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미감으로
파리지앵의 마음을 사로잡은
타투 & 메이크업 아티스트

LILI CHOI
(@lilichoimakeup)

 

“불규칙한 모양이 어우러진 형태를 좋아해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랄까요? 제 작업 방향과도 일치해요.”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며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타투이스트로 활동하는 릴리 최입니다.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메이크업 교육과정을 이수했어요. 졸업 후 우연히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Tom Pecheux)를 만나 퍼스트 어시스턴트를 제안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죠. 그렇게 4년 동안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파리에 계속 머물게 되었고, 경력과 인맥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이곳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체감하는 K-뷰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외국에서 살기 때문에 오히려 K-뷰티의 파워를 더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래 몇 년 사이에 영향력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매일 실감해요. 외국 코스메틱 브랜드가 한국 브랜드를 따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정도니까요.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의 감도와 아이덴티티도 굉장히 다채롭고 높은 수준이라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게 되었어요.

K-뷰티의 경쟁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려주세요. 독특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좀 더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보다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선점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인종을 위한 제품 개발이 필요할 듯해요. 글로벌 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브랜드가 하나같이 내세우는 것이 ‘다양성’인 만큼,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피부 톤에 맞는 색조 제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어요.

타투이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병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업할 때 라인 그리는 것을 유독 좋아했어요. 직선적인 느낌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진 차에 2008년 우연히 타투이스트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라인 타투 작업을 한 것이 계기였죠. 지금은 라인에서 그림까지 확장해 다양한 도안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다양한 컬러와 텍스처를 과감하게 사용한 메이크업을 주로 선보이고 있어요. 작업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천연 원료의 날것 같은 질감, 수묵화의 담담한 분위기, 온화한 자연 등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에서 주로 영감을 얻어요. 질감에서 영감을 받을 땐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느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작업물에도 원물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해요. 꽃을 낯설게 바라본 어빙 펜의 사진 시리즈도 제 오랜 영감의 대상이에요.

최근 작업하며 가장 인상 깊은 때는 언제였나요? 배우 조니 뎁과 함께한 크리스챤 디올 뷰티 향수 광고 촬영이에요. 워낙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결점을 가리기보다 해당 컨셉트에 최대한 맞춰달라고 요구한 점이 무척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졌어요. 배우 개인이 아니라 작업 전체를 생각하는 모습에 무척 감동받았고, 함께해서 영광스러웠죠.

인스타그램을 보면 바쁜 와중에도 밝고 즐겁게 일하는 게 느껴져요. 일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 편인가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일과 취미를 대하는 온도가 비슷하거든요. 그림을 그리거나 여행을 가는 등 취미 생활과 본업 모두 열정을 쏟아부을 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이에요. 그래서 일할 때도 100% 최선을 다하되, 즐기듯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취미 생활을 언급하니 생각나네요. 꽃이나 풀, 나무 등 식물을 그리는 것이 취미이자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유독 식물에 애정을 갖는 이유가 있나요? 식물 잎의 불규칙한 모양이 어우러진 형태를 좋아해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만나 세상에 없던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 안에서도 각각의 개성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작업 방향과도 일치해요. 불완전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죠. 식물의 이런 매력 때문에 언제나 작업의 영감이 되고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 작업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저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라고 권한 분이 아버지예요. 아주 오래전이라 이 분야가 대중적이지 않을 때였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여주시며 제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았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당시에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살아서 그런지, 그 좋아하는 얼굴 꾸미는 일을 직업으로 삼길 원하신 모양이에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셨던 것 같아요. 지금 해외에서 수많은 셀럽과 대형 광고 촬영을 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세요. 몸이 힘들고 마음이 외로운 순간에도 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면 힘을 얻고 뿌듯해요.

뷰티업계 종사자에게 꿈의 무대인 파리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것 같아요.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언제나 기억해야 할 점은 작업 대상의 매력을 잘 살리는 거예요. 그들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해치거나 없애버려선 안 돼요. 이렇게만 해도 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죠. 파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 원칙을 잊지 않기를 바라요. 그렇게 정도를 지키며 작업하다 보면, 어느 자리에 있든 언제나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 확신해요.

