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재킷과 톱 모두 톰 포드(Tom Ford). 브레이슬릿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
김지원 블레이저 잉크(EENK), 니트 슬립 드레스 베르소(Verso), 체인 네크리스 어나더레이어(Another Layer), 이어 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셔츠와 팬츠, 슈즈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김지원 재킷과 팬츠, 벨트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셔츠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김지원 드레스 질샌더(Jil Sander).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블랙 톱 프라다(Prada).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니트 슬립 드레스 르917(LE17SEPTEMBRE), 브레이슬릿 모두 어나더레이어(Another Layer).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종영 한 달 후에 진행하는 인터뷰 화보라니 새롭습니다. 김지원 (이하 지원) 드라마 찍으면서 너무 좋아서 작품이 끝나면 같이 화보를 찍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손석구) 오빠가 필리핀에서 촬영하는 터라 시기가 맞지 않아서 미루다가 조금 늦더라도 함께 뭘 해보기로 했어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죠. 손석구 (이하 석구) 드라마 끝날 때쯤부터 같이 추억할 만한 걸 남겨놓으면 좋겠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어요.

두 사람이 얼마 만에 만난 거예요? 지원 제작 발표회 하고 처음 봐요. 저는 <나의 해방일지> 재방송도 많이 보고, 인스타그램에 오빠가 워낙 많이 등장해서.(웃음) 어제 만난 사람 같기는 해요. 석구 (이)민기와 (이)엘이까지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서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지원 오빠는 필리핀에 있느라 시간 맞춰 방송을 못 봤고 저희끼리는 본방송 보면서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누가 앞뒤 설명 없이 ‘ㅋㅋㅋㅋㅋㅋ’ 하면 오빠는 ‘뭔데?! 뭔데?!’ 하며 엄청 답답해했어요.

배우들이 단체 관람을 했군요. 지원 저희도 풀 버전을 보지 못했던 터라. 추앙 점프 신은 촬영하면서도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못 했는데 이후에 카메라워크랑 편집본 보면서 ‘와, 저렇게 하실 줄 몰랐다. 너무 재미있다’ 했어요. 석구 의외의 편집이 많았어요. 진지할 것 같은 장면을 코미디로 풀기도 하고요. 이상하게 감동적인데 묘하게 웃기기도 한 대표적인 장면이 추앙 점프 신이잖아요. ‘감독님 뭔데, 김석윤 감독님 뭔데’, ‘나 이민 가야 한다’고 했는데 막상 반응이 좋은 거예요. 곧바로 ‘지원아, 다시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 역시 감독님이야’라고 말했어요. 그때는 감독님의 혜안을 미처 몰랐지.

배우들은 작품에 본인의 한 시절을 담는다고 하잖아요. 특정 작품을 생각하면 그 시절의 자신으로 회귀된다고도 하고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자신의 무엇을 보나요? 석구 영화 <범죄도시 2> 촬영하고 단편영화도 연출하느라 몇 달 동안 잠을 못 자던 때에 <나의 해방일지>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얼굴도 망가져 있고, 상태도 좋지 않을 때였는데, 그 점이 오히려 구씨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죠. 사람 얼굴이 서서히 변한다기보다는 어느 순간, 특정 나이에 확 급변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 이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내 얼굴이 아니라 현재의, 나이 먹은 지금의 얼굴로 찍은 첫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 작품들을 보면 참 아기였구나 싶고요. 지원 30대의 첫 작품이거든요. 나중에 보니 ‘내가 저런 표정으로 말했구나’ 하며 새롭게 보이는 얼굴들이 있어요.

