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근사한 함박스테이크, 그릴데미그라스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을 오르고 나면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남산 부근에는 그런 마음에 호응하는 돈가스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만 이전의 멋들어진 경양식 공간은 아니다. 대신 조금 더 걸어 충무로역 부근의 그릴데미그라스로 가볼 것. 남산에 오르는 것이 보다 특별한 경험이었을 시절의 레트로한 공간, 단정하고 완성도 높은 경양식 요리가 준비된 곳이다. 가장 이름난 요리는 ‘함박 스테이크’로 소스 듬뿍, 노른자를 살린 달걀 프라이가 올려져 있고 부드러운 육즙이 가득하다. ‘비후까스’는 얇고 바삭하게 튀긴 큼지막한 돈가스로 깔끔한 맛이 만족스럽다. 식전 빵으로 따뜻한 모닝빵과 감자 샐러드가 준비되는 추억의 접시부터 온전히 즐겨볼 것. 삼청동에서 지금은 오리엔스 호텔 1층으로 이전하였는데 그 시절 배우 윤여정의 단골 맛집으로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소 서울 중구 삼일대로2길 50
문의 02-723-1233

 

 

해산물로만 꾸린 계절 요리, 회현식당

압구정 로데오에 ‘이자카야 이치에’, ‘고료리켄’ 등을 운영하며 풍성한 결의 일식 요리를 선보여온 김건 셰프가 회현동으로 찾아왔다. 전시 공간 ‘피크닉’ 부근에 자리했는데 둥근 곡선이 돋보이는 외관, 무인양품처럼 단정한 느낌으로 꾸민 내부 공간은 전시를 보고 들뜬 기분을 만족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런치는 일본식 밥집처럼 한상차림 한 가지 메뉴만 주문 가능하고, 저녁은 20여 가지 해산물 요리로만 꾸렸다. 전복 한 마리가 큼지막하게 올라간 밥, 바지락 된장찌개, 참치, 방어, 도미 등의 생선회와 구이, 튀김, 절임 반찬이 골고루 차려진 점심 한 상차림은 예약이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되는 맛. 접시마다 계절을 표현하는 재료가 하나씩 숨어있다니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저녁에는 안주가 될만한 계절 생선 요리를 선보여 테이블당 주류를 한 병 이상 주문해야 한다. 예약에 성공했다면 매일 신선하게 준비되는 생선회 다섯 가지, 고등어초절임과 초생강, 파를 얹어 감싼 ‘이소베마키’, 살짝 데친 대구이리에 미역과 유자폰즈 소스를 곁들이는 ‘시라코폰즈’를 꼭 맛볼 것.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2길 9-8
문의 02-318-8011

 

 

쫄깃한 생면 파스타와 남산뷰, 에그앤플라워

남산에서 해방촌 부근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신흥시장 옆에 진회색 벽돌 건물이 있다. 좁은 골목 사이에 있어 주차가 어렵다는 점이 아쉽지만 일부러 찾아가 먹어볼 만한 생면 파스타와 시원한 뷰가 있다. 맑은 날에는 테라스 너머로 남산 타워가 보이고 이른 저녁부터는 붉게 노을 지는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국내에 생면 파스타 유행을 이끌었던 서래마을 ‘도우룸’ 총괄 셰프를 지낸 윤대현 셰프와 아내 김희은 셰프가 함께 운영하는데 물을 넣지 않고 오직 달걀노른자와 밀가루를 사용해 반죽하고 뽑아낸 생면 파스타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생면 파스타는 식감도 더 쫄깃하지만 소스가 보다 깊이 스며들어 녹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맛을 내야 하는 ‘소꼬리 라구 탈리아텔레’, 이곳만의 레몬 버터소스를 더해 산뜻한 맛으로 마무리한 ‘에그앤플라워 알리오 스파게티’ 등을 추천한다. 감태와 부라타를 조합한 애피타이저 메뉴나 이베리코 갈빗살 스테이크 등의 메인 요리도 맛깔스러워서 와인과 함께 본격적인 이탤리언 디너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 걸음해보아도 좋겠다.

주소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1-549
문의 02-3789-7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