 

1 꽃과 어울리는 라인 터치를 가미한 믹스트(mixte) 매거진 화보. 2 페이크 래시를 눈썹에 붙여 독특한 아이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3 꽃의 질감과 모양을 그대로 살린 메이크업. 식물과 자연을 애정하는 릴리 최의 취향이 돋보인다. 4 마리끌레르 코리아 3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로 헤어 아티스트 마이클 부이와 함께 ‘30 ’을 주제로 보내온 작업. 숫자를 기하학적 도형처럼 그려 아티스틱한 느낌을 더했다. 5 2017 S / S 준야 와타나베 쇼의 메이크업을 진두지휘한 릴리 최의 모습. 6 배우 조니 뎁과 함께한 크리스챤 디올 뷰티 ‘소바쥬 ’ 향수 광고. 7 틸다 스윈턴의 얼굴 위에 그린 컬러 팔레트.

 

 


 

 

틸다 스윈턴과 케이티 페리의
러브콜을 받는
글로벌 헤어 아티스트

 

JU HYUNG SUN
(@shonju)

“어떤 일이든 일로 생각하면 꾸준히 할 수 없더라고요.
어려움이 있어도 좋아하고 즐기면 미션을 수행하듯 헤쳐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글로벌 헤어 스타일리스트 주형선입니다. 영어로는 ‘Sh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 영국에 왔을 땐 어학연수가 주목적이었어요. 영어를 익히려고 왔다가 점차 해외 무대가 궁금해졌죠. 감사하게도 국내에서 함께 작업한 셀럽뿐 아니라 해외 셀럽과 함께할 기회가 생겨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벌써 십수 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군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체감하는 K-뷰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K-뷰티가 처음 해외에 알려진 계기는 한국 화장품의 큰 인기예요. 워낙 품질이 좋다 보니 소문이 많이 났죠. 최근에는 제품을 넘어 한국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에요. 한국인은 특히 본인을 꾸미는 데 매우 능숙하고 감각 또한 뛰어나잖아요. 헤어나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그들의 행동과 말이 곧 트렌드를 선도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해요.

해외에서 활동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아무래도 언어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헤어 아티스트는 모델과 소통하는 게 아주 중요하거든요.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저는 여전히 외국인이기 때문에 항상 언어의 장벽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해져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한국에서 작업할 때와 해외에서 작업할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스타일링을 하는 방법 자체가 다른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해외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작업할 일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스타일에 제한을 두지 않고 훨씬 다채롭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컬러도 모질도 모두 다른 헤어를 매일같이 접하다 보니 매번 공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케이티 페리의 뮤직비디오나 부쉐론과 함께한 작업물 등을 보면 컬을 굵고 둥글게 만 레트로 스타일이 많이 보여요. 어떻게 작업했나요? 케이티 페리는 생김새가 고전적인 미인처럼 우아해서 레트로 스타일이 아주 잘 어울려요. 그래서 항상 그에 맞는 가발을 많이 준비하는 편이에요. ‘Did Somebody Say’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땐 20개가 넘는 가발을 가져갔어요. 그중에서 아티스트와 논의해 가발을 선택하고, 머리 모양에 맞춰 세팅해 진행했죠. 부쉐론 촬영 때는 보석 디자인에 따라 헤어스타일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촬영 주제가 자연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모래, 나뭇잎, 조개껍데기 등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머리 모양을 부풀려가면서 헤어스타일을 잡는 고난도 작업이었지만,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이 잘 드러나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케이티 페리나 틸다 스윈턴 등 유명 셀럽이나 아티스트와 한 번 만나면 10년 이상 오래 인연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그들과 호흡을 맞출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점은 존중인 것 같아요. 그들의 성격과 취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에 적합한 스타일링을 끊임없이 연구해요.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지만 어느 정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자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어요.

아티스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작업 스타일도 조금씩 바뀌는 듯합니다. 현재 지향하는 스타일이 있나요? 작업 방향에 최대한 맞춰 스타일링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취향은 많이 배제하는 편이에요. 기본적인 스타일링부터 가발 작업까지, 저에겐 하나같이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요즘은 레트로가 유행이라 1990년대 스타일에서 영감 받은 헤어스타일을 자주 시도하고 있어요. 공식 석상이나 캠페인 촬영 등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고요. 과거의 스타일을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언제나 흥미로워요.

