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테가 베네타의 니트 클러치 백. 2 통기성이 뛰어난 토즈의 니트 에스파드리유 슈즈. 3 바캉스 시즌에 제격인 프라다의 백. 4 미쏘니의 컬러풀한 니트 버킷 햇.

올여름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니트로 스타일링해도 좋다. 지금까지 니트하면 울이나 캐시미어로 촘촘하게 짠 겨울옷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완성한 니트가 생겨나며 봄과 초여름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니트는 어떤 실을 어떤 기법으로 짜는지에 따라 디자인과 계절감 등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진다. 최근 마치 컵 받침을 이어 붙인 듯 아티스틱하고 정교한 표현이 가능한 크로셰 니트부터 두꺼운 실로 성글게 엮은 니트 까지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레트로와 빈티지가 거대한 유행으로 떠오르며 함께 급부상한 니트 소재가 현재 얼마나 핫한 트렌드인지는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패션계에 오직 니트만으로 컬렉션을 채우는 신인 디자이너들이 등장했을 정도다.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딸로 이름을 알린 모델 겸 디자이너 엘라 엠호프(Ella Emhoff)가 운영하는 브랜드도 크로셰 제품으로 트렌드를 선도한다. 할머니 옷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사랑스러운 색깔의 옷들은 디자이너 특유의 쿨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또한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 크리스탈 파니아과(Krystal Paniagua)는 오직 니트만으로 구조적이고 아티스틱한 룩을 선보이고 있으며, SNS에서 이목을 끈 브랜드 하우스 오브 써니(House of Sunny) 역시 컬러풀한 니트 카디건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우스 브랜드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올해 초 피터 뮬리에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한 알라이아를 그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고 궁금해한 그의 첫 컬렉션은 다름 아닌 니트를 포함한 스포츠웨어였다. 그가 알라이아에서의 첫 행보로 선택한 ‘릴랙스 니트’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만든 실로 제작했으며, 니트라는 소재가 얼마든지 기능적인 측면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밖에도 최근 보테가 베네타가 선보인 컬렉션 ‘살롱 01’은 대부분이 니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일부는 가죽을 니트 기법으로 엮었다). 컬러풀한 옷은 물론 가방과 슈즈 등 액세서리까지 모두 니트로 제작한 이 컬렉션은 출시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구찌, 토즈, 펜디, 발렌티노 등 많은 브랜드에서는 니트를 활용한 아이템을 선보이며 여름 니트를 어떻게 스타일링해야 하는지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든 이유를 떠나서라도 여름 니트를 즐겨 입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한여름 그 어떤 옷차림도 단숨에 바캉스 룩으로 만들어주며, 슬리브리스 원피스에 성글게 짠 니트 톱 하나만 더하면 아주 쉽고 간단하게 드레스업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팬데믹 시대의 패션으로 가장 중요한 미덕인 편안함을 갖춘 것은 물론이거니와 부드럽고 통풍이 잘되며 아주 가볍기까지 하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