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국 시간 기준으로 4월 26일(월) 오전 10시에 열린다. 올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의 ‘다양성’이다. 특히 그중 여성 감독, 배우, 제작진은 총 70명으로, 역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중 가장 많다. 그중 더욱 눈여겨봐야 할 ‘오스카의 여성’ 5인을 소개한다.

윤여정

오스카 미나리 윤여정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윤여정. 한인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그린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가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 여우조연상 후보로 윤여정의 이름이 올랐다.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일찍이 30여 개의 연기상을 받은 그는 다가오는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수상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마리아 바칼로바, 글렌 클로즈, 올리비아 콜맨,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그와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쟁한다. 윤여정이 수상한다면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2번째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은 아시아계 배우가 된다. 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며 시상식을 기다리고 있다.

글렌 클로즈

오스카 아카데미 글렌 클로즈

<힐빌리의 노래>로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된 글렌 클로즈.

1947년생으로 윤여정과 나이가 같은 배우 글렌 클로즈도 여우조연상 후보 중 한 명이다. <가프>(1982)의 제니, <더 와이프>(2017)의 조안 등을 연기하며 오스카 시상식에서 7번이나 후보가 되었지만 수상자로 호명되지 못했던 그는 올해 <힐빌리의 노래>(2020)를 통해 다시 한번 수상에 도전한다.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한 <힐빌리의 노래>는 저술가이자 사업가 J. D. 밴스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 중 글렌 클로즈는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밴스를 돌보는 강인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얻은 8번째 기회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올라 데이비스

오스카 아카데미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에서 ‘마 레이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와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 ‘레비 그린’ 역의 채드윅 보스만은 남우주연상에, 마 레이니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는 여우주연상에 각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두 후보 모두 흑인 배우인 것은 물론, 비올라 데이비스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흑인 여성 배우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는 <헬프>(2011)에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을 연기하며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현재까지 총 4번 후보로 지명되었고, <펜스>(2016)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과연 그는 이번에도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을까?

클로이 자오

오스카 아카데미 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한 <노매드랜드>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클로이 자오 감독 또한 화제의 인물이다. 그가 동명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노매드랜드>(2020)는 금융 위기로 도시가 붕괴되자 작은 밴을 타고 여정을 떠나는 ‘펀’을 주인공으로 한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이를 통해 클로이 자오는 아시아계 여성 감독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했고,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등 무려 2백여 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는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 후보에 클로이 자오의 이름이 있다.

에머랄드 펜넬

오스카 아카데미 프라미싱 영 우먼

<프라미싱 영 우먼>을 연출한 에머랄드 펜넬 감독과 배우들.

클로이 자오와 함께 <프라미싱 영 우먼>(2021)의 에머랄드 펜넬도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오스카 사상 최초로 2명 이상의 여성이 감독상 후보로 지목된 것이다. 배우, 시나리오 작가, 감독으로서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에머랄드 펜넬은 <프라미싱 영 우먼>을 통해 첫 장편 연출에 도전했고 각본까지 직접 맡았다. 친구가 성폭행을 당하며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으로 힘들어하던 ‘카산드라’가 우정을 위한 복수를 계획하며 시작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은 감독상을 포함해 총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미국작가조합상 각본상 등의 성과를 얻은 바 있는 만큼, 에머랄드 펜넬에게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