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구스가 시작된 베니스 마르게라에 새롭게 문을 연 아티스트 커뮤니티 ‘하우스(HAUS)’에서 드리머들을 만났다. 단단한 철학과 내면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기인한 꿈은 혼자만의 몽상이 아니라 함께 실현할 내일이 된다. 베니스가, 골든구스가 그렇게 탄생했듯이.

옛 사람들은 베니스를 두고 ‘알테르 문디(Alter Mundi)라고 불렀다. ‘세상의 다른 곳’이라는 의미다. 베니스가 탄생하기까지 이전에 없던 형태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지금껏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몽상가였다. 몽상가의 꿈은 이내 현실이 돼 1백 18개에 달하는 섬을 4백개 다리로 연결하고 돌과 자갈, 판돌을 켜켜이 쌓아 거대한 석조 도시가 세워졌다. 이렇듯 꿈의 힘은 세다. 대부분의 현실은 한 줌의 꿈에서부터 시작됐으며, 꿈의 힘이 셀수록 현실은 풍요로워졌다. 누구보다 꿈의 가치에 대해 오래 이야기해온 골든구스가 베니스에서 태어나고, 지금까지 뿌리를 둔 건 필연적인 과정이자 결과인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가 베니스를 찾은 때는 2024 베니스 비엔날레가 한창이었다. 좁은 골목 틈틈이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했으며 어느 길목을 잘못 들어도 그곳에는 갤러리가 있었고,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의 스케일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미려한 날들 가운데 4월 19일, 골든구스는 자신들의 탄생지기이도 한 베니스 산업 항구인 마르게라(Marghera)에 글로벌 컬처 플랫폼 ‘하우스(HAUS)’를 오픈하며, ‘하우스 오브 드리머(Haus of Dreamers)’ 이벤트를 열었다. 아티스트 커뮤니티의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을 하나로 묶는 ‘하우스’에서는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세계적 아티스트 4인의 아트워크가 펼쳐졌다.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하고 예우해온 골든구스의 장기가 각각 아카데미, 마노비아, 플레이그라운드, 행어라 이름 붙은 공간마다 황홀하게 펼쳐졌다.



‘하우스’에 들어서 마주한 피아차(Piazza)에서는 이탈리아 조각가 파비오 비알레(Fabio Viale)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베니스를 지탱하고 바닷길을 안내하는 나무 말뚝 브리콜레(briccole)를 형상화해 대리석 조각을 만들고 이에 불을 입혔다. 지금의 베니스를 가능케 한, 가장 상징적 유산 중 하나인 브리콜레를 통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을 표현하는 퍼포먼스였다. 그 가운데 골든구스의 혁신적 기술을 선보이는 공간 마노비아(Manovia)에서는 숙련된 아티잔인 드림 메이커(Dream Maker)들과 새롭게 공개된 옐로 마라톤 스니커즈에 코크리에이션 서비스를 통해 저마다의 특별한 스니커즈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열렸다.


아카데미(Academy)에서는 프랑스계 이탈리아 화가 마이아 레기스(Maïa Régis)가 실크스크린 프린팅 라이브 퍼포먼스를 열었으며,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공간에서는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가수 미아 라일라니(Mia Lailani) 공연이 이어졌다. 환상적인 디지털 미디어 아트워크를 경험할 수 있었던 몰입형 터널을 지나 하우스의 마지막 여정인 행어(Hangar)에 다다랐다. 행어에서는 환상적인 작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아르헨티나 비주얼 아티스트 안드레스 레이싱헤르(Andrés Reisinger)의 시그니처라 할 디지털 핑크 드레이핑 작업이 공간에서 실제로 구현되었다. 그 곁에서 꽃과 촛불로 가득한 디너 만찬이 펼쳐졌다.
“세상을 바꾸는 상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맥락을 바꾸고, 어떤 특정한 감정을 일으키는 창의력에 대해서요. 이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곧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탐구하는 진정한 방법이기도 하죠.” 안드레스 레이싱헤르의 말에서 그의 예술 세계와 골든구스의 접점을 본다. 단단한 철학과 내면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기인한 꿈은 혼자만의 몽상이 아니라 함께 실현할 내일이 된다. 베니스가, 골든구스가 그렇게 탄생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