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걸음이 어디에 당도할 지 모르지만 피하지 않고, 부딪혀 본다. 온전하게 온유하게, 내 것을 찾아보고자 하는 기대어린 마음으로. 뮤지션 ONEW의 새 걸음 앞에 펼쳐질 세계.


네크리스 Panache Chasunyoung,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울을 시작으로 오사카, 마카오, 싱가포르 등 8개 도시에서 열리는 첫 단독 팬 미팅을 앞두고 있어요. 기다린 팬들만큼이나 무대에 오르는 온유 씨의 기대감도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GUESS!’로 지었어요. 처음 해보는 개인 팬 미팅인 데다 오랜만의 무대라 고민이 많았거든요. 기존의 모습을 담아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걸 찾아야 할지. 형식을 두고도 고민이 있었고요. 그러니까 이야기도 하고 싶고, 노래도 하고 싶은데 적절한 형태가 무엇일지 생각하다 팬 미팅으로 정한 거예요. 그 대신 내용은 자유롭게 같이 만들어가고 싶어서 ‘GUESS!’라 지은 거죠. 현장에서 대화를 더 많이 하면 팬 미팅, 노래를 더 많이 하면 콘서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좀 열어두고 준비하는 중이에요.
기대되는 또 하나의 무대가 있어요. 톤앤뮤직 페스티벌 2024 라인업에 올랐다는 소 식을 듣고, 조금 놀랐고 그래서 더 반가웠어요. 놀라고 반가운 이유는 온유라는 아티스트를 음악 페스티벌에서 만날 거라고 예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테고요.
저도 놀랐어요. 처음에 제안받았을 땐 ‘네? 제가요?’ 이런 느낌이었고요.(웃음) 결심하는 데 다이나믹 듀오 최자 형의 조언이 컸어요. 형한테 조금 부담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더니 “그냥 하면 되는 거지” 하는 거예요. 요즘엔 장르도 많이 안 따지니 잔잔한 노래를 해도, 신나는 노래를 해도 된다고요. 제가 즐기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좋을 거라고 조언했는데, 그 말에 용기를 냈어요. 그런데 아직도 참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긴 해요. 멤버들과 해본 적은 있지만 혼자는 처음이라 제 무대가 어떻게 그려질지 가늠이 안 되기도 하고요.
페스티벌 무대에 대해 미리 작은 힌트 하나만 준다면요?
새 앨범을 준비 중인데 아마 수록곡 중 하나를 부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SCUDO, 시계 펜던트 네크리스 Numbering, 안경 Highcollar,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SCUDO, 시계 펜던트 네크리스 Numbering, 안경 Highcollar,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 앨범에 대한 질문을 안 할 수 없는 말인데요.(웃음) 음악 작업을 꾸준히 하는 중이라 들었어요. 요즘 작업하며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이끌어낼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바라는 건 잔잔한 발라드일 것 같은데, 저는 좀 더 리드미컬한 음악도 잘해내고 싶거든요. 지금의 저는 그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기보다 둘 다 놓치지 않고 제 방식대로 표현해보는 쪽을 바라 보는 중이긴 해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걸 주저하지 않고 시야도 넓히려 노력해요. 그간 부르는 노래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음악의 바탕이 되는 악기 소리나 소스도 찾아보면서 제 목소리와의 조화를 고민하는 중이고요. 팬 미팅이나 페스티벌도 초반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많은 걸 열어놓고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얻는 생기가 있잖아요. 그게 새 음악의 좋은 기반이 되어줄 거라고 믿거든요.
새로운 회사와 동행을 시작한 것도 그 시도 중 하나겠죠? 어쩌면 가장 어렵고 큰 도전이 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결심하기까지 과정이 어땠어요?
새로운 회사에서 시작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어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는 곳을 떠나는 데는 저로선 굉장히 큰 결심이 필요했거든요. 그래도 팀 활동은 그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럼 혼자서는 큰 회사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도전하게 된 것 같아요. 주어진 것에 편승하지 않고 온전히 제 것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으로요.
스스로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용기가 없었어요. 항상 누굴 생각하느라, 아니면 나를 생각하느라 도전을 좀 꺼린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그렇게 두렵진 않더라고요.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정신을 얻었달까요. 이제 좀 유연해졌어요.(웃음)

실버 브레이슬릿 SCUDO, 골드 브레이슬릿 Portrait Report.

