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RTISTIC MOMENT 토즈 프레젠테이션 현장인 고풍스러운 저택엔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했다. ‘토즈 맨이라면 이런 취향과 결을 사랑하고
향유하지 않을까?’ 싶은 로맨틱한 환상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2 THE VAST GRASSLANDS 제냐는 이번 시즌 컬렉션을 위해 호주의 광활한 초원을 알리안츠 미코(Allianz MiCo)에 구현했다. 모든 모델이 초원을 둥글게 둘러싸는 제냐의 시그니처 피날레를 마주했을 때, 끊임없이 자연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자 하는 하우스의 철학이 느껴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3 VIETNAM IN MILANO 유독 추웠던 밀라노에선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다. 우연히 알게 된 베트남 음식점 ‘카사 베트남(Casa Vietnam)’은 마치 집에 온 양 편안했던 곳.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어우러진 정갈한 맛은 물론이고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다니는 취재를 위한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4 PAPARAZZI 돌체앤가바나 쇼장의 런웨이 초입엔 의미심장한 커튼이 쳐져 있었다. 연극처럼 커튼이 걷히며 막이 오르자 레드카펫 같은 런웨이 양쪽으로 파파라치들이 빼곡히 서 있었던 것. 이들은 모델이 걸어 나올 때마다 열정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취재했다.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파파라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특별했던 쇼.
5 LE PERLE AI PORCI 재기 발랄한 업사이클링의 귀재 시몬 크래커. 이번 시즌에는 여러 하우스 브랜드의 로고와 디자인을 재해석해 패션업계의 본질과 허무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을 쇼의 테마로 삼았다. 수많은 브랜드의 태그를 장식한 재킷을 입은 모델이 지나간 런웨이 위엔 꼼데가르송, 릭 오웬스 등의 브랜드 태그가 떨어져 있었고, 쇼장에 있었던 이들이 이것을 주워 가기도 했다. 의도한 연출이었을까? ‘돼지에게 던져진 진주(Le Perle ai Porci)’ 라는 쇼의 주제와 겹쳐지며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았던 순간.
6 UNBROKEN INSTINCTS 프라다의 인비테이션이 들어 있는 꽃 패턴 엠보싱 상자를 열자 메탈 파이프 조각이 나왔다. 이 파이프 조각은 마치 공사장처럼 아슬아슬한 철근으로 만든 복층과 엘레강스한 카펫이 펼쳐진 쇼의 베뉴와 이어졌다. 제멋대로 재단한 듯한 퍼 칼라 코트와 몸에 꼭 맞는 꽃무늬 티셔츠, 끝내주는 테일러드 팬츠를 입고 걸어 나오는 모델의 모습은 이 불완전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베뉴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이런 상반되는 불완전함도 ‘어글리 시크(Ugly Chic)’라는 하나의 주제로 완벽히 묶어내는
마술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