특별히 영감을 주는 대상이나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해요. 건축과 건축가, 조경가들에게 영감을 많이 얻어요. 구조적인 형태에 착안해 헤어의 모양과 틀을 잡을 때가 많죠. 미적으로 훌륭한 건축이나 조형물은 그 자체로 예술성을 지니는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제프 쿤스, 데미언 허스트 등 선구적 현대미술 아티스트들의 작업도 많이 참고하고 있어요. 그들의 천재적인 사고와 미감은 언제나 기분 좋은 자극으로 다가와요.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오랫동안 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떤 일이든 일로 생각하면 꾸준히 할 수 없더라고요. 어려움이 있어도 좋아하고 즐기면 미션을 수행하듯 헤쳐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멋지고 쿨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 언제나 쿨한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쿨하다는 건 시대를 타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되기 위해 계속 감각의 날을 세우고 노력해야죠.

1 강렬한 블루 컬러로 모히칸 스타일을 연출했다. 2 ‘Did Somebody Say’ 뮤직비디오 속 케이티 페리. 3 리타 오라의 헤어를 스타일링하고 있는 모습. 4 크리스마스 장식을 오마주한 헤어스타일. 5 주형선만의 감각으로 해석한 업두 스타일. 6 모발 아래쪽에 블루 컬러로 브리지를 연출한 쿨한 보브 헤어. 7 틸다 스윈턴과 오랜 인연을 유지하는 주형선. 8 브레이드 헤어를 기하학적으로 풀어낸 스타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3D 네일 아티스트

 

OH SO JIN
(@sojinails)

 

 

“자연은 제 영감의 원천이자 동경의 대상이에요. 제 네일아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LA에서 3D 스컬프팅 아티스트 겸 뷰티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오소진입니다.

잘나가는 패션 브랜드의 마케터였다고 들었어요. 어쩌다 네일아트에 관심을 가졌나요? 아메리칸 어패럴을 거쳐 카니예 웨스트의 브랜드인 이지(Yeezy)까지,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에서 치열하게 일하다가 잠시 공백이 생겼어요. 문득 손으로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 앞 미용 학교에 다니며 네일아트를 배우기 시작했죠. 사실 처음에는 이 일을 업으로 삼으려는 마음보다 제가 원하는 네일 디자인을 하는 아티스트를 찾지 못해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네일 아티스트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네일아트를 배울 때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있던 터라 바다 밑에서 본 생물들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을 만들곤 했어요. SNS에 올렸더니 패션계에서 함께 일하던 친구들과 주변 아티스트들이 자기도 하고 싶다며 연락해왔어요. 재미 삼아 한두 명씩 해주다 보니 직업이 되었네요.(웃음)

3D 네일아트의 창시자입니다. 어떻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게 되었나요? 빌딩 젤이라는 소재로 연습하다가 램프에 구워봤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주 입체적인 물방울 모양이 만들어졌어요. 그 모양이 너무 마음에 들어 더 발전시켜봤죠. 제가 고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회화를 좋아하거든요.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튀길 것 같은 그의 그림들처럼 제가 디자인하는 네일아트도 좀 더 실제 물방울처럼 구현하고 싶어 여러 가지 소재와 방법을 시도한 끝에 지금의 3D 네일아트를 탄생시켰습니다.

표현하는 방법이나 모양은 미래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수한 자연을 주제로 한 디자인이 많아요. 자연은 제 영감의 원천이자 동경의 대상이에요. 그래서 저는 제 네일아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요. 과정 자체만 보면 네일아트가 아주 친환경적 작업은 아니지만, 디자인을 오브제처럼 제작해 영구적으로 소유하도록 하거나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는 등 조금 더 지속 가능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몇몇 디자인은 일반 네일아트와 조금 다른 소재를 사용한 듯한데요. 앞서 말한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제 나름의 시도 중 하나예요.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길에서 주운 유리 파편, 생을 마감한 나비, 돌멩이 등을 활용하는 식이죠. 최근에는 멕시코에서 해양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상어를 연구하다 얻은 상어 이빨을 받아 작업하기도 했어요. 생을 다한 나비, 버려진 조개껍데기, 뱀 허물 같은 재료를 젤로 투명하게 캡슐화하는 작업을 통해 자연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고, 그 아름다움 역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빌리 아일리시, 리한나 등 정상급 셀러브리티의 러브콜을 받는 아티스트입니다. 최근 셀럽과 함께 작업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최근에 밤 늦은 시간에 에이셉 라키와 리한나의 집에 가서 네일아트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키우는 아기 고양이를 에이셉 라키의 무릎 위에 앉히고 두 사람의 미공개 곡을 들으며, 밤새 함께했죠. 햄버거를 두 번이나 배달시켜 먹을 만큼 긴 작업이었는데, 이후 그 네일아트가 리한나의 ‘Savage Fenty beauty’ 컬렉션 쇼에 등장한 걸 보며 무척 보람을 느꼈어요. 또 로살리아와 빌리 아일리시의 ‘Lo Vas a Olvidar’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유리공예가의 도움을 받아 유리 소재의 3D 네일을 시도했는데, 촬영 후 제거하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렸어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뮤직비디오에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 네일을 보니 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K-콘텐츠가 온 세상의 주목을 받는 요즘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K-뷰티 아티스트로서 체감하는 K-뷰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생각보다 커요. 유명 연예인들과 대화 도중에 한국 브랜드 이름이 불쑥 나와 깜짝 놀랄 정도니까요.

