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미혹하는 탐스러움 요즘 마리끌레르 뷰티팀의 뷰티 토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는 단연 ‘입술’이다. 지난해 K-뷰티의 전유물이라 할 스킨 글로와 내추럴 글로 트렌드로 피부의 윤광과 탄력에 주목하던 시선이 이제는 입술로 향했다. 30대 초반에 접어든 주니어 에디터들은 통통하고 글로시한 립이 주는 영한 무드에 빠졌고, 30대 중반의 디렉터들은 노화로 얇아질 입술 두께를 1mm라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평소 선호하는 메이크업 스타일은 나이와 개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입술의 미학을 논할 때는 어느 때보다 의견이 모아진 것. 촉촉한 내추럴 광택, 통통한 볼륨감, 주름 없는 매끈한 라인, 그리고 지금보다 더 커 보이는 입술에 대한 열망이 그 중심에 있다.
입술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는 건 에디터들만이 아니다. SNS에는 더 크고 볼륨감 있는 입술을 만드는 팁과 자신만의 트릭을 공유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립글로스나 립 오일을 활용해 빛나는 오버 립을 연출하는 튜토리얼은 1년여 전부터 이어져온 인기 콘텐츠다. 다만 올해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힐링 립’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며 입술 노화 방지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입술을 과감하게 부각시키며 누가 더 도톰한 입술을 만들 수 있을지 경쟁하는 분위기에 ‘자연스러운 건강미’라는 키워드가 가세하며 심플하면서도 깊이 있는 뷰티 트렌드로 진화했다.
입술을 과감하게 부각시키며 누가 더 도톰한 입술을 만들 수 있을지
경쟁하는 분위기에 ‘자연스러운 건강미’라는 키워드가 가세하며 심플하면서도
깊이 있는 뷰티 트렌드로 진화했다.
립 케어, 그 장엄한 서막 입술은 일반 피부에 비해 보호 기능을 하는 각질층이 매우 얇아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 이와 더불어 모공이 없어 땀이나 유분을 분비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보호막을 형성하기 어렵다. 또한 하루 종일 말을 하거나 다양한 생활 습관에 의해 입 주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주름이 생기기 쉽다. 이는 신체 어느 부위보다 취약한 부분으로, 실질적인 케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그간 입술의 탄력 저하와 주름 같은 핵심적 노화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과 제품 등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한 발 물러나 있던 립 케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엔데믹을 맞이한 2023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이는 피부 건강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며 입술 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점이 맞물린 결과다. 립 케어 관련 검색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으며 립밤, 입술 보습 같은 키워드 검색 또한 약 20%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의 뷰티 & 퍼스널 케어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립 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5년에는 약 33억2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8% 성장한 것이며, 2020년과 비교하면 약 25%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립 케어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띤다. 올해는 약 1천4백1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입술에 안티에이징 한 방울 입술 케어 트렌드에 맞춰 해당 제품군도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보습은 기본이고, 뛰어난 색감과 볼류마이징 효과는 물론 주름 완화 기능까지 더해진 고기능성 제품군이 인기다. “과거에는 입술에 영양과 유·수분을 공급하고 보습막을 씌우는 식물성 오일이나 버터 같은 성분이 주를 이뤘으나, 입술 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탄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고기능성 성분과 자외선 차단 성분까지 함유한 제품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토코보 상품기획팀 윤성문 차장의 말이다. 코스맥스 연구팀은 현재 출시되는 제품의 성분 중 눈에 띄는 것은 탁월한 보습과 볼류마이징 효과로 입술 필러와 같은 미용 시술에도 이용되는 히알루론산,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펩타이드, 항산화 작용으로 입술의 색소침착을 줄이는 비타민 C, 최근 몇 년간 차세대 각질 제거 성분으로 각광받으며 광노화 보호 효과까지 인정받고 있는 LHA(Lipo Hydroxy Acid) 등을 꼽았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립세린’이라는 신제품 카테고리를 개발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벌인 LG생활건강의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자사 브랜드의 핵심 성분과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며 더후는 순도 99.5% 순금을 함유한 ‘골든 립세린’,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는 ‘프로폴리스 립세린’을 출시하는 등 립 케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눈가는 전용 관리 제품이 있는데, 왜 입술을 위한 기능성 제품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립세린은 입술 노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기능성 포뮬러와 유효 성분이 풍부한 제형을 적용했습니다. 출시 1백 일 만에 15만 개를 판매하며 인기를 한 몸에 받았죠.” LG생활건강 상품기획팀 이민혜 파트장은 슬로에이징, 얼리 안티에이징 트렌드에 힘입어 입술도 특별한 케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보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던 립밤도 이제는 기능성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불륨 업, 자외선 차단, 각질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중. 이와 더불어 립 마스크를 필두로 립 스크럽, 립 에센스 등 다양한 제형과 성분으로 세분화되며 입술에도 스킨케어 루틴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표면적인 비주얼 트렌드를 넘어, 기능을 중시하는 패턴으로 이어진다. 볼륨 있어 보이게 하는 제품에서 실제로 볼륨감을 더해주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은 실용성과 효과를 겸비한 기능성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뜨겁게 떠오른 립 체인저 지난해, 우리의 뷰티 파우치에 새롭게 자리 잡은 아이템이 바로 립 펜슬이다. 1mm만 더 넓게 그려도 드라마틱한 효과를 선사하는 립 펜슬은 오버 립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엄마들의 아이템’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벗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 흐름이 조금 달라졌다. 립 펜슬의 주요 기능인 ‘라인 확장’을 넘어, 본연의 탄력과 볼륨을 즉각적으로 높여주는 ‘립 플럼퍼’가 주목받고 있다.
플럼핑과 볼류마이징 효과를 강조한 제품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점차 시장을 확장해왔다. 과거에도 바르면 입술이 도톰해지는 립글로스나 립밤이 존재하긴 했지만, 분명 지금과 같은 인기를 끈 건 아니었다. 하지만 Y2K 무드와 함께 탕후루 립, 물먹 립 같은 글로 립이 트렌드의 중심에 서며 매끄럽고 반짝이는 글로시 립 메이크업이 강세를 띠기 시작했다. SNS 속 인플루언서들의 립 메이크업에서 주름 없이 탱글한 글로시 립이 더 매력적으로 강조되며 볼륨과 플럼핑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특히 MZ세대는 K-팝 아이돌의 무대 메이크업에서 영감을 받으며, 입술 볼륨감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 최근 뷰티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중안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입술 산의 볼륨을 살리는 것이 중안부 축소 효과를 보이는 스킬로 언급되며 인기는 배가했다. 박유미 바닐라코 브랜드 매니저는 “과거에는 매트나 벨벳 질감의 립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글로, 오일 등 다양한 질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는 립 플럼핑 제품이 입술에 혈색을 더하고 탄력을 높여 건강한 느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인정받으며 대세를 이루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립 플럼퍼의 매력을 적극 반영한 신제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있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수한 성분을 갖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할 수 있다. 그야말로 립 플럼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플럼핑 효과를 강조하는 제품을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입술 피부가 여린 청소년기에는 사용 전 반드시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박미림 인터코스코리아 연구원은 “고추 추출물, 멘톨, 니아신아마이드 등 고농도 성분을 함유한 플럼핑 성분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감각이 둔해지거나 기존 제품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결과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패턴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