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이즈나이스 by 장진아

봄 채식 요리 비건 식단 베지테리언 베이스이즈나이스 장진아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하며 한국 채소 맛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 장진아 대표는 반찬이나 곁들이는 음식 정도로 여겨온 채소 요리가 메인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채소 요리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 식탁에는 늘 채소가 있어요. 채소 각각이 지닌 풍미와 질감, 식감 등을 해치지 않고 간결하게 조리하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거든요. 채소 하면 샐러드를 먼저 떠올리는데 생채소만 먹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죠. 덜 먹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는 채소만으로도 부족함 없는 든든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하도록 채소밥을 고안했다. 동물성 스프레드인 파테를 채소로 만들고 이를 밥 위에 바른다. 이처럼 채소에 접근할 때 고정관념을 깨려고 시도하는 것. 우리에게 익숙한 주식의 형태는 갖추되, 채소의 다양한 맛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공을 들인다.

 

채소칩을 올린 시금치 요거트 볼 “우리에게 친숙한 시금치를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그러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아침 식사로 구성해봤어요. 생각보다 만들기 아주 쉬워요. 시금치를 살짝 데쳐 물기를 꽉 짠 뒤 올리브 오일, 유기농 올리고당, 소금으로 더하면 시금치가 품은 향과 단맛은 그대로 남아 있거든요. 잘 갈아 요거트에 섞으면 완성이에요.”

구운 줄기콩과 라디치오, 연근칩을 올린 채소밥 “맛간장으로 간을 한 잡곡밥 위에 구운 줄기콩과 라디치오를 올리고, 바삭한 식감을 내기 위해 연근칩을 더했어요. 다양한 채소를 썼지만 이 요리의 주인공은 줄기콩이에요. 섬유질이 많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콩이죠. 적당히 구워 줄기콩이 지닌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렸고요. 곁들인 라디치오 특유의 쌉싸래한 맛도 먹는 즐거움을 더해요.”

김과 피칸 파테를 올린 채소밥 “이 요리는 베이스이즈나이스에서도 드실 수 있는 메뉴예요. 추청 쌀과 유기농 찹쌀, 블랙 렌틸콩, 발효 귀리, 약용 귤껍질을 섞어 밥을 지었어요. 담백하고 고소한 곡물 속에서 귤껍질의 향이 은은히 올라와요. 김과 버섯, 피칸을 갈아 간장으로 간을 한 다음 천천히 조려 만든 채소 파테를 밥 위에 발랐어요. 그 위에 직화 구이로 향을 최대한 살린 단호박칩을 올렸고요. 호박과 피칸, 귤껍질까지 겹겹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근사한 한 끼 식사입니다.”

 

 

 

발효식료품 카페 큔 by 김수향·정성은

봄 채식 요리 비건 식단 베지테리언 발효식료품 카페 큔 김수향 정성은

 

카페 ‘수카라’를 15년 동안 운영하고 마르쉐 농부시장을 기획해 가는 과정에서 미생물 가득한 좋은 흙이 키워낸 다양한 채소들을 만나게 되어 함께 큔을 만든 김수향, 정성은 대표. 자연스럽게 이들의 메뉴에서 동물성 식재료들이 하나씩 빠지게 되면서 채소 기반의 메뉴들이 꾸려졌다. 그 과정에서 채소를 사용하되 동물성 재료 특유의 감칠맛을 낼 방법을 고민하던 중 발효를 만나게 됐다. 지난 10여 년간 워크숍을 통해 미생물이 만들어주는 일차적인 감칠맛을 연구하고 , 전세계 발효의 지혜를 배웠다. 큔에서 이들이 직접 연구하고 발효한 여러 식료품과 조미료를 구입할 수 있다. “계절마다 자연스럽게 당기는 식재료가 있잖아요. 인간도, 식물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래요.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우리 몸이 원하는 식재료가 딱 필요한 계절에 나요. 그래서 제철 음식이라는 개념이 나온 거고요.” 철에 맞는 다양한 채소를 선보임과 동시에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데도 고심한다. “채식을 하면 단백질은 물론 칼슘이나 비타민 D, 비타민B12, 아연, 철분 등의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쉬워요. 부족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풀잎낫토와 발효 버섯, 우메페스토 핫 샌드위치 “큔의 메인 메뉴라고 할 수 있어요. 영양의 균형을 고려해 메뉴를 구성하게 되는데 낫토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철분도 보충해주거든요. 국산 콩 낫토와 누룩 간장 발효 버섯, 우메페스토를 넣고 구운 샌드위치입니다. 곁들이는 수프와 채소 요리는 철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오늘은 비트 수프를 함께 준비했는데 쌀 누룩으로 발효한 소금으로 감칠 맛을 더했어요. 계절에 맞춰 채소 요리는 양배추를 사용했고요. 제주에서 키운 양배추 위에 콤부차 발효 피클을 다져 만든 소이 마요네즈 소스를 올렸습니다.”

