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독탈피
당에 중독되었던 청소년기를 지나 게임, 알코올, 도파민, 니코틴, 관계 등 나의 중독 역사는 길고도 길다. 스스로 단단하지 못해 여기저기 의존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내 두 발로 온전히 서려 한다. 금단현상에 몸이 후들거려도 괜찮다. 변화하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꾸밈중독
몸이 마르지 않아서, 용모가 수려하지 않아서 등, 소망하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자기혐오적 태도를 취하던 날들. 새해에는 나를 더 사랑하고 조금은 편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눈을 건조하게 만들던 컬러 렌즈부터 보기엔 예쁘지만 내 몸에 불편한 옷과 신발들을 과감히 청산했다. 많은 걸 덜어낸 내 얼굴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누군가는 온전한 내 검은 눈동자가 아름답다 말해주었고, 누군가는 편안한 차림이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넸다. 그들의 칭찬이 아등바등 자신을 꾸미거나 조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도 웨스턴 부츠를 벗어던진 채 혈액순환과 부기 제거에 효과가 좋다는 지압 슬리퍼를 신고 있다. 이렇게 편한 걸 왜 이제 알았나 몰라!
#연락중독
내향인으로 태어나 외로움을 모르고 살았는데, 취업 후 바쁜 일상과 업무로 쌓인 피로에 대한 보상 심리가 관계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하루의 끝에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으면 욕구불만 상태로 잠들 정도.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채울수록 외로운 법. 이제는 밑 빠진 독에서 벗어나고자 휴대폰 속 불필요한 연락처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게 꽤 시달린 친구는 “드디어 전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냐”며 화색을 띠었다. 실패에 대한 걱정과 달리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스스로에게 ‘이 연락이 꼭 필요할까?’라고 묻는 것. 이 자문 하나에 연락 빈도는 열에 아홉으로 줄었고 무난히 관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는 친구를 깨워 통화할 일도, 괜한 흑역사를 만들 일도 없이 말이다.
#부기탈피
나는 아침과 저녁, 두 얼굴을 가졌다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잘 붓는 편이다. 우리 몸의 약 30%가 부기일 수 있고, 이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영원히 살이 되어 함께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부기와 이별하기로 다짐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을 줄인 것. 보통 짠 음식이 부기 유발자로 알려져 있지만 주원인은 당이란 사실! 달콤한 맛을 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당을 끊으면 부기와 혈당 관리에도 효과적이니 일석이조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요즘 아이돌 관리법이라고 소문난 이침과 괄사 마사지를 더하니 얼굴과 몸의 선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살이 빠져 보이는 효과라니! ‘중독 벗어나기’ 프로젝트가 끝나도 이침은 나의 필수 루틴으로 자리 잡을 듯하다.
#일중독
에디터라는 직업을 깊이 사랑한다. 그래서 종종 컨디션을 망각한 채 일중독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오랫동안 일 하고 싶은 맘을 담아 더 이상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바로 워킹 온·오프를 확실히 하기로 결심한 것! 아무리 바빠도 온전한 식사 시간과 8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 주 3회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로 다짐했다. 물론 이 때문에 일하는 동안 몸과 머리를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때도 오지만 그 순간을 더욱 열정적으로 불태울 수 있어 좋다. 덕분에 지금 일을 사모하는 마음은 순항 중!
<마리끌레르> 뷰티 에디터 현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