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 파일로(Pheobe Philo).
그의 이름을 모르는 여성이 얼마나 존재할까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셀린느(Celine)의 수장이었던 그는
수 많은 숭배자(?)를 거느리고 있죠.

여성들의 옷장에 ‘필수’로 여겨지는 것들에
피비 파일로 특유의 과감한 재단,
남다른 색 조합이 더해져
누구라도 도전해보고 싶은,
소유하고 싶은 옷을 만들던 그.

여성에게 옷으로 힘을 실어 준다는 것을
옷 그 자체로 증명해보인 몇 안되는 디자이너 중 하나죠.

그가 드디어 3년 여 만에 패션계로 돌아옵니다.
LVMH와 함께 개인 브랜드론칭한다는 소식이 들렸죠.

보도자료에 따르면 피비 파일로의 브랜드는
‘이례적일 정도로 우수한 질’의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어떤 컬렉션을 보여줄 예정인지,
컬렉션 구성은 어떻게 될지 등 궁금한 점이 많지만

자세한 내용 2022년 1월에 공개한다고 하죠.

그동안 ‘올드 셀린느’라 불리는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 컬렉션 룩을 살펴보며
그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마음 속에 새겨 보도록 해요.
아, 물론 적금도 들어야겠죠?

2010 RESORT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 데뷔 컬렉션입니다.
과감한 컬러매치와 완벽한 재단이 돋보이는 턱시도 룩과
지금까지 클래식이라 여겨지는 박스 백(Box Bag)을 처음 선보였죠.

 

2010 SPRING SUMMER 

간결한 셔츠, 포켓 디테일의 미니 스커트 그리고 앵클 스트랩 플랫폼 샌들.
말끔하게 넘긴 머리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카키 톤의 색을 이보다 더 시크하게 사용한 디자이너는 많지 않았죠.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여성의 마음을 훔쳤던 건 바로

피날레 인사를 위해 런웨이에 등장했던 피비 파일로의 룩 그 자체였죠.
해당 사진은 당시 정말 다양한 SNS채널에서 공유되었습니다.

2010 PRE FALL

맥시 코트, 새빨간 컬러 그리고 피비 파일로가 사랑해 마지않는 소재,
퍼(FUR)가 처음 등장했던 컬렉션입니다.
특히 재단에 능했던 피비 파일로는
매 시즌 최고의 팬츠, 코트를 선보였습니다.

2010 FALL WINTER

자로 잰 듯 완벽한 재단의 피코트와 늘씬한 슬랙스
그리고 리본 장식의 앵클 스트랩 슈즈.
강인해 보이면서도 여성성을 잃지 않는
피비 파일로식 옷차림을 잘 보여주고 있는 룩이죠?
심플한 메탈 장식의 클로징외엔
그 어떤 디테일도 없는 시어링 케이프 역시 우아하면서도 강렬합니다.

2011 SPRING SUMMER

가죽, 코튼, 실크, 퀼트 등 다양한 질감의 소재가 모두 등장했던 컬렉션.
그 중에서도 오른쪽 셔츠는 2011년 칸예 웨스트가
코첼라 페스티벌에 착용하고 등장해 큰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photosofkanye

 

2012 RESORT 

과감한 플라워 프린트,
시크하기 그지 없는 실크 파자마 세트,
오버사이즈 버클 장식의 와이드 벨트가 인상적이었던 컬렉션이었습니다.
특히 파자마 셋업과 와이드 버클 벨트는 정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었죠.

2012 FALL WINTER

패션 위크 중 가죽 패널 톱 그리고
새파란 코트를 입은 이를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인상적이었던 건, 정말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이
저 코트를 입은 모습을 봤는데 하나같이 아름다웠다는 것.
피비 파일로는 정말 모든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든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옷이었죠.

 

2013 SPRING SUMMER

전설의 신발들이 대거 등장한 시즌입니다.
털 슬리퍼, 그리고 매니큐어 펌프스가 처음 등장한 컬렉션이죠.
정말 다양한 브랜드에서 비슷한 제품을 많이 출시했지만
오리지널의 힘은 따라올 수 없네요.

2014 SPRING SUMMER

전설의 슬립온이 등장했던 첫 시즌입니다.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유연한 니트 플리츠 셋업이
아름다운 색조합으로 선보여진 시즌이기도 하죠.
적당한 플랫폼, 심플한 실루엣에 다채로운 색과 패턴을 입은 슬립온은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려 꽤 오랜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죠.

2014 FALL WINTER

롱앤린(Long and Lean) 실루엣의 끝판왕이었던 컬렉션.
넓은 카라의 맥시 코트, 니트 셋업 모두 환호를 받았지만,

당시 이 싱글 이어링은 거의 모든 패션 매체에 등장하기도 했죠.

