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블랙 터틀넥 릭 오웬스(Rick Owen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엠브로이더리 장식 트렌치코트 나체(Nache), 슬리브리스 톱과 레더 팬츠 모두 더 레스(The Less),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촬영은 어땠어요? 초반에는 약간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어요. 혼자 하는 화보 촬영은 처음이거든요. 멤버들 없이 홀로 뭔가를 하는 일이 드물다 보니 날짜가 정해진 때부터 걱정이 컸어요. 첫 컷 찍을 때는 약간이 아니라 아주 많이 긴장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촬영장 분위기가 따뜻해서 생각보다 빨리 긴장이 풀렸어요.

차분하고 고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역시 멤버들 없이 혼자라 이런 성향이 두드러진 거겠죠? 네, 아무래도요.(웃음) 물론 그런 모습도 제 성향 중 하나이긴 해요.

3년 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해맑음, 순수, 차분함’이란 말로 설명했어요. 지금은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차분함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진정성, 신중함이라는 단어를 추가하고 싶어요. 확실히 데뷔 초보다 무게감이 생긴 것 같아요.

2019년에 데뷔했으니 햇수로 벌써 4년 차가 되었네요. 저는 아직도 신인 같아요. 1~2년 차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벌써 4년 차라고 하니까 약간 조바심이 나기도 해요.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할 것 같은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우리만의 길을 가려고 노력해요.

머무는 세계에 적응은 마쳤다고 봐도 될까요?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적응 중이에요. 저는 은퇴할 때까지 적응하고 있을 것 같아요.(웃음) 변화가 잦고 낯선 사람을 계속 만나는 일의 특성이 아닐까 싶어요.

적응력은 좋은 편이에요? 제가 아이스크림도 먹어본 것만 고르는 사람이거든요. 전에는 그때까지 해온 일, 안전한 것만 고수했는데 데뷔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어요. 계속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해오던 일을 뒤엎어야 해서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계속 경험을 쌓아가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이에요.

리더라는 역할에는요? 집에서 막내인 데다 누군가를 이끄는 성향도 아니라고 들었어요. 다른 것과 달리 리더라는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무겁게 느껴져요. 제가 약간 독특한 방식으로 리더가 됐거든요. 연습생 때 멤버들과 저희를 지켜본 회사 사람들의 투표로 뽑혔어요. 만장일치라고 들었는데 막상 뽑힌 저는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예요.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소심하고 내성적이었거든요. 몇 번을 고사하는 와중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누군가가 주저앉았을 때 무작정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리더라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는데, 갈수록 책임감이 더 커져 그런지 어렵네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벨티드 재킷과 팬츠, 하프넥 톱, 슈즈 모두 디올 맨(Dior Men).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그레이 베스트 제이백 쿠튀르(Jaybaek Couture).

 

해보지 못한 일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순간도 있나요? 매 순간 새로운 저를 발견해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하고 그려놓은 제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은 진짜 저를 찾아가는 기분이에요.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즐기는 경우가 더 많아요.

음악적으로는 확실히 다양한 시도를 즐기는 것 같아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팀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보컬 톤의 변화나 작사, 피아노 연주 등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음악적으로는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어요. 개인적인 만족도 있지만,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큰 요인인 것 같아요. 제가 중저음 파트만 하다가 고음 파트를 시도한 적이 있거든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못 하게 될 뻔했는데 악착같이 연습해서 결국 맡았어요. 그만큼 음악적으로는 뭔가를 시도하고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에요.

악착같은 면도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요. 될 때까지 최대한 끈적하게 달라붙는 것 같아요.

지난해에 마무리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두 번째 정규 앨범 <혼돈의 장: FREEZE>를 통해서도 시도하고 얻은 게 많을 듯해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앨범이지 않나 싶어요.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을 못 하게 되면서 무대 위에 서도 뭔가 에너지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물론 그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혼돈의 장: FREEZE> 활동만큼은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쏟아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를 향한 열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이었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화이트 크로셰 셔츠와 팬츠 모두 영앤생(Young n Sang), 실크 셔츠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 진주 네크리스 벨앤누보(Bell & Nouveau).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리본 장식 핑크 오간자 셔츠 프롬 아를(From Arles), 레이어드한 니트 타이 벨앤누보(Bell & Nouveau), 데님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타이드 프릴 장식 재킷과 팬츠 모두 (Munn),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언론에서 K-팝 부문 ‘올해의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됐죠. 이에 따른 성취감도 컸을 것으로 예상돼요.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이게 현실인가 싶고 믿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투어를 못 하니까 우리가 성장하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체감할 길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결과를 통해 그래도 우리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돼 좋아요. 아주 뿌듯했어요.

다음을 위한 동력도 얻었을 테고요. ‘꿈의 장’과 ‘혼돈의 장’을 지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다음 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저희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 이야기에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사운드도 그렇지만 다음이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저 역시 기대가 커요.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위로에 관한 거예요. 제가 음악으로 받는 위로가 크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한 해의 다짐을 다지고 목표를 세우는 시기예요. 올해는 어떤 시도를 계획 중인가요?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한참 바쁜 시기라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을 계획할 시간을 내지 못했어요. 그런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조금 여유가 생기면 천천히 생각하면서 목표를 세우려고 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수빈

 

평소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은 편인가요? 제가 샤워를 오래 해요. 샤워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때 생각을 정리하느라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고, 그래서 이런 감정이 들었고, 이제 이렇게 할 생각이고….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복기하고 정리해요. 요즘에는 바빠서 이런 시간을 길게 갖지는 못하는데, 평소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해요. 예전에는 되짚는 걸 싫어했는데, 억지로라도 시도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됐어요. 무심하게 훌훌 넘기지 말고 짚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반대로 끊어내지 못하던 일이 가볍고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 시간 덕분에 저를 더 잘 알고 좋아하게 됐어요.

오늘은 샤워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할 것 같아요? 걱정 많던 화보 촬영도 생각보다 잘 끝났고, 인터뷰하면서 저를 다시 살피는 시간도 좋았고, 끝나면 안무 수업을 하는데 그 시간도 즐거울 것 같아요. 오늘은 탈 없이 좋은 하루라 여기지 않을까요.

이렇게 자신에 관한 생각을 잘 쌓아두었다가 언젠가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도 좋을 것 같아요.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요. 먼 훗날 일이긴 하지만 나중에 제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보고 싶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 책에 꼭 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데뷔하게 된 과정이 좀 신기해요. 어릴 때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를 꺼리는 애였는데 친구들이 몰래 명단에 넣어서 참여하면서 무대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지금 회사에 지원 메일을 보낸 것도 그 친구들이에요. ‘내가 무슨 아이돌이야’ 하면서 포기했었는데, 옆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메일도 대신 보내준 거예요. 그 와중에 전화번호를 잘못 적었는데 어떻게 연결돼 겨우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어요. 지금도 그 과정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결코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 길인데, 어떻게든 뚫고 데뷔한 셈이니까요. 운명인가 싶어요. 이 얘기가 책의 첫 장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운명을 믿어요? 믿지 않아요. 사실 믿기 싫은 거예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런데 그때 일은 (운명이라고) 믿어야 할 것 같아요. 재미있잖아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