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를 꿈꾸며 쓰던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마치 내 청춘의 교과서 같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LAURA MERCIER 시크릿 카뮤플라지. 5.92g, 6만1천원.
BENEFIT 베네틴트. 6ml, 3만2천원.
NYX COSMETICS 프로페셔널 얼티밋 아이섀도우 팔레트 #브라이트. 13.28g, 가격 미정.

Be Me

우연히 접한 미국 TV 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에서 청춘이 시작되었다. 드래그 퀸들이 무대에서 자신을 뽐내는 모습은 사회가 정한 규범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던 어린 시절 내 마음을 정확히 찔렀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못하던 내게 그들은 나답게 살라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응원에 힘입어 숨겨온 화장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결심을 한 시기가 군 입대와 맞아떨어진 것. 유행하던 숙취 메이크업과 솔 애플리케이터 블러셔는 코덕력을 자극했고, 베네피트의 베네틴트를 몰래 부대에 들고 가 블러셔로 덕지덕지 바르고 임무에 임했다. 하필 매섭기로 소문난 호랑이 간부가 바로 뒤에 있었고, 그가 내 빨간 볼을 정확히 스캔했다. “볼터치 했냐?”는 질문에 잔뜩 겁먹고 배시시 웃는 내게 그는 볼과 입술의 컬러를 맞추면 더 예쁘다며 B.X에서 파는 체리빛 립밤을 추천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청춘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주위의 따뜻한 어른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초록색 콘택트렌즈를 낀 눈이 예쁘다고 말해주던 교수님과 화장대에서 로라 메르시에 컨실러를 몰래 가져왔을 때 모른 척해주던 엄마처럼. 오랜만에 화장대를 뒤적여보았다. 난생처음 산 아이섀도인 닉스 아이 팔레트가 여전히 영롱한 자태를 자랑한다. 힛팬이 보일 정도로 쓴 샛노랑 아이섀도를 눈두덩이에 발라보니 심장이 두근댄다. 여전히 청춘이구나.

<마리끌레르> 현정환 뷰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