종영 한 달이 지나도 두고두고 눈에 밟히는 신이 있다면요? 석구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같이 돈가스 먹는 장면이 되게 좋아요. 구씨가 실존한다면 몇 년 뒤 돌아봤을 때 참 좋은 날이었다고 기억할 만큼 설레는 일이잖아요. 전화번호를 알게 되고, 처음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기다렸다가 같이 돈가스를 먹고 집으로 걸어가는. 그러다 기정(이엘)에게 들키는 그 하루 전체가 다 예뻐요. 지원 저도 역 앞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요. 석구 근데 촬영할 때만 해도 그렇게 감동적인 장면이 될 줄은 몰랐어요. 음악이나 효과 등 편집을 거치면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예쁘게 담겼어요. 찍을 때는 정신없이 촬영했는데. 지원 맞아요. 한 장소에서 여러 신을 섞어 촬영하니까 저는 구씨가 서 있는 모습을 못 봤는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구씨가 미정이를 되게 다정하게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석구 옷 바꿔 입어가면서 이렇게 기다렸다가 저렇게 기다렸다가.(웃음) 미정이 기다리는 장면만 하루에 한 6~7개를 찍었어요.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재킷과 베스트, 팬츠, 슈즈 모두 톰 포드(Tom Ford). 링과 브레이슬릿 모두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
김지원 재킷과 니트 슬립 드레스 모두 베르소(Verso), 스트랩 힐 레이첼 콕스(Rachel Cox), 체인 네크리스 어나더레이어 (Another Layer), 이어 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재킷과 톱,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셔츠와 팬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김지원 재킷과 벨트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재킷과 셔츠, 팬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니트 슬립 드레스와 팬츠 모두 르 917(LE17SEPTEMBRE), 샌들 힐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브레이슬릿과 뱅글 모두 어나더레이어(Another Layer).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방송 후에 실제 역 앞에 찾아가서 인증 사진 찍고, 역 앞 편의점에 들르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지원 거기 가면 토스트를 먹어야 해요. 진짜 맛있어요. 갈 때마다 햄치즈 토스트 먹었어요. 석구 나는 토스트보다는 돈가스. 지원 역 앞 장면 중에 미정이 전철에서 막 뛰어 내려가서 편의점 문 앞에서 구씨를 만나는 장면도 좋아해요. ‘안을 뻔했네. 반가워서’라는 대사가 있는데, 처음에는 오글거려서 둘 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거든요. 근데 예쁘게 찍어주셨더라고요.

그 대사 너무 귀엽죠. 석구 둘 다 오글거리는 걸 극도로 꺼리는 면이 있어서 몇몇 대사는 ‘이거 진짜 촬영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원 ‘넌 날 좋아하니까’ 그 대사. 석구 나는 ‘나 너 진짜 좋아했다’ 그 대사.(웃음) 테이크 끝나면 민망해서 도망갔잖아.

평생 입에 담지 않을 말들을.(웃음) 지원 구씨가 서울로 떠나기 전, 산포 집에서 헤어지는 장면도 좋잖아요. 구씨가 서울 간다고 하니까 미정이 ‘화는 안 난다. 서운하다’라고 말하는 장면. 석구 맞아. 그 장면에서 너 연기 정말 잘했더라. 지원 오빠도 잘했죠. 석구 캐릭터마다 자기만의 베스트 장면이 있거든요. 엘이는 ‘내가 돼줄게, 엄마 돼줄게’ 하는 장면 진짜 잘했고, 민기는 정말 많은데 특히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인공관절 묻으러 가기 전에 친구들과 대화 나누는 장면. 보다가 감탄해서 민기한테 ‘천호진 선생님급으로 잘했다’ 하고 연락했어요. 미정이 장면 중에서는 기정이한테 ‘네가 내 엄마야?’ 하면서 한 번 대들잖아. 그거 보면서는 ‘저런 얼굴도 있었다고?’ 하고 놀랐어요.

본인 장면 중에서는요? 석구 좋다기보다 내 얼굴인데도 처음 본 얼굴이 있어요. 미정이 추앙하라고 하는 장면에서 ‘나한테 없었던 얼굴이 있네’ 싶던.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지’ 싶은 얼굴이요? 석구 그다음 표정인데요. 제가 컷 순으로 다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얘가 나를 무시하나? 어쩌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지? 하다가 묘하게 미정에게 설득되고 동화돼요. 그때 제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약간의 동질감 같은 걸 짧은 순간에 느끼는.

김지원 배우의 힘 때문인지 당장 추앙해야 할 것 같잖아요. 추앙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해야 될 것 같은. 석구 맞아요. 지원이 그거 잘했더라.

오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그거 잘했더라’.(웃음) 지원 ‘그때 몰랐는데 오빠 되게 잘했어요’, ‘오빠 그런 표정이었더라고요’ 하며 서로 추앙하는.(웃음)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톱과 팬츠 모두 디올(Dior), 슈즈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김지원 재킷과 벨트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손석구 재킷과 셔츠, 팬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사랑하는 일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죠? 석구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재차 확인하는 느낌이었어요. 미정의 대사 중에 ‘나 미쳤나 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하는 부분 있잖아요. 사실 이 대사할 때도 지원이가 민망해했거든요. 촬영장에서 제가 ‘나 미쳤나 봐’ 하면 지원이가 ‘왜? 왜?’ 하고 물어요. 그럼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하면서 놀렸어요.(웃음) 근데 저는 그 대사에 완전히 동의해요. 자신을 위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이 드라마가 내내 이야기하는 것 같거든요. 그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미정이 끝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섰다는 걸 보여준 대사고요. 흔히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자신을 믿지 못하고, 누구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스스로를 깎아내리니까. 아마 작가님도 이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원 저는 사랑의 범위가 확장되고 성장하는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상대에게 느끼는 아쉬움이나 바라는 욕심이 있잖아요. 한데 미정이를 보면서 ‘왜 미정이는 구씨에게 술을 사주고, 술을 사러 가자고 말할까. 더 건강한 방법으로 그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거든요. 근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야말로 그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이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돕는 것 같거든요. 그 덕분에 구씨가 모든 걸 정리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미정에게 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누군가를 바꾸는 건 말이 아니라 꾸준한 마음이라는 걸 배웠어요.

