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든 트레이시
(Brendan Tracey)

펑크 밴드의 보컬, 라디오국의 기자이자 디렉터를 거쳐 내추럴와인 제조에 빠진 브랜든 트레이시가 만든 동명의 와이너리. 그는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펑크 음악에 빠져 살던 그때의 열정과 에너지를 담아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완벽하지만 지루한 방식보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슬아슬하지만 흥미로운 방식에 기대어 와인을 만드는 브랜든 트레이시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브랜든 트레이시를 만든 브랜든 트레이시.

 

환영합니다. 저는 와이너리 브랜든 트레이시(Brendan Tracey)를 만든, 브랜든 트레이시입니다. 이 짧은 소개에서 알아챈 이들이 있을 겁니다. 와이너리 브랜든 트레이시는 곧 저이고, 이곳에 대해서 설명하는 건 제 얘기를 하는 것과 같아요. 저만의 철학과 방식으로 만든 와이너리이기에 이름을 짓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저는 프랑스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평생 두 나라를 오가며 살았어요. 제 첫 번째 직업은 록밴드의 보컬이었어요.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던 1970년대 말, 우연찮게 멕시코 몬테레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행하던 펑크록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당시 친구 브라이언(Brian)이 베이스 연주자로 있던 밴드 ‘The Insults(모욕이라는 뜻이에요)’에서 보컬을 찾고 있었고, 오디션을 통해 밴드에 합류했어요. 사실 저는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당시 펑크록에선 완벽한 실력보다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와 솔직함이 더 중요했어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이 펑크 철학은 와인을 만드는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되었어요.

미국에 머무는 동안 밴드로 활동하다 1980년대 초반 프랑스로 돌아와 결혼을 하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블루아(Blois)라는 작은 동네에서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했습니다. 이름은 PLUS FM이었고, 저는 그곳에서 쇼를 진행하거나 디렉팅 하거나 기자 역할을 맡았어요. 와인에 빠지게 된 건 다양한 프로그램을 디렉팅 하며 만난 제조자 덕분이었어요. 오가닉 와인의 선구자라 불리는 티에리 푸젤라트(Thierry Puzelat)를 비롯해 파스칼 시모누티(Pascal Simonutti), 미셸 오게(Michel Augé), 필립 테시어(Philippe Tessier), 디디에 배루예(Didier Barrouillet), 장 피에르 로비노(Jean-Pierre Robinot) 등 제가 사는 지역의 내추럴 와인 운동의 선구자들을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많았거든요. 내추럴와인에 대해서 생소한 여타의 이들처럼 저 역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이들을 계속 만나고 와인을 시음하면서 일종의 계시를 받은 듯 내추럴와인에 빠지게 되었어요.

 

루아르 지역에 있는 트레시이의 포도밭.

 

그렇게 27년간 이어오던 라디오 일을 그만두고 와인 제조를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위에 언급한 선구자 티에리 푸젤라트(Thierry Puzelat) 도제식 교육을 받은 거죠.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학교에서 이어온 전통 방식이 아닌 새로운 내용들을 가르쳐주었던 거였어요. 제게는 그게 펑크록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충격이었어요. 티에리는 포토밭에 제초제나 살충제를 전혀 쓰지 않고 아황산염을 발표 또는 최종 단계에 첨가하는 방식을 알려줬어요. 우리는 과일 향을 온전히 담기 위해 손으로 포도를 따서 조심스럽게 통에 담고, 송이째로 부분적 탄산 침용 방식을 적용했어요. 어떤 여과나 정제 장치도 없이요. 이 방식의 제목을 짓는다면 ‘첨가도 추출도 하지 않는다’가 되겠네요.

