중고 거래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C(23세, 대학생)

 

오픈 채팅이 남긴 교훈

대학을 졸업한 후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줄어들었다. 마지막 연애가 끝난 지도 오래되었고. 어느 주말, 무료한 기분에 과거의 메시지들을 훑어보다가 우연히 오픈 채팅방 목록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내 시선을 사로잡더라. ‘20~30대 서울 직장인 친목 모임’이라는 방 제목을 보고 망설임 없이 입장했지. 50여 명이 함께 있는 채팅방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를 반겼다. 며칠 동안 알람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오고 갔고. 그런데 그중 한 사람에게 유독 마음이 가더라. 채팅방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주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 소심한 탓에 직접 호감을 표시하진 못했는 데,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그가 내게 일대일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화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면서 말이다. 그 이후 단체 채팅방 대신 그와 단둘이 있는 채팅방에서 나의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그를 직접 대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만나자고 했을 때 나를 충격에 빠뜨린 그의 대답. “솔직히 직접 만나고 싶진 않아요. 이렇게 대화만 해도 좋지 않아요?” 그래,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K(31세, 공무원)

 

목소리 너머의 연인

잠이 잘 오지 않는 새벽마다 앱을 통해 라디오를 듣곤 한다. 진행자가 차분하게 들려주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거든. 그 소소한 행복이 연애로 이어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듣게 된 날, 본능적으로 이끌렸는지 바로 알림 설정을 해 그가 진행하는 모든 방송을 챙겨 보기 시작했다. 비록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청취자의 사연을 정성껏 읽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따뜻한 심성이 느껴져 자연스레 호감이 생기더라.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방송이 아닌 SNS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는 실제 만남까지 이어졌는데, 그가 내 앞에 나타난 순간 목소리만큼이나 수려한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나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 덕분이었는지 우리는 곧 연인이 되었다. 그와 함께하는 데이트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적어도 그가 숨겨왔던 진면목을 드러내기 전까진 말이다. 교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사소한 일들에 쉽게 짜증을 부렸고 약속을 이유 없이 깨뜨리기 일쑤였다. 내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접한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나 싶더라. 만난 지 1백 일도 안되었을 때였나, 내게 언성을 높여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전부 식어버려 그 자리에서 이별을 고했다. 역시 사람은 직접 만나봐야 한다. L(28세, 회사원)

 

인스타그래머블한 연애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예쁜 카페를 찾아보고 직접 방문하는것을 좋아한다. 예전에 해시태그를 검색하며 ‘신상 카페’ 구경을 하다가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의 사진만 골라 업로드해놓은 듯한 계정을 발견했다. 한동안 그 계정을 참고하며 카페 투어를 다니곤 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페뿐 아니라 계정의 주인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이런 공간은 어떻게 찾는지, 카페 이외에는 뭘 좋아하는지, 연애는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지더라. 그러다가 용기를 내 그에게 DM을 보내며 말을 걸었다. 다행히 그가 내 사소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 준 덕분에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쯤,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하더라.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카페를 하나 찾았는데, 같이 가보면 어떨까요?” 그게 바로 우리의 첫 데이트였다. 실제로 만난 그는 피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큼이나 멋진 사람이었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보니 우리 사이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만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 카페에 갈 때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남길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J(27세,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