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키스는 무려 여덟 차례의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뷰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또한 새롭게 론칭한 쿠션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비약적 성장을 이뤘죠. 그런 만큼 새해 목표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잡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지난해 일본 로프트(Loft)에서 향수를 처음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올해 4월에는 앳코스메(@cosme)에 쿠션을 선보입니다. 또한 태국 뷰트리움(BEAUTRIUM)에서는 시즌별 맞춤 이벤트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이 밖에 아마존에 입점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다양한 글로벌 유통사와 협업해 중동과 유럽 등지로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많은 K-뷰티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올해는 그 성장 뒤에 처음 맞이하는 해입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죠.
국내에 처음 론칭한 제품도 ‘향’에서 시작했고 글로벌 마켓에서도 향을 먼저 선보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향이 가진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색조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는데, 향수를 뿌리고 나가면 마치 특별한 터치를 받은 듯 자신감이 생깁니다. 향이 개인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듯,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작도 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키스가 정식 론칭한 2023년 11월은 팬데믹이 막 끝나고 향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시점이었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뷰티, 특히 K-뷰티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K-뷰티만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요? K-뷰티의 독특한 미감은 ‘자연스러움’과 ‘정교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과장된 아름다움보다 ‘나다운’ 표현을 중시하며, 제품의 패키지나 컨셉트 또한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추구하죠. 이런 차별화된 감각이 혁신적 기술과 결합해 전 세계적으로 K-뷰티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표님의 커리어 시작점이 궁금해집니다. 아까 첫인사를 나누며 키스의 프레스 키트에 대해 칭찬하셨죠. 사실 저는 다년간 국내외 뷰티 브랜드의 프레스 키트를 만드는 사업을 해왔습니다. 당시 뷰티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프레스 키트였을 정도로, 모든 브랜드가 감각적인 기프트 제작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기획부터 디자인, 제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며 각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히스토리와 감각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읽는 눈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독자적인 브랜드를 론칭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이 그때인가요? 프레스 키트를 제작하며 브랜딩도 겸했는데, 이 과정에서 타 브랜드의 리뉴얼 작업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브랜드가 완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내 것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경쾌하게 읽히는 브랜드 네임도 흥미롭습니다. 그 안에 담은 의미가 궁금합니다. 제 영어 이름이 케일리(Keiley)입니다. 머리글자인 ‘KE’와 끝의 ‘Y’를 연결한 KEY를 떠올렸죠. ‘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하자’라는 의미로,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키스는 일단 단품을 출시하며 시장성을 타진하는 여타 뷰티 브랜드와 달리, 마치 패션 브랜드가 한 컬렉션을 선보이듯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감각적인 비주얼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결합한 컨셉추얼한 캠페인도 눈길을 끌죠.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쉽지 않을 텐데 이런 행보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브랜드에 이러한 과정은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리본 하나도 제대로 묶고 싶은 사람이라 타협할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제품만으로 소 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 명확히 드러나는 브랜딩만이 살아남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패션을 무척 사랑합니다. 매년 많은 패션 브랜드의 시즌 컬렉션을 챙겨 보며 그들이 내는 색감과 트렌디한 시선 등을 배우죠. 패션은 오래전부터 여러 개의 컬렉션을 진행하며 빠르게 흘러왔지만, 과거 뷰티 시장은 그만큼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더 원하는 사례를 패션에서 참고한 것이죠.
아이코닉한 디자인의 ‘핑크 마그넷 쿠션’은 키스를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쿠션 강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죠. 정교한 포뮬러와 우수한 지속력, 피부 친화적 성분을 기본으로 생각했습니다. 처음 제품을 기획할 때 메이크업을 마친 후 얼른 가방에 넣는 것이 아니라 꺼내놓고 싶은 쿠션이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에서 출발했습니다. 고가의 명품 로고가 박히지 않았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주고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소비자들에게 ‘제품 컬러가 너무 아름답다’는 피드백을 자주 듣는데, 저희는 팬톤 컬러가 아니라 실제 출력물을 기준으로 독자적인 컬러를 맞춰나갑니다. 모두가 쉽지 않은 컬러라며 망설였지만, 저만의 감각과 판단을 믿고 추진한 덕분입니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뷰티 시장에서 키스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나요? 빠르게 발전하는 뷰티 테크 트렌드에 발맞춰 혁신적 원료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산 네이블 오렌지, 하동 백미 등 다양한 원료를 활용하는 동시에 보습력을 강화하는 특허 성분인 ‘SKIN MOIST UP™’을 함유해 제품력을 한층 높이고 있죠. 또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브리드 뷰티 제품을 개발하며,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멀티 유즈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이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앞으로 10년간 뷰티 산업은 개인 맞춤화와 AI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할 것입니다. 키스는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 개개인의 피부 상태와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맞춤형 뷰티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성공으로 이끈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타고난 ‘엉덩이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저는 매사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완벽을 기하고, 이것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며 살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건 아주 감사한 일입니다. 뷰티업계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커리어를 쌓고 싶은 이들에게, 내가 상상하는 모습대로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