발효 양배추 두부 타코라이스 “큔에서 판매하지는 않지만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집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입니다. 중요한 건 두부예요. 한 번 얼린 두부를 녹여 물기를 꽉 짜 찢으면 보송보송한 식감이 마치 닭고기 같거든요. 찢은 두부를 양파와 함께 볶다가 토마토를 넣어요. 조금 매콤하게 하려면 고춧가루를 더하면 돼요. 취향에 따라 큐민 등 향신료를 넣어도 좋고, 채식하는 사람들이 보충하면 좋은 견과류를 듬뿍 올리길 추천합니다.”

구운 채소와 비건 발효 버터 카레 “비건 발효 버터와 두유 요거트, 캐슈넛 요거트와 홀 스파이스를 넣은 토마토 베이스 카레를 5시간 동안 끓여 준비하고 여섯 가지 채소와 템페를 구워 곁들였습니다. 갓 겨울을 난 이른 봄이니까 우엉과 연근 등 뿌리채소와 함께 제철이라 맛있는 잎마늘과 방울양배추를 올렸고요. 해남 쌀로 지은 잡곡밥과 콤부차로 발효한 작은 순무 피클을 곁들였어요.”

 

 

 

천년식향 by 안백린

봄 채식 요리 비건 식단 베지테리언 천년식향 안백린

 

채식은 좋지만 채식이 지닌 금욕적 분위기에 불편감을 느낀 안백린 셰프는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지만 맵고 짠 자극적인 맛, 기름진 맛을 지닌 채식 메뉴를 창작하기 시작했다. 진지하고 어려운 채식 말고 유쾌하고 자극적인 채식 경험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채식 하면 왠지 차를 곁들여야 하고, 요가나 명상을 해야 할 것 같은 고정된 이미지가 있잖아요. 완벽한 비건이 되어야만 할 것 같고요. 밤에 와인 바에서 방탕하게 채식을 먹으면 안 될까 하는 반발이 생기더라고요. 공고한 장벽을 없애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채식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원칙은 있다. 비름나물 줄기를 제외하고 채소의 모든 부분을 버리지 않고 알뜰히 쓰며, 콩으로 고기 맛을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 콩고기를 다섯 번에 걸쳐 불렸다 짜기를 반복한다. 버터, 치즈, 크림 소스를 콩과 견과류, 코코넛으로 직접 만드는 등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비욘드 미트 마라 떡갈비 “채식이라고 해서 밍밍한 맛만 있는 게 아니라 매운맛, 짠맛, 단맛, 기름진 맛 등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요리예요. 콩과 버섯 등을 다지고 잘게 썬 양파, 파, 참기름, 간 마늘을 넣어 떡갈비 형태로 빚은 뒤 버섯, 고구마, 양배추와 마라 소스를 더했어요.”

헤이즐넛 마카다미아 발로나 유기농 쿠키 “바삭한 쿠키와 꾸덕꾸덕한 스콘의 중간 정도 되는 식감을 내고 싶었어요. 달걀 대신 두부를 넣고, 콩과 코코넛 오일로 직접 만든 버터, 칡 전분으로 쫀득한 식감을 살렸죠. 발로나 초콜릿과 헤이즐넛, 마카다미아까지 넣어 극도로 농축한 맛을 냈어요. 이런 식재료는 웬만한 고기보다 값이 비싸요. 아무래도 비용 때문에 만들어 판매하지는 않지만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메뉴예요.”

연시 초밥 플래터 “쫄깃한 식감을 살리려고 만든 요리예요. 연시를 이용해 참치와 연어의 중간 정도 되는 식감을 내려고 했고요. 말린 연시를 비트와 참기름에 절여 초밥처럼 만들었어요. 한 접시에 아보카도와 와사비 아이올리 소스, 김과 표고버섯을 놓았는데 여러 재료가 한데 잘 어울리는 요리에요. 누룩 소금을 넣어 감칠맛을 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