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N SANG
디자이너 홍영신과 이상림은 2018년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남성복 브랜드 ‘영앤생(young n sang)’을 론칭했다. 이들은 핸드위빙 아틀리에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한 빈티지 의류의 원단을 해체해 업사이클링한다. 나이를 초월한 에이지리스(ageless) 디자인과 지속 가능성은 영앤생을 대표하는 키워드다.





“특정 연령대가 느껴지는 옷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되는 것”
과거 빈티지를 좋아하던 중학생들이 현재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니 아주 오랜 인연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났으니, 햇수로 거의 20년을 함께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관심사가 겹쳐서 많은 것을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취향도 비슷해졌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중 상림이가 미국에서 패션 공부를 하자고 제안했고, 그길로 함께 유학을 떠났다.
뉴욕이 아닌 미국의 동남부로 간 이유가 있나? 서배너(Savannah)는 1백~2백 년 된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해안 도시다. 뉴욕에서 느낄 수 없는 앤티크한 분위기에 매료됐다. 우리 브랜드 특유의 파스텔 톤 컬러나 분위기는 유학 시절에 받은 영감을 반영한 것이다.
빈티지 의류를 해체해 원단을 새롭게 직조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빈티지 의류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옷을 만드는 데 빈티지 의류를 활용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컬러, 프린트, 질감, 다른 원단과의 조합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다. 우리가 옷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익스펙티드 뷰티(unexpected beauty)’ 다. 예상하지 않은 아름다움은 미국에서 패션을 공부할 때부터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게 빈티지 의류라고 생각하는데, 재미있는 요소가 많고 일반 원단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을 찾을 확률이 높다.
옷을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되나? 보통 5일에서 7일. 원단 짜는 작업부터 시작하면 더 오래 걸린다. 짧게는 1주, 길면 3주가 걸리기도 한다.
최근 캠페인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시니어 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지금껏 작업해온 평범한 흰 배경 말고 다른 무드로 찍고 싶었다. ‘에이지리스’라는 우리의 지향점을 좀 더 리얼하게 담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집에 계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컨셉트에도 부합하고 할아버지도 촬영에 적극적이셨다. 할아버지를 모델로 세운 뒤 좀 더 재밌는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아이디어와 잘 맞아 떨어지니까 또 다른 시너지 효과가 나더라.
캠페인을 보면 배경과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의상 제작부터 세트 배경, 소품, 사진 촬영까지 캠페인과 관련한 모든 일을 우리가 직접 한다. 컨셉트를 제일 잘 이해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시키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컨셉트를 더 견고하게 표현하는 느낌이 든다.
에이지리스를 브랜드의 테마로 삼은 이유는 뭔가? 트렌디한 옷은 사실 오래 못 입지 않나. 보통 1~2년, 길어야 3년 정도 입는데 우리가 아무리 친환경 재료로 옷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오래 입지 않으면 그게 과연 지속 가능성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래 입을 수 있고, ‘어느 누가 입어도 이질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 첫째 목표였다. 특정 연령대가 느껴지는 옷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되는 것. 그렇게 에이지리스 컨셉트가 시작됐다.
2018년 론칭 이후 2022년 전까지 4년간 세일즈를 진행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우리도 4년까지 걸릴 줄 몰랐다.(웃음) 아틀리에의 기반을 다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에서 론칭도 하다 보니 어느새 4년이 흘렀다. 사실 핸드 위빙 테크닉이 어디서 배우기가 쉽지 않다. 관련 서적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부전공으로 해외에서 배우긴 했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만 알려준다.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
거의 무형문화재급이다.(웃음) 맞다.(웃음) 아무리 학교에서 배웠어도 결국 우리가 다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못 뽑는다. 마치 도를 닦는 느낌이랄까.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근데 우리가 제일 잘하는 분야가 핸드 위빙이고 결과물이 일반 원단을 쓸 때와 확연히 다르다.
2024 S/S 시즌에는 피티 워모와 협업했고, 2024 F/W 시즌에는 이탈리아국립 패션협회의 초대를 받았다. 해외의 반응은 어떤가? 이탈리아 패션이 수공업으로 시작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위빙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고, 우리가 원단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그 가치를 알아봐주는 것 같다.
여러 개의 라인이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라인이 있다면? 시그너처, 핸드 우븐, 어스, 오가닉, 스케치. 총 다섯 가지 라인이있다. 최근에 생긴 ‘스케치’ 라인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스케치하지 않고 바로 옷을 만드는 방식이다. 오히려 쉰다는 느낌이 들어 요즘 스케치 라인에 빠져 있다.
일하지 않을 때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또 관심사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일 끝나면 집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고,(웃음) 그렇게 1~2년 살다 보니 내 삶이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큰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캔들을 만들게 됐다. 이름은 마주 캔들이다. 자연스럽게 멍때리면서 나 자신을 마주하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마지막 공통 질문이다. 현재 패션계는 나라는 물론 성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경계를 나누는 건 조금 구태의연하지만 묻고 싶다. 앞으로 깨부숴야 할 혹은 사라질 것 같은 경계가 있다면 무엇일까? 세대별 패션 스타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세대별로 ‘이 나이대에는 이렇게 입어야 한다’라는 암묵적 규칙이 있는 것 같다. 옷이라는 건 의식주로서 필수적 역할과 동시에 즐기기도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규칙들이 우리 모두가 다양하게 스스로 시도하며 즐길 수 있는 생각을 제한하게 만드는 것 같다. 경계를 나누기보다는 서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나이 제한이 없는 옷의 디자인과 스타일링 방법 등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고정관념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