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기록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직접 그리거나 끄적이는 걸 좋아하지만, 매일이 바쁘게 흘러가는 탓에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가방 속에 늘 디지털카메라를 넣어 다니며 나에게 영감을 준 순간이나 이미지 등을 흘려보내지 않고 포착해둔다. 오래된 카메라가 보여주는 색감이나 저화질 감성이 똑같은 사물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준다.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감성의 잡동사니를 모으는 편인데, 키 링도 그중 하나다. 취향과 성격을 대변하는 오브제를 고리에 잔뜩 걸어 가방에 다는 것만으로도 나다움을 상기시켜주는 부적이 된달까? 글맆의 첫 제품인 하이라이터 팔레트를 출시하며, 어디든 걸 수 있는 전용 파우치를 함께 선보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소소한 행위지만, 이런 순간이 모여 하나의 취향을 완성한다고 믿는다.

직접 체득한 노하우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메이크업을 가까이하며 새로 나온 제품이나 트렌디한 메이크업 스타일, 툴을 활용하는 노하우 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한, 내가 원하는 확실한 뷰티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글로벌 뷰티 플랫폼 뷰블(Beaubble)과 협업해 글맆을 탄생시켰다. 영어로 상형문자를 뜻하는 ‘glyph’에서 영감을 받은 브랜드명에는 각기 다른 모양과 의미를 간직한 상형문자처럼, 개개인이 지닌 아름다움과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모든 조명을 아우르는
하이라이터야말로 자신감을 불어넣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첫 주자로 선택했다. 일반적인 프레스드 제형의 하이라이터는 자연스러운 광채를 내기에는 충분하지만, 셀피나 영상 등에서도 잘 보이는 비밍(beaming) 효과를 원했기에 제조 공정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베이크드 제형을 선택했다. 수많은 샘플을 테스트하며 허덕이다가 상상한 컬러가 나왔을 때의 기쁨이란! 전문가들에게 자문해가며 최종 결과물을 향해 나아간 시간이었다.

글맆스러움
글맆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화장품 이상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기대할 것이라 예상했다. 패키지는 물론이고 택배 포장 박스까지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을 담았는데, 글맆스러운 태도가 손으로 만져지는 ‘경험’이 되길 바랐다. 실제로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홍보용으로 제작한 GLYF 크레파스나 컬러링 북 또한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에 대한 메시지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터뷰가 공개될 시점에 더현대 서울에서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연다. 실제 고객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고, 글맆의 세계관을 온전히 보여줄 기회라 설레고 기대된다.

앞으로의 글맆
글맆을 캐릭터에 비유하자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동이 떠오른다.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고 누구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에너지가 충만한 타입이랄까? 앞으로 선보일 글맆 제품의 성격이 대중적이진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 되고자 한다. 이런 제품도 있어? 뷰티 브랜드가 이런 것까지 가능해? 끊임없이 호기심과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