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길 대불호텔의 유령

대불호텔의 유령

대불호텔은 사람들을 떨어뜨려놓아요. 하나씩, 하나씩, 찢어놓죠.
현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드러내는 거예요.
혼자 남게 되는 것. 나의 이야기를 오직 나에게만 하게 되는 것. -207~208p.

강화길은 여성을 둘러싼 억압적 사회 구조, 일상에 도사리는 폭력 등, 소설보다 서늘한 현실을 스릴러 서사로 담아내는 작가다. 그의 두 번째 장편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은 6.25 전쟁 이후 원한과 상처가 가득한 1950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대불호텔에 모인 네 사람이 겪는 공포스러운 경험을 통해 독자 각각에게 뿌리내린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까지 강화길이 주목해온 ‘혐오’라는 감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을 그려냈다는 점. 그의 작품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화길 | 문학동네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같은 장소에서 언제나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지금이 그리 좋지 않은 시대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어디선가 다정한 대화들이 계속되고 있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버릴 수가 없다. -47p.

어디든 마음 편히 떠날 수 없는 이 시국에 작가 정세랑은 여행 에세이를 냈다. 여행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그가 처음 낸 에세이다. 2012년 5월부터 시작해 9년동안 써내려간 그의 여행기에는 여행지에 대한 황홀한 감상 대신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유의 다정한 시선은 이번 에세이에도 변함이 없이 녹아있다. 정세랑은 책을 통해 작고 사소한 것에서 마주하는 경이로움을 놓치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머무는 그 어디든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정세랑 | 위즈덤하우스

 

 

최은영 밝은 밤

밝은 밤

그녀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재능.
부당한 일은 부당한 일로, 슬픈 일은 슬픈 일로,
외로운 마음은 외로운 마음으로 느끼는 재능. -54p.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을 쓴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 소설. 그는 이번 소설에서 과거를 살던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옮겼다. 증조 할머니에서 할머니, 그리고 엄마를 거쳐 나에게로. 화자인 서른 두 살 ‘지연’에게 닿은 여러 겹의 이야기는 지연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매개로 사랑과 온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은영 |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