전문가로서 K-뷰티가 인기를 얻는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안전한 성분과 뛰어난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 사람들도 한국 제품 하면 저가 브랜드라도 어느 정도 검증된 제품이라고 생각할 만큼 신뢰하는 듯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손톱보다 더 큰 캔버스를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코스톨로(Costolo)라는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네일아트와 또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살짝 귀띔하자면 올해 뉴욕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도 나올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1 화제를 모은 로살리아와 빌리 아일리시의 ‘Lo Vas a Olvidar ’ 뮤직비디오 속 유리 네일. 2 오소진이 마리끌레르 코리아 창간 30주년을 축하하며 ‘30’이라는 숫자를 모티프로 작업한 네일아트. 3 모델 아이리스 반 헤르펜의 멧 갈라 쇼를 앞두고 네일아트를 작업 중인 오소진. 4,5 자연의 아름다움과 영속성에서 영감을 받은 오소진의 네일아트. 6 오소진이 참여한 가수 티나셰의 매거진 화보 네일 작업.

 

 



웨스턴 글램을

재해석하는
K-메이크업 아티스트

JEON SANG WON
(@makeupsang)

“인종, 성별, 성향에 상관없이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존중하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생각과 창의적인 에너지가 더욱 샘솟는 듯해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한국 이름은 전상원, 영어 이름은 ‘Sang’입니다. LA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고, 메이크업을 한 지는 올해로 8년 차입니다.

어릴 때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꿨나요? 처음에는 헤어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중학생 때 여동생을 앉혀놓고 고데기로 머리를 해주곤 했거든요. 그 모습을 보신 아버지가 미용 고등학교 진학을 제안하셨죠. 그렇게 미용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메이크업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더군요. 3년 동안 메이크업에 푹 빠져 사는 제 모습을 보고 꼭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해외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레이디 가가나 비욘세, 알렉산더 맥퀸 쇼의 모델에게서 볼 수 있는 강한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좋아했어요. 한국 메이크업 숍에서 일할 때는 스타일이 과하다며 자주 혼이 났죠. 그래서 혼자 웨스턴 글램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결과물을 SNS에 올렸는데, 펜티뷰티나 후다 뷰티 같은 해외 대형 브랜드에서 리포스팅을 해주고 제품까지 보내주기 시작했어요. 팔로어도 조금씩 늘고 외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에게 ‘당신 같은 아티스트가 미국에 많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죠. 이런 일련의 일을 겪으며 미국 이민을 결심한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간 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 몇 달은 비자 때문에 대학교에 다녔는데 매일 버스를 타고 등하교 하며 울었어요. 친구도, 가족도 없고 열심히 일하는 아티스트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터라 커리어의 기반이 아예 없어진 셈이니까요.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상황까지 맞았고요. 서울로 돌아갈까 하다가 우연히 하와이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메이크업 작업을 계속한 것이 제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나는 역시 여기에서 메이크업을 계속 해야겠구나 생각했죠.

지금 맡고 있는 셀럽은 누구고, 함께하는 작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아덴 조(Arden Cho)는 3년 정도 함께 일했는데, 최근 넷플릭스 <파트너트랙> 방영 일정으로 자주 만났어요. 뷰티 유튜버 미셸 판(Michelle Phan)은 아덴의 소개로 만났는데, 미국 뷰티업계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인물이라 만나기 전에는 걱정을 좀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 보니 K-뷰티를 무척 사랑하고 제 메이크업도 아주 좋아해서 그녀의 메이크업 브랜드 촬영까지 맡아서 하게 됐죠. 마지막으로 저의 ‘드림 캔버스’인 CL! 워낙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SNS 활동을 시작한 때부터 모든 사진에 그녀를 태그했어요. 몇 년을 그랬더니 결국 연락을 주더라고요.(웃음) 오랫동안 혼자 상상하고 꿈꾸던 뮤즈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아요.

