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 컬러 보디수트, 시스루 스커트 모두 렉토(Recto).

많은 이들이 혜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길 바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평가해보면 대중에게 혜리라는 캐릭터는 주변에 있을 법한 편한 사람 같아요. 저 역시 동의하고 그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고요.

친숙함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요? 친숙하게 소비되는 것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고민도 했었어요. 대중에게 꾸준히 모습을 보여야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어쩔 수 없는 고민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고요. 이 고민이 크게 남아 있었다면 스스로 길을 못 찾았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데뷔 제안을 받았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망설였던 거예요? 연예인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니 정해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어요. 게다가 전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연예인? 내가? 으잉?’ 하고 말았지요. 걱정하고 망설였다기보다 애초에 나는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연예인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죠. 그러다 차츰 마음이 열렸어요.

어때요? 잘한 결정 같아요? 그럼요. 많은 사람에게 관심 받고 사랑받는 일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제 추측이지만 아마도 세상의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의 관심과 사랑, 칭찬에 즐거워한다고 생각해요. 학생으로만 살았다면 이만큼 큰 사랑은 못 받았을 거예요. 물론 그 속에 칭찬만이 아니라 질책도 있지만 그 역시 받아들여야 하고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 들으면 신기해요. 어리고 밝은 이미지라 그렇게 안 보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도 강하다는 동의해요? 잘 받아들이고, 잘 인정하고, 잘 넘기는 것 같아요. 그게 강한 거라면 강한 건데.

적어도 칭찬이건 질책이건 회피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 같아요. 과거 어느 때에는 피하려고도 했던 것 같아요. 회피하는 게 당장은 편하니까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피하는 게 외려 더 불편하더라고요. 뒤늦게 부정적으로 돌아오는 게 더 커요. 그걸 느끼고 난 뒤로는 인정할 부분은 받아들여야 타격이 덜하다는 걸 알았어요.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모른다고 얼버무리는 식의 대응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물론 인간관계나 일상생활에 좋을 게 하나 없더라고 요.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요.

화이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데님 팬츠 시스템(System), 시스루 트렌치코트 버버리(Burberry).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그 기준 하나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어요. 명쾌한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왜 이 일을 계속 할까’ 하는 질문에 대한 내 식의 대답이에요. 좋은 사람들이라면 회사의 매니저일 수도 있고 촬영 스태프이거나 걸스데이 멤버들과 팬일 수도 있겠죠. 이 사람들과 재미있게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주변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데 성과는 좋다고 한다면 그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중에게 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될까 의문이 들어요. 내가 즐겁지 않은데 즐거워 보일까요? 나라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내가 즐거워야 대중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봐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일까요. 촬영 전 혜리 씨 스태프들로부터 ‘혜리 미담’을 들었어요. 어떤 기분이냐 하면, 오늘처럼 촬영을 한다고 하면 한 컷 마치고 스태프들은 먼저 메이크업실로 들어가 있잖아요. 전 남아서 촬영 컷들을 모니터하고 다시 준비하러 한 발 늦게 들어가고요.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열 명의 스태프가 동시에 모두 저를 봐요.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요. 이런 순간들이 일상인데 중심에 있는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해 버린다면 스태프들은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저와 함께라면 그런 의심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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