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SERVICE
디자이너 박유경이 론칭한 ‘604서비스(604service)’는 과감한 실루엣과 관능적이고 대범한 비주얼이 돋보인다. 그 결과 한국에서 독보적 감성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최근 남성복까지 선보이며 세계관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 연령대, 서브컬처, 젠더 등 어떤 것에도 국한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계기가 무언지 궁금하다. 워낙 옷을 좋아해 취미 삼아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이렇게까지 본업이 될 줄은 몰랐다. 내 취향을 담은 옷과 좋아하는 비주얼을 사랑해주는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다.
프린트와 패턴을 활용한 옷이 많다. 이를 위한 이미지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직접 그리기도 하고 포토샵으로 만들기도 한다. 목표를 정해두고 이미지를 만들기보다는 그때그때 컨셉트에 맞는 분위기의 그래픽을 여러 개 만들어보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그래픽을 발전시켜 완성하는 편이다.
옷의 핏과 소재를 보면 입었을 때 편안한 옷이 많다. 디자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뭔가? 소비자 입장에서 평소에 손이 많이 가는 옷은 아무래도 편한 옷이 아닐까 한다. 디자인할 때 핏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편한 옷일수록 놓칠 수 없는 점이 핏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입어도 핏이 멋져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번 시즌에 신발이 새롭게 등장했다. 새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겨울에 유니폼처럼 밤낮없이 착용할 아이템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슈즈를 떠올렸다. 또 어그 부츠 없이는 겨울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 양털 소재의 부츠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울에도 멋을 포기할 수 없기에.(웃음) 어그 부츠 디자인을 변형한 힐도 제작했는데, 착용감도 편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다.
컬렉션 캠페인 컷의 비주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형적이지 않은 비주얼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옷을 디자인할 때부터 머릿속에 그려지는 여러 가지 룩북 비주얼이 있다. 그중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하고, 시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방향을 선택해 풀어나가는 것 같다.
이 중 모래로 만든 조각을 빼놓을 수 없다.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들려주기 바란다. 갑자기 모래로 조형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나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보면 작지 않은 크기의 조형물이라 생각보다 모래가 많이 필요했다. 모래 20톤을 사용했고, 모양을 굳히기 위해 물을 뿌려가며 만들었는데, 그 때문에 모래가 엄청 무거워져 모래 조각을 치울 때 모든 스태프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삽질해야 했다. 한여름이라 스태프들에게 많이 미안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촬영을 위해 제작하는 소품을 판매할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여유가 있으면 재밌는 것을 더 많이 만들 생각이다. 촬영에 사용한 아트 피스 또한 추후에 판매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태원에 첫 오프라인 스토어를 오픈했다. 위치를 이태원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 우리 브랜드는 국한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국가, 연령대, 서브컬처, 젠더 등.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방향성을 생각했을 때 이태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2024년을 기점으로 브랜드가 더욱 성장한 것 같다. 604서비스에 2024년은 어떤 해였나? 대외 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한 해다. 오프라인 스토어도 그렇고, 쇼룸이나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도 그렇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생기면서 소비자층이 한층 더 넓어지고 우리가 성장했다고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재미난 시도를 할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이라 할 해였다. 그 덕분에 2025년에 더욱 새롭고 재밌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나라의 편집숍에 입점했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국내외로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리에게는 옷과 보여주는 이미지 부분에서 위트와 센스를 갖춘 특유의 대범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내외 소비자가 그 점을 알아보고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티셔츠 이야기를 해보자. 브랜드 초기에 다양한 프린트 티셔츠가 있었다. 그중 ‘사랑의 빛’이라는 글귀를 새긴 티셔츠가 눈에 띈다. 우리 팀 에디터도 즐겨 입는 제품이다.(웃음) 어떤 의미를 담았나? 긍정적 의미의 한글이 담긴 티셔츠를 만들고 싶었다. 해외 팬들이 입어도 귀엽게 소화할 수 있을 만한.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604서비스를 인간화한 듯하다. 브랜드와 많이 닮아 있다. 롤 모델이나 ‘추구미’가 있다면? 롤 모델은 없다. 추구미는 깔끔하면서 묵직하고 강해 보이는 느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일 이외의 관심사가 무언지도 궁금하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친구들과 문화생활을 즐기고 혼자 있는 시간도 꼭 갖는 편이다. 포켓볼이 요즘 들어 새로운 취미가 된 것 같다.
준비 중인 다음 프로젝트가 있다면 <마리끌레르>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해주기 바란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처음으로 속옷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파티도 계획 중이다.
마지막 공통 질문이다. 현재 패션계는 나라는 물론 성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경계를 나누는 건 조금 구태의연하지만 묻고 싶다. 앞으로 깨부숴야 할 혹은 사라질 것 같은 경계가 있다면 무엇일까? 아직 우리나라는 패션에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 정도 보이지 않는 선 안에서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표현의 자유 부분에서 이전보다는 자유로워진 듯하지만 아직은 벽이 있는 느낌이 든다. 그 경계가 좀 더 허물어진 뒤 나올 작업물이 기대된다. 많은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