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뷰티업계가 고수한 트렌드는 하나였다. 맑고 깨끗한 피부 표현, 타고난 듯 자연스러운 결을 살린 눈썹, 피부 톤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MLBB 립 등 깔끔하고 내추럴한 ‘클린 걸’ 룩이 대세로 떠오르며 너나없이 색조를 덜어내는 데 앞장섰다. 틱톡에서 약 7억 개 이상의 해시태그가 달리며 메이크업 튜토리얼 챌린지가 벌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이 룩은 약간의 한계가 있었다. 피붓결이 곱고 깨끗하지 않으면 특유의 분위기를 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간결해 보이지만, 실은 생각보다 섬세한 스킬이 필요하다는 것 등 여러 애로 사항으로 숱한 뷰티 인사이더들을 좌절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던 와중 이런 고민스러운 문제점을 시원하게 돌파한 사진 한 장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비욘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알려진 서 존(Sir John)이 업로드한 #DOPAMINE GLAM 룩이 바로 그것이다. 이마와 광대뼈를 붉게 물들이고, 퍼플, 그린, 블루 등 평상시에 쉽사리 시도하기 어려운 원색 아이섀도를 눈두덩이에 과감하게 터치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눈가를 강조하면 입술은 누드 톤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메이크업에서 굳어진 관례인데, 이마저 탈피한 붉은 레드 립까지! 그가 선보인 메이크업은 몸을 사리던 그간의 뷰티 트렌드에 짜릿한 반기를 든 셈이었다.

서 존이 컬러풀한 뷰티 룩을 ‘도파민 글램’으로 정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도파민의 생성 과정을 살펴보자. 새롭거나 흥미로운 경험, 즐거운 때를 마주하면 우리의 신경세포는 기분 좋은 자극을 느낀다. 이것의 반복 작용을 통해 뇌가 기억하고, 과거의 행복한 경험과 비슷한 일을 겪으면 도파민이 방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파민 생성은 꼭 신체 활동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옐로나 핑크, 블루, 오렌지 등 밝고 튀는 색상을 볼 때도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이런 점에 착안해 컬러 테라피가 생겨나며, 도파민 뷰티의 근간이 되었다. 서 존의 사진 한 장을 필두로 수많은 아티스트와 뷰티 인사이더들이 줄지어 ‘도파민 뷰티’ 대열에 합류했다.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Lou)는 밝고 통통 튀는 색채를 동화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상적인 일에서 영감을 받아 도파민을 한껏 끌어올리는 메이크업으로 기쁨과 환희를 표현했다.

미국의 비건 크루얼티 메이크업 브랜드 하프 매직(Half Magic)은 인스타그램에 도파민 메이크업을 연출한 뷰티 룩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고, 지지 하디드와 두아 리파 등 트렌드를 이끄는 셀럽들 또한 컬러풀한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도파민 뷰티 룩은 과감해 보이지만, 그 방식과 컬러의 선택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다. 영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틸리 페라리(Tilly Ferrari)는 도파민 뷰티를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컬러 라이너를 꼽았다. “기존의 메이크업 방식에 컬러 라이너 하나만 추가해도 간단하지만 확실한 포인트를 줄 수 있어요. 눈꼬리 쪽을 살짝 빼듯이 그리고, 마스카라를 바르면 손쉽게 완성되죠.” 그의 메이크업 팁을 참고하길. 도파민 뷰티는 아름다움이라는 뷰티 세계의 궁극적인 목적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매끈한 피부 표현, 아름다운 눈썹 같은 획일화된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컬러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눈을 딱 감고 얼굴에 컬러를 과감히 터치해보자. 남들의 시선에서 한 발짝만 물러나도 짜릿한 경험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