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부터 아프리카까지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며, 피지(Fiji) 에서 WHO 인턴 생활을 마치고
런던에서 약사가 된 재이. 유튜브 채널 Wander Jess 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기록하는 그가
들려주는 주말 이야기. 

Jess님의 평소 주말 루틴은 어떤가요?

토요일은 보통 혼자 시간을 보내곤 해요.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알람 없이 오전 10-11시 정도면 눈이 떠지는데,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하이드 파크(Hyde Park)나 리젠트 파크(Regent’s Park) 같은 큰 공원으로 강아지와 산책을 나갑니다. 함께 뛰면서 한바탕 공 놀이를 하고 나면 저도 피곤해져서 바로 낮잠을 자게 돼요.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하기도 하고, 넷플릭스를 보면서 집에서 쉬곤 해요.

반면 일요일은 조금 더 활동적으로 보내요. 평일에 바빠서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가기도 해요. 지난 8월에 영국 프리미어리그 새 시즌이 시작되었는데요, 저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토트넘 핫스퍼의 팬이랍니다. 때문에 토트넘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꼭 경기를 보러 가요.

주말에 자주 가는 런던의 식당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Hatch 77

런던에는 추천하고 싶은 브런치 가게가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 핌리코(Pimlico)라는 동네에 있는 ‘Hatch 77’ 브런즈윅(Brunswick) 있는 ‘Half Cup’에 자주 가요. 두 곳 모두 분위기가 아기자기하고 음식도 정말 맛있는 곳이에요.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학생 때부터 친구들끼리 자주 갔어요. Hatch 77 Smached avocado, Hatch Benedict, 그리고 Super Food Bowl이라는 아사이볼을 추천합니다. 

Half Cup Oreo French Toast라는 특별한 메뉴가 있는데 정말 맛있어요. 음식 플레이팅이 계절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덕분에 마다 새로운 음식점에 가는 것 같아요. 로컬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인 만큼 런던 현지의 주말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에요. 

코로나 전과 후, 주말을 보낼 때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코로나 전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항상 여행을 다녔죠. 런던에서 출발하는 유럽행 항공권이 왕복 5-6만원이어서 정말 열심히 여행을 다녔어요. 코로나 이후,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고 초반에는 정말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웃음) 여행은 제 유일한 관심사이자 취미였거든요.

여행을 못 가니 시간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뭘 할지 고민하다 운전을 배웠어요. 영국은 한국과 비교해 운전석이 반대인 데다 런던 도로가 유난히 복잡해 운전할 엄두가 안 나서 운전을 안 배웠거든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겁이 나기도 했고 지금만큼 운전을 배우기 좋은 시기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년 8월, 인턴으로 약사 일을 시작하며 주말에 운전 연수를 받아 10월에 첫 차를 사게 되었어요.

지나고 나니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당장 떠날 수 있으니까요.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는 런던 근교도 여기저기 많이 다녀왔어요. 운전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또 새로운 방식의 주말 여행 방법을 알게 된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에요.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저는 사람이 많은 시끌벅적한 곳을 좋아하지 않아요. 주말에 친구들과 누군가의 집에서 만나 여유롭게 수다 떠는 것을 가장 좋아하죠. 저희 집에는 발코니가 있어 친구들이 종종 저희 집으로 놀러 오곤 해요.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먹기도 하고, 지난 7월에는 함께 모여서 약사 국가고시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밤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별을 구경하기도 하고요. 소소한 추억이 많은 곳이죠. 최근에는 약사 국가고시 합격 발표 후, 친한 친구가 작은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줬어요. 약대에 다닐 때도 성적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시험에 대한 걱정도 많았지만 합격하고 나니 정말 기뻤어요. 이제 다음 달부터 약사로서 런던 외곽에 있는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어 곧 새 집으로 이사를 갈 예정인데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발코니가 정말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은 요즘, 딱 한 곳만 골라 주말을 보낼 있다면요?

딱 한 곳만 골라야 한다면 남태평양에 위치한 피지(Fiji)를 고르고 싶어요. 2018년에 제가 WHO 인턴을 하면서 3개월 동안 살았던 곳이라 저에게 특별한 곳이에요. 세계 공중 보건 (Global Public Health)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WHO 인턴십 기회는 정말 꿈같은 일이었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인턴십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의료 전문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언젠가 저런 공중 보건 의료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심장이 뛰고는 했죠.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피지에서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숙소에서 지냈어요. 그때 호주에서 온 대학생 친구들과 같이 살았어요. 또래인데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전부 인턴십을 하러 온 친구들어서 금요일에 퇴근하면 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근처 해변으로 여행을 가고는 했어요. 그때 카약, 서핑, 스쿠버다이빙 등 웬만한 해양 스포츠는 모두 즐겼어요. WHO 사무실에서 버스로 1시간 반만 가면 아름다운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는데, 1년에 300일 비가 내리는 영국에서 지내다 보니 언제쯤 다시 그런 곳에서 살까 싶어 피지가 더 많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