많은 매체와 스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당신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곳에 와서 느낀 점인데, 같은 한국인이어도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과 저 같은 한국 태생 한국인 사이에는 메이크업 스타일이나 스킬 등에서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어요. 저는 오히려 한국에서 자라 어느 정도 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익숙한 웨스턴 글램 스타일과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뷰티의 장점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멀티풀 아티스트인 셈이니까요.

세계적으로 젠더리스, 보더리스가 트렌드입니다. 메이크업을 하는 남자로서,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으로서 이 트렌드가 누구보다 피부에 와닿을 것 같아요. 요즘 정말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제가 한국에서 메이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남성 아티스트의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같이 일하는 헤어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의 90% 이상이 남자예요. 활발히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에 동양인과 트랜스젠더도 많고요. 인종, 성별, 성향에 상관없이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존중하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생각과 창의적인 에너지가 더욱 샘솟는 듯해요.

K-콘텐츠가 온 세상의 주목을 받는 요즘이에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K-뷰티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만 찾는 할리우드 셀럽이 있을 만큼 지금 미국에서는 K-뷰티의 위상이 대단히 높아요. 제가 담당하는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의 CEO도 달바, 조선미녀 같은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어렵게 구했다며 자랑하기도 하고요. 한국인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메이크업을 할 때 특히 많이 쓰는 K-뷰티 아이템이 있나요? 6개월 전 한국에 갔을 때 구입한 투쿨포스쿨 펜슬 아이라이너를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어요. 막스마라 코트가 생각나는 브라운 계열 컬러인데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이런 브라운 계열 젤 펜슬 아이라이너는 못 본 것 같아요. 다음에 한국에 가면 잔뜩 사서 올 생각입니다. 역시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는 한국 제품이 최고인 것 같아요.(웃음)

1, 2, 5 어반디케이, 제이슨우 등 전상원이 참여한 유명 해외 뷰티 브랜드의 캠페인 촬영. 3 전상원의 뮤즈이자 오랜 파트너인 가수 CL. 4,7 전상원이 직접 촬영해 보내준 자신의 작업 모습. 6 전상원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아덴 조.

 


 

해리 스타일스가 푹 빠진
K-네일리스트

DO HEE BAHN
(@speakeasynails_)

꼼꼼한 네일 케어는 기본, 한국 네일의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살린 핸드 페인팅 네일로 해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랑과 자유를 찾아온 뉴욕에서 네일아트의 미래를 본 것 같아요. 적성에 맞기도 했고요. 원래 하나에 푹 빠지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네일아트에 빠져 살다 보니 고맙게도 여기저기서 찾아주셔서 지금까지 일하게 됐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언제 K-뷰티의 영향력을 체감하나요? 촬영장에서 사람들이 제가 쓰는 제품을 많이 궁금해하더라고요.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한국 뷰티 제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특히 한국 사람들의 피부 관리법과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 품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해리 스타일스의 네일 아티스트로 주목받았는데 그와 함께 작업한 뒷 이야기가 궁금해요. 처음 해리 스타일스를 만난 건 2021년 11월 뉴욕 에서 열린 <Love on Tour>에서였어요. 이때 플리징(Pleasing)의 ‘Granny’s Pink’ 컬러를 이용해 사랑스러운 핑크 쇼트 네일을 완성 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죠. 이후 2022년 5월 투어 중에 다시 연락이 왔는데, 이때는 플리징의 ‘슈룸 블룸’ 컬렉션 중 아주 옅은 그린 컬러인 ‘Sprouting’을 베이스로 바르고, 선명한 레드 계열의 ‘Vine Ripe’ 컬러로 앙증맞은 하트 네일을 그려 넣었어요. 꼼꼼한 네일 케어는 기본, 한국 네일의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살린 핸드 페인팅 네일로 해리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그날 해리가 콘서트에서 손톱을 자랑하며 마음껏 포즈를 취해준 덕분에 SNS와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됐어요. 이후 해리가 요청해 그의 뉴욕 일정이 있을 때마다 같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2022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해리가 구찌 컬렉션을 입고 민트색 쇼트 네일을 자랑해 화제를 모았는데, 그 네일아트도 제 작품이에요.

