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ZIO PARIS FASHION WEEK FW25-26 22 JANUARY 2025

1993년 첫발을 내딛은 송지오는 오랜 시간 모던한 남성복을 선보이며 그 꾸준함과 감각을 인정받고, 지난 2006년에는 아시아 브랜드에 배타적인 파리 패션위크에 진출하며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매장을 늘리고 새로운 문화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어느새 파리 패션계에 자연스레 녹아든 송지오는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또 한 번의 개척을 꿈꾼다. 30년 넘게 남성복 분야에서 매진하며 얻은 영광을 뒤로하고 미지의 땅과 같은 여성복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지난 1월 파리 맨즈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송지오의 새로운 컬렉션은 이러한 브랜드의 도전 정신과 역사를 닮았다. 계급사회에서 특권층을 대변하던 목 장식인 피카딜(pickadil)을 테마로 삼되 그 전형성을 배제하고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반항과 럭셔리 사이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혁신을 추구하는 정체성은 미감에서도 드러난다. 트위드, 부클레, 리넨, 특수하게 워싱하거나 왁싱한 코튼, 홀로그래픽 직물 등 상상 속에서는 어우러지지 않는 요소를 통해 불완전함의 상징인 바로크 양식을 녹여내는 시도가 두드러진 것. 이는 여타 기존 브랜드가 고수하던 스타일을 감각적으로 벗어나며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안긴다. 이 밖에 발렌시아가, 생 로랑 등 유수의 하우스 브랜드와 협업하며 Z세대에게 각인된 사운드 아티스트 준 곽(JOON KWAK)의 라이브 사운드 퍼포먼스 역시 브랜드 이미지와 상반된 감각을 선사하며 관중의 호응을 얻었다. 미지의 땅을 일구는 사람. 그리고 이미 깃발을 꽂은 영토에 만족하지 않고 범주를 넓히는 사람. 오늘날 세상은 이런 이들을 선구자, 파이어니어라 부른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여성 컬렉션을 선보였을 뿐이지만 송지오는 디자인과 분위기, 주제에 이르기까지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다른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틀에 얽매이지 않을 것임을 조용히 선언한다. 오늘날 한국 패션계가 송지오를 선구적 브랜드라 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