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목도하는 것은 언제나 혼란스럽고, 마음이 아프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고, 이를 알리기 위해 <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팀에게 연락했다.
그들은 키이우에 포탄이 떨어졌을 때, 그곳에 있었다.
키이우가 수도가 된 이후 줄곧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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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타타렌코 인스타그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건 단순히 나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리고는 <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팀이 떠올랐다. 바로 연락했지만, 천년 같은 하루가 지난 후에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은신처를 찾아 안전하게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이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다.
<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편집장인 이리나 타타렌코(Irina Tatarenko)는 세계 모든 <마리끌레르>팀에게 이렇게 전했다.
“이곳은 지옥과 같다. 우리의 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간절히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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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2월 21일,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은 대국민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브랜드 디렉터인 카트리나 라구티나(Katerina Lagutina)는
소셜 미디어에 해당 내용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NATO 연합에 가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썼다.

2월 23일, 사무실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카트리나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다음 날 새벽 4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로 진격했다. 카트리나는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의 절친은 담담한 목소리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친구는 “분명한 날짜와 요일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오늘이 러시아와 전쟁 첫날이야. 내일은 둘째 날이 되겠지”라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2014년 키이우로 이사 오기 전까지 돈바스 지역의 루한쉬(Luhansh)에서 살았다.
그녀는 고향에서 보았던 군인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시청 지붕에서 총격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8년 전 내전으로 겪던 상황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현재 ‘보호’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다만, 사람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모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차분히 규율을 따랐다.
아이들은 은신처에서 울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침착하게 물을 어떻게 공급할지 알아보았고, 지낼 공간을 살폈다.
상점이나 약국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수돗물과 전기는 원활히 공급되고 있고, 잘 되진 않지만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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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팀의 사진가인 리자 프리호코(Liza Prykhodko)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상황을 처음 마주한다면, 모두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문밖으로 한 발 내디디면, 바로 죽는다는 사실도.
처음 사이렌 소리를 들었을 때는 헛구역질이 났다. 그다음 날에는 폭격 소리가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 외엔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사이렌 소리나 폭발음이 들리더라도 내 안전을 말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지금 네가 있는 건물이 무너진 건 아니지?’, ‘가족은 무사해?’, ‘뭐 좀 먹었어?’, ‘우린 이겨낼 거야’, ‘사랑해’ 등과 같은 말들을 주고받았다.”

 

전쟁 첫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기반 시설과 공항만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리자는 폭탄 충격으로 유리창이 부서질 것에 대비해 창문 전체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스카치테이프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평소 같았다면 웃겼을 거다. 하지만 자신이 그 상황에 놓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꽤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리자와 같이 집을 보호하는 데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했다.
리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지금 가진 것이라고는 기도하는 것과 주변 사람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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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정세가 변해가는 중에 전쟁이 진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리자는 이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전쟁은 우리에게도 무서운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8년 동안 내전 속에 살았다.
현재 상황이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런 식으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전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주면 좋겠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세계 모든 이들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주목하고, 논의하는 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비교했을 때, 아주 작은 나라다.
푸틴이 싸우는 것을 멈춘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싸우는 것을 멈춘다면, 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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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우크라이나

세계에서 많은 기구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국민과 정부가 서로를 의지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를 떠나지 않고, 국민들과 함께 전쟁터에 남은 용감한 결정을 자랑스럽게 평가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곳으로의 피난이 아니라 이곳에서 러시아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무기다.”
피신할 것을 제안했던 서방국의 제안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말이었다.

리자는 “정말 무섭다. 화가 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긍심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화가 난다.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대통령과 우리 군인들을 믿는다”라고 했다.
카트리나와 리자에게 볼로디미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군은 그들을 보호해줄 존재이자 구원자이다.

 

리자는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침묵하지 말아달라. 이 상황을 알리는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져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국가는 이 상황을 알리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겐 당신의 지지가 필요하다.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정의롭지 못한 러시아의 전쟁을 멈추기를 촉구하는 일.
작지만 인간으로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