플리징과 작업하며 인상적이었던 점을 꼽는다면? 플리징, 해리와 함께 하는 작업은 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 해리에게 성별과 나이에 관계 없이 민트, 핑크, 레드 등 과감한 컬러와 디자인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또 플리징의 아기자기하고 재치 넘치는 제품을 보면 해리의 즐거운 바이브와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지죠. 그리고 환경을 생각해 네일 폴리시를 생분해 성분으로 만든 점도 마음에 들고요.

미국에서 짧고 귀여운 쇼트 네일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도자 캣처럼 긴 손톱이 대세를 이루는 미국 네일아트 시장에서 짧은 손톱을 어떻게 트렌드로 만드셨나요? 미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을 찌를 듯 길다란 손톱이 유행했는데, 아무래도 제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지라 손톱 길이보다는 큐티클 케어나 손톱의 모양과 구조에 더 관심이 갔어요. 또 젤 네일 기술이 발전하며 유지 기간이 길어지기도 했고, 미국 사람들이 워낙 활동적이다 보니 긴 손톱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짧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은근히 있는 것 같아 그 지점을 공략했죠. 또 여기는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stioner) 문화가 보편화되다 보니, 여성뿐 아니라 다른 성별을 가진 분들도 짧은 한국 네일 디자인을 많이 찾아서 가져오시거든요. 그래서 쇼트 네일아트가 트렌드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K-뷰티의 경쟁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려주세요. K-뷰티의 특징은 기초가 강하다는 점 같아요. 꼼꼼한 네일 케어, 탄탄한 피부 관리, 건강한 머릿결 등 기초가 강하다보니 그 위에 무얼 더해도 완벽하게 표현되죠.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외국인은 피부색이 다양한데, 한국 제품은 대부분 한국인의 피부 톤에 어울리는 색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에요. 네일아트 용어도 미국에서 쓰는 말과 달라서 종종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어요.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는 시어 누드(sheer nude) 컬러를 찾는데, 한국에서는 ‘시럽 누드’, ‘젤리 누드’라고 부르다 보니 제품을 테스트해보기 전에는 같은 컬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이런 점은 한국 네일 아티스트가 글로벌 무대에 많이 진출해 활동하고, 소통하다 보면 접점을 찾으면서 점차 해결되지 않을까 해요.

마리끌레르 30주년을 축하하는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라요. 30주년을 맞이한 마리끌레르 코리아를 위해 네일 파티를 만들어봤어요. 도톰한 질감과 맑은 컬러를 살린 캔디 네일로 마리의 30주년 기념 파티를 더욱 달콤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뉴욕의 겨울 햇살을 담아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그려냈습니다.

평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그리고 그 영감을 네일아트에 어떻게 구현하나요? 스튜디오에서 주로 유튜브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뮤직 비디오는 종합예술이잖아요. 패션, 예술, 음악, 메이크업, 헤어, 세트 등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죠. 요즘은 Ginger Root와 뉴진스를 반복 재생하고 있는데, 레트로하고 키치한 바이브에 푹 빠졌어요. 또 Y2K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뮤직 비디오 속 Y2K 네일아트를 하고 싶다면 에어브러시 네일아트를 추천해요! 미세하게 색 입자를 입힐 수 있는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면 몽환적인 컬러가 매력적인 오로라 네일부터, 스텐실을 이용해 1990년대의 에스닉한 패브릭 문양을 표현하는 패턴 네일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요.

 

1 믹스트(Mixte) 매거진과 작업한 뷰티 화보. 2 오로라 베이스에 크롬 실버 하트를 그려 넣었다. 3 해리 스타일스의 2022년 콘서트를 위해 사랑스러운 핑크 하트 네일아트를 연출했다. 4 마리끌레르 30주년을 맞아 ‘네일 파티’를 주제로 작업한 작품. 5 루주 (Rouge) 매거진과 작업한 아찔한 롱 네일아트. 6 무한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매직링 네일. 7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 꽃을 3D아트로 구현해 포인트를 준 트위드 네일. 8 웹 매거진 하입비스트(Hypebeast)와 작업한 클로에 화보.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K-타투이스트

MR. K
(@mr.k_tattoo)

“한국인의 손재주는 세상 어디에 내놔도 주목받을 테니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시기 바라요.”