미니 앨범 <DICE>가 나왔을 때 마리끌레르와 인터뷰하며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고요. 그때그때 제가 좋아하는 걸 잘 찾으려고 노력할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이 말을 가장 활발히 실행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어요.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나를 챙기는 게 1번이다 싶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찾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당장 눈에 보이는, 가까이에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해요. 며칠 전에는 그림을 그렸고, 책을 읽거나 새로운 음악을 들을 때도 있어요. 이런 게 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던 것들인데 예전에는 뒷전으로 내몰릴 때가 많았더라고요. 대단한 걸 시도하기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해 보는 게 지금 저한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일 같아요.
그중 가장 좋았던 건 무엇인가요?
이것도 되게 소소한 건데요. 요즘 (기획사 대표를 가리키며) 이분이랑 대화를 아주 많이 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 생각을 다 얘기하고, 반대로 이분이 생각하는 것도 다 들어보고, 그런 다음에 이건 맞고 저건 틀 리고, 이렇게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되게 좋더라고요. 전에는 이런 과정을 피했거든요. ‘내가 미안해’ 하고 말거나 꺼려지는 게 있어도 ‘다 좋다’고 하고 말았어요. 사실 회피형 인간은 멀리서 보면 되게 좋아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가까이에서 저를 겪는 사람들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피하지 말자, 부딪혀보자 하는 거죠. 한편으로 혼자 멍때리는 시간을 일부러 가지는데, 그것도 그것대로 좋아요. 공원이나 산, 바다에 혼자 가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곳의 사람들을 지켜보는 게 나름대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 같으면 이런 분위기에 이런 기분을 이야기할 것 같은데. 뭐 이런 걸 생각하기도 하면서요. 그러다 보면 견딜 수 없이 외로운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요. 그럼 또 이분에게 연락해서 대화를.(웃음) 요즘은 이런 시간이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체인 네크리스 SCUDO, 시계 펜던트 네크리스 Numbering.

네크리스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얘기를 들을수록 더욱 궁금해져요. 이런 경험이 축적된 온유의 새 음악에 어떤 것들이 담길지요. 본인의 음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향하길 바라나요?
당장은 모르겠어요. 결국에는 노래를 하고 싶고, 해야 될 것 같다는 유일한 확신만 가진 채로 뭘 어떻게 하게 될지 잘 모르는 상태예요. 다만 그 무언가로 인해 많은 분이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지금은 그 정도인 것 같아요. 삶의 작은 위안이나 용기나 희망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참 좋거든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챙겨주고 싶은, 제가 그런 이상한 오지랖이 있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먼저 더 많은 걸 해보려는 것 같아요.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 스스로 단단해지기 위해 본인에게 좋은 걸 찾아서 하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이 간단한 일이 누군가에겐 되게 어려운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나에게 좋은 게 뭔데? 나다운 게 뭔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먼저 부러지든, 앞으로 가든 일단 해보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오늘 마지막 두 컷을 야외에서 찍었잖아요. 실은 비가 많이 와서 안 되겠다 싶었는데, 흔쾌히 나가서 비를 맞으며 달리기까지 했어요. 돌이켜보니 아까 그 모습이 좀 전에 말한 ‘일단 해보는 모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도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거죠. 당장은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이런 경험이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만약 오늘 야외에서 찍은 컷이 쓰이지 않는다면 다음엔 이렇게 해보고, 또 다음엔 저렇게도 해보고. 한 열 번 했는데 다 안 쓰여요. 그럼 통계적으로 비 오는 날 찍은 사진은 잘 나오지 않는 편입니다 하면 되는 거고요.(웃음) 어쨌든 안 해보면 다 모를 일이잖아요. 그리고 저 뜬금없고 엉뚱한 시도를 해보는 거 좀 재미있어 해요. 흐흐흐.
그런데 비 오는 날을 좋아하나요?
예전에는 늘 엄청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추적거리고 공기가 무거워지고 기분까지 가라앉는 것 같아서 싫은 거예요. 그런데 또 요즘에는 보고 있으면 괜찮더라고요.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항상 나는 이렇다고 확정적으로 말하지만, 실은 그때의 마음일 뿐인 거죠. 어쨌든 오늘 제 마음은 ‘좋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