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사촌 동생과 나는 거대한 퍼프소매와 리본이 달린 드레스를 입는 것을 좋아했다. 그 나이대 여느 아이들처럼 디즈니 공주와 말괄량이 삐삐 사이를 오가며 공주 놀이에 진지하게 심취했고, 열병 같은 그 시기(?)를 지난 그후엔 더 이상 공주 옷을 입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리 트렌드가 돌고 돈다 해도 공주들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웬걸, 차일드 후드 · 발레 · 바비 코어 등 각양각색의 공주 스타일이 몇 시즌째 가장 뜨거운 트렌드로 등극하는 이변(?)을 낳은 것. 이번 시즌에 등장한 룩은 복고적인 기조가 물씬 느껴지는 ‘네오 부르주아(Neo Bourgeois)’다. 지금까지 부르주아 룩은 승마를 즐기는 여성에게 어울릴 법한 미니멀하고 쿨한 실루엣이었던 반면, 이번 시즌의 부르주아는 맥시멀하고 로맨틱한 실루엣이 주를 이룬다. 실크 타이로 목을 칭칭 감아 거대한 리본을 매는 푸시 보를 더하거나 레이스와 프릴, 폴카 도트를 풍성하게 활용하고, 잔 꽃무늬 드레스에 퍼 목도리를 매치하거나 구조적인 실루엣에 퍼프소매를 더해 격조 있는 보헤미안 바이브를 구현하는 방식. 이토록 동화적인 무드의 네오 부르주아 룩을 보고 있자니 사각거리는 리본, 조잘거리는 프릴 장식이 달린 드레스와 레이스 타이츠로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행복했던 그 시절의 마음이 지금의 나에게도 가득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