타투이스트가 된 배경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한국에서 디자인 학교인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을 졸업한 후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편입하면서 미국 유학을 시작했어요. 이후 그래픽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타투에 빠지게 됐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언제 K-타투의 영향력을 체감하나요? 제가 타투를 시작한 때에는 미국에 한국 타투 아티스트가 거의 없었어요. 일본 아티스트들이 인정받고 주류를 이뤘죠. 그런데 제가 지금 뉴욕에서 가장 핫한 타투 숍(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무려 2백48만 명!)인 ‘Bang Bang Tattoo’의 멤버가 된 이후 섬세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표현하는 제 작업 스타일이 점차 인기를 끌고, 셀럽들과 작업할 기회를 얻으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뿐 아니라 한국인 타투이스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지금은 많은 타투 숍에서 한국인 타투이스트를 영입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타투뿐 아니라 음악, 패션, 예술, 스포츠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나라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현지 사람들의 K-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눈에 띄게 바뀌고 존중하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제가 영화 <빽 투 더 퓨쳐>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주인공인 마이클 J. 폭스에게 연락이 왔을 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어요. 게다가 쉰일곱 나이에 생애 첫 타투를 저한테 받는다니! 일하면서 타투를 싫어하거나 관심 없던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타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으면 무척 뿌듯하거든요. 마이클은 왕성하게 활동하던 20대 때 파킨슨병이라는 굉장히 무서운 병을 얻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했던 가슴 아픈 과거를 이겨내고 있는 본인의 경험을 온갖 위기를 버티고 살아남은 늙은 바다거북에 빗대어 표현한 작업을 부탁했어요. 흔들리는 팔을 붙들고 작업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죠. 미국에서는 유명 셀럽의 타투가 큰 화제를 모으고, 워낙 골수팬이 많은 배우라 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죠. 최근에 이별한 반려견 ‘거스’의 모습을 타투로 새기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또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어요.

할리우드 배우, 팝 가수, 스포츠 선수 등 유명한 스타들과 많은 작업을 해왔잖아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연인이나 가족이 함께 와서 타투를 한 경우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다코다 존슨과 크리스 마틴 커플은 지금은 모두 알고 있지만, 저한테 연락이 왔을 때는 둘의 관계가 비밀이었죠. 비밀리에 커플 타투를 진행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제가 크리스 마틴의 골수팬이라 긴장을 좀 했는데, 정말 편하게 대해주고 콘서트할 때마다 차고 있던 ‘LOVE’ 핀을 선물로 줘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 헤일리 비버가 저스틴 비버랑 결혼하면서 저스틴의 이니셜인 ‘J’를 결혼반지를 끼는 부분에 새겼는데, 그 일이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그리고 브루클린 베컴과 연락이 닿아 종종 타투를 해줬는데, 데이비드 베컴도 함께 왔고 현재까지 연락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그의 아내 니콜라의 가족들에게도 타투를 해주고 있습니다.

타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요?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조바심을 내거나 몸에 타투를 빨리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 역시 그랬죠.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 좋은 디자인으로 조금씩 채워가면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옵니다. 사실 이건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죠.

K-타투의 경쟁력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려주세요. 한국에 살다가 미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인데요.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충분히 장점일 수 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집착하면 모든 것이 인스턴트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유행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수용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시킨다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한국인의 손재주는 세상 어디에 내놔도 주목받을 테니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시기 바라요.

평소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그리고 그 영감을 작업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알고 싶어요. 제가 작업할 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조합과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에요. 많은 것에서 영감을 받지만, 오랫동안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한 때문인지 그래픽아트는 물론 영화나 음악에서도 아이디어를 얻고 있어요. 또 도안을 구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투를 새기는 부위의 위치와 피부 상태를 파악하고 특징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해요. 그 모양과 굴곡을 먼저 철저하게 계산한 뒤에 적합한 디자인을 생각하죠.

1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를 보는 듯한 섬세한 디자인이 특징인 Mr. K 스타일의 타투. 2 LA에서 타투를 받은 리암 헴스워스와 함께. 3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이 빛을 발하는 입체적인 도안. 4 매번 수많은 파파라치를 몰고 오는 리타 오라의 팔에 타투를 해주는 모습. 5 2017년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브루클린 베컴과 함께. 6 총을 든 천사를 세밀하게 그려 넣은 반전 매력의 타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