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가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의 아시아 첫 개인전 ‘리미널(Liminal)’을 공식 후원합니다. 지난해 베니스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공개된 작품들이 이번에는 서울 리움 미술관에서 새롭게 펼쳐지는데요. 피노 컬렉션과 협력해 탄생한 이번 전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피에르 위그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조망할 기회입니다.

©리움 미술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일까? 리미널은 예상치 못한 것이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 피에르 위그의 작업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가상,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데요. 센서와 AI가 융합된 작품들은 관객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실시간으로 변형되며,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처럼 작동합니다.

©리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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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피에르 위그의 대표작 12점이 공개됩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주요 작품을 소개합니다.

리미널(Liminal)

<리미널(Liminal)>, 2024~진행 중 실시간 시뮬레이션, 사운드, 센서, 스틸 이미지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제공 ©리움 미술관

리미널은 얼굴 없는 사람의 형태를 지닌 작품입니다. 이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수집한 환경 데이터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를 학습하고 기억을 축적하며, 감상할 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작품입니다. 정적인 조형물이 아닌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존재에 가깝죠.

카마타(Kamata)

<카마타(Camata)>, 2024~진행 중  기계 학습으로 구동되는 로보틱스, 자기생성 영상, 실시간 인공지능 편집, 사운드, 센서, 스틸 이미지
작가, 갤러리 샹탈 크루젤, 마리안 굿맨 갤러리, 하우저&워스, 에스더 쉬퍼, 타로 나수 제공. ©리움 미술관

대형 영상 작품 카마타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인간 해골에서 시작됩니다. 영상에서는 기계가 이를 둘러싸고 의식을 수행하는 장면이 펼쳐지는데요. 장례 의식을 연상시키지만,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인간이 사라진 이후, 기계가 인간의 흔적을 분석하는 미래적 시선을 담고 있어요. 신체 없는 존재와 생명 없는 신체가 공존하는 순간, 관객은 새로운 차원의 현실을 경험하게 되죠.

휴먼 마스크(Human Mask)

<휴먼 마스크(Human Mask)>, 2014 영상, 컬러, 사운드, 19분, 스틸 이미지
피노 콜렉션, 안나 레나 필름 제공. ©리움 미술관

후쿠시마 핵 배제 구역의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드론이 내려다보는 공간 속 한 원숭이가 홀로 서 있습니다. 소녀의 모습을 본뜬 가면을 쓴 채, 버려진 식당에서 인간의 행동을 흉내 내듯 반복적인 동작을 보이는데요. 때로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멈춰 있기도 합니다. 이는 재앙이 일어난 직후, 홀로 남은 인간 존재를 상징하는데요. 동시에 ‘인간’이라는 가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디엄(Idiom)

<이디엄(Idiom)>, 2024~진행 중
인공지능에 의해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목소리, 금색 LED 마스크. 리움미술관 제공
전시 전경, 피에르 위그, 리미널, 푼타 델라 도가나, 베니스, 2024.
사진: 토비아스 리스 ©리움 미술관

이디엄은 실시간으로 출현하는 알 수 없는 생성형 언어입니다. 황금빛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발성하는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 사이에서는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관객들은 낯선 현실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작품에서 등장하는 의상은 보테가 베네타피에르 위그의 협업으로 제작돼, 패션과 예술이 결합한 독창적인 조형미를 선보입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16(Cambrian Explosion 16)

<캄브리아기 대폭발 16>, 2018
수조, 투구게, 화살게, 아네모네, 모래, 바위
작가, 하우저&워스 제공.
델라 도가나, 베니스, 2024
사진: 슈테판 알텐부르거 사진, 취리히 ©리움 미술관

전시장 한편에 놓인 세 개의 수족관 중 하나에는 약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출현한 생명체 두 종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화석이나 다름없는 이들은 실험적 생태계 속에서 번식을 이어가는데요. 작품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정해진 조건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암시합니다.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도 준비됐어요.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이 직접 큐레이터 토크를 진행하며, 피에르 위그의 작품 세계와 전시 기획 과정, 그리고 작품 속 미학적 의미를 풀어낼 예정입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후원으로 더욱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리미널 전시. 지난 2월 25일 열린 프리뷰 행사에는 배우 주지훈, 손예진, 김다미, 로운이 참석해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현실과 가상, 인간과 비인간, 시간과 공간이 뒤섞이는 낯설고도 새로운 예술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면, 서울 리움 미술관을 방문해 보세요!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기간 2월 27일부터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