티에리에게서 배운 방식과 저의 철학을 담아 만든 와이너리 ‘브랜든 트레이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연에 대한 겸손과 존경을 지니는 것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건 자연이지, 내가 아니거든요. 저는 그저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간 포도즙이 싱그럽고 황홀하게 완성되는 과정에 최상을 조건을 제공할 뿐입니다. 그 밖에 또 다른 원칙이라고 하면, 새로운 것에 뛰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제조자를 와인 제조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둡니다. 기계와 첨가제, 과학 기술 덕분에 제조자가 완전한 통제권을 쥐게 된 거죠. 이런 제조자 아래서는 아주 명확하고 완벽한 와인이 탄생할 수 있어요. 다만 뻔하고 지루하다는 게 문제죠. 저는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이유로 지루한 루틴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펑크 음악을 했을 때처럼 솔직하고 에너지 넘치게, 사람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와인을 만듭니다. 그게 재미있잖아요.

 

브랜든 트레이시는 17세기에 석조 창고로 쓰였던 건물을 양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브랜든 트레이시의 와인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식은 음악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저는 와인을 만들 때 포도의 품종과 큐베(cuvee, 프랑스어로 ‘한통 가득’이란 의미로 와인을 발효 또는 블렌딩하는 탱크를 말한다)에 따라 음악을 매칭합니다. 큐베의 경우 ‘Mellow Yellow’라는 통은 도너번(Donovan)의 곡에서 따온 이름이고, ‘Wah Wah’는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이 썼던 기타 페달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에요. 와인의 경우 브랜든 트레이시의 대표작 ‘뤼들라수와프(Rue de la Soif)’는 19세기 브라타니(Britanny)의 선술집에서 들릴만한 선원들의 노래를 떠올리며 만들었고, ‘퍼즈(Fuzz)’는 1960년대 미국 밴드 음악과 잘 어울릴 거예요. ‘핑크(Pink)’는 다프트 펑크나 저스티스 같은 프랑스 전자 음악가들과 함께라면 더 즐거울 거고요.

이 외에도 와인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해요. 저는 여름엔 정원의 떡갈나무 고목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서 친구들과 와인 마시는 것을 즐기고, 겨울에는 아내와 함께 옛날 음악을 바이닐로 듣거나 넷플릭스에서 좋아하는 시리즈를 보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해서도 편하게 가감없는 감상을 내어놓으며 즐겨 보세요. 제가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고, 저만의 방식대로 와인을 만드는 것처럼요.

 

 

추천 와인

개인적으로 ‘오로 베르드(Oro Verde, 왼쪽)’ 2018년산과 ‘이베르나투스(Hibernatus, 오른쪽)’ 2020년산을 즐깁니다. ‘오로 베르데’는 오르부아 품종으로 만든 건데, ‘슈냉(Chenin)’이라는 품종과 비슷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입니다. 특히 2018년산은 고목 오크통에서 2년 동안 숙성시켜 더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진 버전입니다. 굴과 같은 해산물이나 치즈와 잘 어울려요.

‘하버나투스’는 ‘피노 도니스(Pinear d’Aunis)’라는 품종으로 제조했습니다. 이 품종은 후추의 매콤한 풍미를 지녔는데, 루아르 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품종입니다. 분홍색을 띄지만 가벼운 레드 와인의 맛이 나며, 포도 향 사이로 매운맛이 감돌아 마시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가벼우면서도 톡 쏘는 재미에 빠져 마시다 보면 금새 취하기 좋은 와인이니 조심하세요. 개인적으로 이 와인을 즐길 때는 별다른 페어링 없이 오직 와인만 즐기는 편이지만, 여러분들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도 좋을 것 같네요.

 

수입사 (주)ORW
프랑스, 이태리 등 현지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하여 엄선한 최고의 와인만을 직수입하여 국내 와인바, 레스토랑, 음식점 등에 납품하는 내추럴와인 전문 수입사.

판매처 서울숲 와인아울렛(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포레 지하 1층)
운영시간 11:00 ~ 20:00(매월 1, 3번째 일요일 정기 휴무)
문의 02-403-4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