맞아요. 이야기 초반의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보면 구씨는 그저 전사를 추측할 수 없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일 뿐이잖아요. 근데 결말에 다다라서는 누군가를 판단하고 단죄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석구 돌아보면 캐릭터와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이 작품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이 시나리오가 이런 이야기구나’ 하고 이해되던 순간은 소위 말하는 평범의 범주 바깥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볼 때거든요. 구씨와 미정이, 미정이 아버지처럼 우울증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 이들이 처한 상황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고, 인식하지 못할 뿐이죠. 그래서 하루하루 잘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 드라마가 앞서 말한 사람들만큼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 진짜 왜 살지?’ 하고 질문하는 시기를 보내 본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깊이 이해되겠죠. 그래서 촬영 초반에만 해도 저도 몰랐던 것 같아요. 점차 촬영을 해가면서 ‘아, 내가 어느 단계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표현이 안 되겠다’ 고 느꼈죠.

아름다운 성장담이기도 하죠. 이야기 안에서 배우들 역시 크고 작은 성장을 체감했나요? 지원 ‘내가 편견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무엇이든 최대한 중립적으로 보려는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아니더라고요. 처음에는 미정이 회사 사람들과 적당히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정이는 왜 저렇게까지 할 말을 다 해야 하지? 모두 서울로 가서 살면 안 되나? 하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작품을 마치면서는 저마다 일상을 살아내는 방식과 힘이 있는 건데 무슨 잣대로 이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나 싶었어요. 그래서 ‘환대하라’는 대사가 좋아요. 석구 예전에는 온전히 내 기준으로만 사람들을 보니까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저 스스로에게 ‘괜찮아, 다 괜찮아’ 하고 이야기했는데, 그 ‘괜찮아’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죠. 괜찮은 게 버거운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확실히 달라진 건 누군가를 쉽게 위로하지는 말자, 어떤 때에는 저 사람은 차라리 지금 혼자 있는 게 낫겠다 하고 지켜보려고 해요. 3남매를 두고 ‘저럴 거면 나가서 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근데 전 3남매가 워낙 착해서 그런 거 같거든요. 어떤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그게 쉬울 수도 있지만, 극 중 천호진 선배님처럼 부모가 곧 무너질 것처럼 보일 때는 떠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민기한테 아직 이야기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창희가 바닷가에서 아버지에게 ‘애정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정말 좋았어요. 지원 진짜 예뻐요. 창희.

이상하게 창희는 내내 생각이 나요. 석구 내 주변에는 창희 팬이 진짜 많아. 지원 저는 기정 언니.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 정도로 실수하고 상처받으면 사람이 위축되고 변할 만한데도 너무 투명하잖아요. 석구 3남매가 가정교육을 잘 받았어요. 순박한 부모님 아래 외지에서 자란 청년들.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는.(일동 웃음) 지원 산포의 자랑이다. 석구 구씨 눈에는 그 3남매가 밉지 않았을 거예요. 지원 서울에서 위선적이고 계산적인 사람들만 상대하다가 산포에 왔는데 창희, 너무 귀엽잖아요. 차 있는 거 알고 바로 ‘형!’ 하며 치대는.(웃음) 석구 그래서 창희한테 롤스로이스를 줄 때 하나도 아깝지 않았을 거야. 얘가 너무 예쁘니까. 소년처럼. 지원 차 망가졌을 때는요? 석구 아무래도 그때는 그 순간 감정이.(웃음) 지원 창희가 혼나는 초등학생처럼 서 있는 것도 너무 귀엽지 않아요? 석구 맞아. 너무 잘했어.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재킷과 톱, 팬츠, 슈즈, 링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김지원 드레스 질샌더(Jil Sander),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재킷과 베스트, 팬츠 모두 톰 포드(Tom Ford).
김지원 재킷과 니트 슬립 드레스 모두 베르소(Verso), 체인 네크리스 어나더레이어(Another Layer).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재킷과 톱, 팬츠 모두 톰 포드(Tom Ford).
김지원 니트 슬립 드레스 베르소(Verso), 체인 네크리스 어나더레이어(Another Layer).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손석구 김지원 나의 해방일지 마리끌레르 8월호

김지원 블레이저와 베스트 모두 코스(COS), 와이드 팬츠 렉토(Recto), 블랙 힐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손석구 재킷과 톱, 팬츠 모두 에르메스(Hermes), 슈즈 프라다(Prada).

