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의 여섯 번째 향 ‘포 레스트’ 캠페인 이미지

 

논픽션은 좋아하는 향을 입고 욕실에 머무는 시간을 ‘내면을 돌보는 소박한 의식’으로 정의한다. 향을 매개 삼아 어떠한 허구도 걸치지 않은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음을 전한다. 론칭과 동시에 세계적인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고, 지난 8월에는 직구 플랫폼 센스(SSENSE)와 함께 미국, 캐나다로 진출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가는 중이다. 차혜영 대표는 배우 유아인과 아티스트 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설립해 패션과 문화 예술 분야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9년 11월, 프래그런스 브랜드 논픽션을 선보이며 새로운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논픽션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부산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부산 쇼룸

논픽션 부산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부산 쇼룸

 

먼저 브랜드의 시작에 대해 묻고 싶다. 스튜디오 콘크리트 이후의 행보로 코스메틱 브랜드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평소 완성도 높은 브랜드를 찾고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제품을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낸 사람이나 디테일을 탐구하는 것도.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문화, 예술 집단을 이끌며 여러 아티스트와 교류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특정 카테고리 내에서 완성도 있는 브랜딩 작업을 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향수와 바디용품을 선택한 건 취향과 소구점이 명확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내가 소비자로서 오랫동안 사랑해온 제품군이기도 하고.

‘논픽션(NONFICTION)’은 어떻게 고안해낸 이름인가? 샤워하는 시간은 나에게 굉장히 특별하다. 수많은 사람들과,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핸드폰으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핸드폰과 완벽히 떨어져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아침 저녁으로 물줄기를 맞으며 생각을 비워내고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만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네이밍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이러한 생각을 출발삼아 팀원들과 진짜 삶과 가짜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이름으로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그 생소함이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인이 되리라 생각해 과감히 결정했다.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상품기획, 디자인, 세일즈, 마케팅, SCM(공급망 관리), CS(고객 서비스), 경영지원 등 주요 부서의 구성은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논픽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 다양한 포지션에 채용이 열려 있다. 브랜드에 관심 있고 재능 있는 이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웃음)

브랜딩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매일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 셀프 케어(self-care)의 소중함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에겐 일과 삶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그렇고. 하지만 짧게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논픽션의 향이 그러한 시간을 갖게 해주는 매개가 되길 바란다.

 

 

논픽션 성수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성수 쇼룸

논픽션 한남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한남 쇼룸

 

논픽션은 론칭 이후 순식간에 규모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완성도 높은 브랜딩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빠른 성장의 동력을 근사한 광고 이미지나 디지털 마케팅에서만 찾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브랜드 이미지와 같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 한 것이 핵심이다. 평소 향이나 바디 용품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산업에 대한 분석이나 이해도를 기반으로 접근하기보다 나부터 기꺼이 열광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지난 9월 센티드 솝을 출시했다. 새로운 제품군으로 ‘비누’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물성이 주는 정서를 갖고 싶었다. ‘씻어내는 행위’에 대해 가장 직관적이고 클래식한 상징성을 가진 물건이 비누이지 않나. 발향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샤워할 때는 물론이고 방향 용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사용하지 않은 센티드 솝을 패브릭 파우치 안에 넣어 방에 하나씩 걸어 놓으면 공간에 은은한 향이 밴다.

10월 27일 공식 론칭한 여섯 번째 향 ‘포 레스트’의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인가? ‘포 레스트’는 프랑스의 조향사 바나베 피용(Barnabé Fillion)과의 협업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아침 햇살이 드리운 숲의 내음과 습기를 머금은 살결, 미스터리한 우디 머스크의 이미지가 포 레스트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향수가 단순한 표현의 도구를 넘어 부적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표현했다. 향수를 입는 행위가 마음의 평온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안식처를 만드는 의식과도 같다는 뜻인데,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테스트 기간 내내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 공간과 손목에 ‘포 레스트’를 뿌리고 깊은 호흡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숲을 뜻하는 ‘Forest’와 쉼, 휴식의 ‘For Rest’를 중의적으로 담은 이름처럼,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무형의 향을 시각화 해야 하는 브랜드로서 보틀과 패키지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오랜 공을 들였으리라 생각된다. 기능과 심미적인 부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또한 향을 즐기며 목욕하는 시간을 내면을 돌보는 일종의 의식(ritual)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차갑거나 미니멀한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다. ‘따뜻함’, ‘외할머니집에 놀러간 듯한 포근함’, ‘친근함’과 같은 것들이 패키지와 공간 디자인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는 세일즈를 담당하는 스탭인 픽셔니스트(fictionist)의 애티튜드에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타겟을 설정할 때 성별을 분리하고 싶지 않았기에 남,녀 모두에게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논픽션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NONFICTION 차혜영

논픽션 상탈 크림 바디케어 세트 각 300ml, 7만2천원.

 

한남동과 성수, 부산에 쇼룸을 두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구상할 땐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 앞서 언급한 키워드들로 큰 콘셉트를 구축한 뒤, 제품을 편히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우선 입구에서는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먼저 접할 수 있도록 캠페인 사진을 배치했다. 공간이 좁더라도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도록 세면대는 필수로 설치하고 있다. 매주 생화도 가득 들여 놓는다. 공간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채광이다. 빛이 잘 들고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공간에는 늘 머물고 싶어지니까.

제품부터 공간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로서 브랜드 운영의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가? 브랜드는 상품 기획부터, 세일즈, 마케팅, 고객 관리까지 하나의 선상에서 일관성 있게 움직여야만 한다.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모든 영역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고객에게 진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 먼저 닦아 놓은 길만 걷는다면 새로움은 있을 수 없다. 늘 반문하며 내 선택을 되짚어 보아야만 빠른 속도로 좇아오는 유사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논픽션이 타협하지 않고 관철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평소 ‘브랜드가 멋지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보다, ‘제품의 퀄리티가 좋다’는 칭찬을 더 좋아한다. 감도 높은 콘텐츠로 이목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소비재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의 핵심은 품질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성능을 지닌 물건은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입소문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강력하고 오가닉한 바이럴 마케팅 도구이고. 결국 잘 만든 제품이 브랜드의 장기적인 성공을 이끄는 핵심인 거다. 그러니 품질만큼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

논픽션의 다음 계획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논픽션은 세포라 홍콩, 해외 직구 사이트 센스(SSENSE) 등 해외 주요 리테일 샵에 입점되는 동시에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미주, 유럽까지 더 다양한 국가와 플랫폼에서 논픽션을 만나볼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점차 넓혀갈 예정이다. 현재는 국내, 외 프리미엄 백화점 진출을 두고 논의 중이다. 이르면 연말부터 진행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