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크리에이터 쌍둥이 자매 김선영 김지수

 

같은 일을 시작하다 김선영 의상학과를 나와서 우연찮은 기회에 매거진 <아레나 옴므 플러스>의 어시스턴트가 되었다. 일해보니 디자인보다 적성에 잘 맞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후 다른 매거진에서 어시스턴트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남성복 디자인실에서 일하는 언니에게 추천하면서 둘이 같은 일을 하게 됐다. 김지수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매거진의 패션 에디터로 일하다 그만두고 지금은 ‘ES’라는 팀을 만들어 비주얼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팀 ES 김지수 우리가 취향은 극명하게 다른데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는 비슷하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계속 둘이 합쳐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생을 설득해서 ES라는 팀을 만들었다. 김선영 이름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우리 이니셜에 공통적으로 S가 들어가서 지은 이름이다. 김지 사진가나 작가는 작업물에서 그 사람의 성향이 드러나는데, 비주얼을 만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더 우리만의 것을 찾고 드러내는 것을 신경 쓰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비교적 잘 맞는 사람들과 작업해왔고, 그 덕분에 ‘ES답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같은 일을 하는 가족이라서 김선영 누구나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상대가 기분 나쁠까 봐 하지 못하는 말이 있지 않나. 특히 누군가의 작업물에 관해 얘기할 때. 그런데 우린 가족이니까 어떤 말이든 거리낌 없이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 점이 좋으면서도 가끔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이면 참겠는데, 둘이 일할 땐 굳이 말을 해버리는 거다. 김지수 일인데 감정적으로 변질될 때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우리가 뭘로 싸우지? 김선영 너무 많이 싸워서 기억이 안 나.(웃음)

하나인 듯한 둘 김지수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둘이 아니라 한 명이 하는 것처럼 진행된다. 한 사람이 몸이 두 개인 경우라 동시에 촬영과 미팅이 가능하다. 심지어 가끔은 진짜 한 명인 척할 때도 있다. 김선영 언니가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인데, 옆에서 전화하는 걸 듣다가 상대가 당황하겠다 싶으면 내가 언니인 척하고 대신 받아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목소리가 비슷해서 가능한 일이다.(웃음)

 

취향은 다르지만 김선영 취향이 정반대다. 언니가 노멀한 스타일이라면, 나는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선호하는 브랜드도 극명히 갈린다. 언니는 르메르나 질샌더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고, 나는 그때그때 트렌드로 떠오르는 브랜드 살피는 걸 선호한다. 김지수 나는 10년째 비슷한 옷만 입고 다닌다.

같은 방식으로 김지수 일에서는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스케줄을 짜거나 데이터를 주고받거나 시안 작업을 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이견이 거의 없다. 김선영 둘 다 몰아서 일하는 걸 싫어해서 미리미리 스케줄을 짜놓고 그에 맞춰 하나씩 해나가는 식이다.

같은 일 하는 쌍둥이라서 받은 오해 김지수 각자 다른 매거진에서 일할 때 좋지 않은 소문에 많이 휩싸였다. 외모가 똑같다 보니 나를 동생으로, 동생을 나로 오해하곤 알은체하지 않는다고 예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김선영 그 이후로는 일부러 헤어스타일을 서로 다르게 하고 다닌다. 김지수 요즘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경우가 더 늘었다. 얼마 전에는 가발 쓰고 다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서로에게 배울 점 김지수 나도 꽤 꼼꼼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일해보니 동생이 참 부지런하고 꼼꼼한 스타일이다. 매일 잠들기 전에 한 일, 해야 할 일을 손으로 다 적어서 정리한다. 일상생활도 규칙적이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편인데, 그런 부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김선영 나는 사람들과 소통할 때 논리적이면서 단호하게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는데, 언니는 아주 잘한다. 특히 거절하는 거.(웃음) 그 점이 부럽다.

언젠가 우리 둘이 김선영 얼마 전에 자크뮈스가 만든 포토 북 <이미지스(IMAGES)>를 보면서, 우리도 이런 걸 해보자는 말을 했었다. 그냥 자신의 시선에 걸린 이미지들을 아이폰으로 담아낸 사진집인데, 우리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모아서 기록을 남겨보면 좋을 것 같다. 언젠간 우리에게도 의미 있고, 이걸 보는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가족, 동료, 혹은 평생 친구 김지수 사적으로도 일할 때도 늘 함께하는 데다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그래서 가족이지만 가끔은 평생 친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뭘 해도 잘 맞는, 일할 때도 놀 때도 함께 하는 친구 사이. 김선영 따로 말을 안 해도 서로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싫어하는지 다 아니까 둘이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김지수 앞으로 같이 잘 나아가고 싶다. 건강하고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