 

두 분이 오늘 이 자리에서 종방연을 하고 있는.(웃음) 기정, 창희 다 여기 오셔야 할 거 같아요. 석구 <나의 해방일지>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요즘 세트 촬영을 하고 있는데, 문득 야외 촬영이 무척 그립더라고요. 풀 냄새 맡으면서 찍었거든요. 시골 공기도 좋고.

이렇게 과정부터 결과까지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거 참 희귀한 일이죠? 석구 작품을 시작할 때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우게 되는데 이 작품은 과정 중의 목표만 있었어요. 어떤 관계를 맺고, 경험하게 되는가에 대한 생각뿐이었지 결과에 대한 바람은 없었어요. 물론 잘 안 되면 실망하겠지만 최종 목표는 아니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결과까지 좋으니까. 출연한 작품이 예상했던 상업적인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이 나면 배우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단 말이에요. ‘내가 고르는 작품이 대중성이 없나?’, ‘내가 보는 눈이 좀 낮나?’ 하는. 근데 이 작품을 하며 그런 자기 의심도 조금 거두게 됐죠. 지원 <나의 해방일지>는 모든 스태프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던 프로페셔널한 현장이었어요. 그와 동시에 배려를 많이 받아서 오히려 이 작품으로 내가 추앙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어요. 한 장면 한 장면, 대사 하나하나에 큰 애정과 고민이 담겨 있다는 걸 매번 느꼈어요.

마무리는 해방으로 할까요. 해방에 대해 두 분이 다르게 정의할 것 같은데요. 요즘 어떤 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요? 석구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한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이 제게 해방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이야기하면서 저절로 닿는 생각,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스트레스가 아닌 것 같단 말이에요. 근데 어떤 강박 때문에 노력해서 해내야 하는 생각은 다 스트레스예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도 생각이 많아지고요. 요즘에는 특히 억지로 생각하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생각이 많아진 건 요즘의 분위기 때문인가요? 석구 안 해보는 것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있거든요. 일상과 일의 균형이 안 맞을 때는 뇌를 비워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아요. 지원 저는 백수 기간이어서.(웃음) 요새는 좀 받아들임으로써 해방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떨쳐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방어적인 태도로 나를 지켜야 한다고도 생각했는데, 삶은 어느 정도 행복하고, 또 어느 정도 불행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거 같아요. 행복해야만 해, 좋아야만 해 하는 생각들이 오히려 행복에서 멀어지게 할 때가 있는 것 같거든요. 받아들임으로써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석구 유튜브 강의 같은 걸 좀 봤나 본데? <금강경> 듣는 줄.(웃음) 지원 백수 기간에는 말이 좀 잘 나와요.(웃음)

좋은 대사가 많지만 미정의 대사 중에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 만하잖아. 7초 설레고,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이라는 말 있잖아요. 오늘 그 5분 채웠나요? 석구 저는 그 5분은 혼자 있어야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상적인 편이 아닌데 얼마 전에 비 많이 온 날 집 창문을 다 열어두고 창문 앞에 잠깐 앉아 있었거든요. 좋더라고요. 이렇게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하며 바로 일어나서 다른 일을 했지만. 지원 저는 이 자리에서 5분 다 채운 거 같은데요? 석구 그 이야기 할 줄 알았어. 지원 손석구 배우님과 함께 있는 이 순간.(웃음)

오랜만에 두 사람이 만나 <나의 해방일지> 코멘터리를 하게 됐네요?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새록새록 재미있어요. 석구 제 욕심일 수도 있지만 <나의 해방일지>는 두 달만 보여지고 잊히기에는 아까운 드라마거든요.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좋은 작품인 것 같아서 이렇게 늦게라도 더 알리고 싶어요. 많은 분이 이달 <마리끌레르>를 보시고 <나의 해방일지>를 다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각자 처한 인생의 시기에 따라 이입되는 캐릭터도 다를 것 같거든요. 이 작품의 좋은 점도 볼 때마다 매번 다르게 다가올 것 같아요. 내가 사랑스러워졌으면 할 때 보면 좋은 거잖아?(웃음) 지원 그쵸. 누군가를 위해 밭도랑을 힘껏 뛰어넘고 싶을 때 한 번 더 보셔도 좋고요.(웃음)

 

 


 

손석구&김지원의 화보 B컷을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