2015 SPRING SUMMER

피비 파일로의 ‘도전의식’이 여실히 느껴졌던 시즌입니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화려한 그래픽 플라워 프린트와
천을 덧대거나, 커트 아웃해 실루엣에 변형을 준 룩이 대거 등장했죠.
그 중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건
고무 밴드가 더해진 발레리나 펌프스가 아닐까 싶네요.

2015 FALL WINTER

밸런스.
스타일링에  있어 피비 파일로만큼 밸런스를 잘 맞추는 이가 있을까요?
지나치게 평범한 스웨터의 슬리브를 극단적으로 부풀려 놓고,
버튼을 풀고 잠궈 실루엣은 물론 옷의 형태와 기능을 변경할수 있는 룩에
새로산 지우개처럼 깨끗한 흰색 슬립온을 매치하는 기술.
각 패턴의 색만 달리한 슬림한 실크 드레스에 지나치게 커다란 가방을 매치하는 감각.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가 열광하는 이유. 이미 너무 충분하죠?

2016 SPRING SUMMER 

우리 모두를 슬립드레스에 열광하게 했던 컬렉션이죠.
집에 있던 속옷마저 달리 보이게 하는 힘. 그게 피비 파일로의 능력이죠.
S/S 시즌에 유난히 더 시크해보였던 앵클 부츠도 크게 주목 받았었습니다.

2016 FALL WINTER

당시 피비 파일로는 백스테이지에서 미디 드레스와 플레어 팬츠를 입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런웨이에도 비슷한 구성의 룩을 한 모델들이 등장했죠.
주름 디테일이 강조된 실크 드레스, 허리 선이 강조된 미니 드레스엔
어김없이 팬츠가 매치되었습니다.
멋을 부리는 것도, 활동이 편한 것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그리고 모든 여성의 뜻을 담아낸 듯 했습니다.

 

2017 SPRING SUMMER

끝내주는 실루엣의 쓰리 버튼 슈트,
이브 클랭(Yves Klein)의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가 거침없이 사용된 드레스,
런웨이에 처음 등장한 클래스프 백(Clasp Bag)과
색이 다른 앵글 부츠, 레이어드 삭스와 함께 스타일링된 스트랩 샌들 등.
소위 말해 ‘히트작’이 대거 등장했던 시즌입니다.
그리고 진주 귀고리.
우리는 아마 이때부터 진주를 색다르게 바라봤는지도 모르겠네요.

2017 FALL WINTER

2017 가을/겨울 시즌, 드디어 이니셜 펜던트가 등장합니다.
매장에서 도저히 구할 수 없어 실시간 리셀링 가격이 역대급으로 높았던 제품이기도 하죠.
그리고 수 많은 타 브랜드에서도 이니셜 주얼리를 론칭하게 된 계기기도 하고요.

물론 이처럼 죽을 때 까지 입고 싶은 완벽한 슈트도 등장했습니다.
뾰족한 앞 코를 자랑하는 앵글 부츠와 함께 말이죠.

2018 SPRING SUMMER 

베이지 색을 이렇게 아름답게 사용했던 디자이너가 있었을까요?
긴 테일(tail) 디테일의 크롭 재킷, 마치 낙하산을 펼친 듯한 재킷과 랩 스커트.
여기저기 더해진 백색과 붉은색.
시크한 색조합의 삭스 부츠(socks boots)와
피비 파일로 식의 어글리 스니커즈(ugly sneakers).
지금 입어도 손색 없을 시대를 초월하는 멋을 담은 컬렉션.
이게 그의 정규 시즌 마지막 컬렉션이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네요.

2018 PRE-FALL 

피비 파일로의 마지막 셀린느 컬렉션입니다.

그 어떤 컬렉션보다 ‘갖고 싶은’게 많았던 시즌이기도 했고.
모두가 그의 사임 소식을 접하고 셀린느 매장으로 달려가 사재기를 했던 시즌이기도 하죠.

거칠고 위험한 일을 하는 현장에서나 신을 법한 두껍고 투박한 부츠나
스키룩에서나 봤을 법한 몸에 딱 붙는 후드 티셔츠를 슈트에 매치하고,
처음으로 로고가 강조된 토트백도 선보였죠.
그리고 메탈과 진주가 어우러진 드롭 이어링도 이 시즌에 출시되었습니다.

피비 파일로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새삼스레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규 시즌 PRE-FALL 과 RESORT 로 구분되는 중간 시즌에도
하나 버릴 게 없는 룩들이 등장했죠.
게다가 모두 오늘 당장 입어도 무색할 옷이었습니다.

‘아, 그때 저건 왜 안 사뒀을까?’
라는 생각이 쉼 없이 뇌리를 스치는 경험이었네요.
그 때 사서 아직까지 잘 입고 들고 쓰는 것들도 있고요.

이렇게나 빈틈없는 컬렉션을 보여줬던 그가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오늘부터 버팁니다.
어쩜 우리 처음으로 저축을 시작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