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최전선에서 각자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2025년이 더욱 기대되는 영 크리에이터 5인.

디자이너 이소희 SM엔터테인먼트 네오센터에서 크리에이티브 비주얼팀의 리더로 일하며 NCT, NCT 127, NCT DREAM, NCT WISH, 그 외 NCT의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비주얼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소희라고 합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네오 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네오센터는 NCT 담당 본부이고, 앨범 발매에 있어서 흔히 말해 ‘앨범 재킷’이라고 불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콘셉트 설정 단계부터 기획, 촬영 어레인지, 디자인까지 기획자이자 디자이너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범위의 작업들을요. 하나의 앨범을 만들어가기 위해 뮤직비디오 팀, 아티스트 비주얼 팀 등 여러 부서와 함께 협업하고 있고요. 무엇보다도 저희 팀원들과 함께 좋은 작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K-팝 업계에 들어와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학부 때 순수 미술을 전공하다 상업 미술에도 관심이 생겨 시각 디자인을 함께 공부했어요. 졸업 후에 SM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2018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꽤 시간이 흘렀네요.(웃음)

순수 미술과 시각 디자인을 공부했다면 선택지가 다양했을 텐데, 그중에서 K-팝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K-팝은 상업적인 산업이지만 동시에 순수 예술과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고 느꼈어요. 음악과 아티스트 모두 ‘예술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특히 K-팝이 활용하는 시각 매체, 그러니까 영상이나 사진, 디자인 등을 결합해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개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있지만 보통 팀 단위로 움직인다고 들었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강한 시너지가 발휘될 것 같아요.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각자의 취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는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색이 프로젝트와 잘 어우러질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각각의 생각이 모여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해요. 각자의 감각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좋은 흐름이 만들어지는 거죠. 무엇보다도 끝까지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WICHU will always be with you.💚
NCT WISH [poppop – The 2nd Mini Album]

2024년, K-팝 산업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앨범 제작에 있어 기존의 음반 형식을 넘어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고 있어요. 케이팝에서 피지컬 앨범은 음악을 듣는 수단을 뛰어넘어 소장품에 가깝다는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아티스트와 음악의 콘셉트를 유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말 그대로 실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브랜딩 매체인거죠. 예를 들어 작년에 발매된 NCT WISH의 데뷔 앨범 <WISH>의 ‘WICHU ver.’은 그룹 캐릭터를 키 링 인형으로 구현한 디지털 앨범이에요. NCT WISH를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만큼 그룹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모니터 속이 아닌 팬들이 실제로 만날 수 있길 바랐어요. 팬들이 위츄를 입양해서 함께 다니면 귀여울 것 같다고요. 실제로도 잘 구현되어서 즐거웠던 작업이에요.

‘NCT’는 ‘NCT 127’, ‘NCT DREAM’, ‘도재정’ 등 여러 서브 그룹과 유닛 활동도 하잖아요. 인원이 많아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그만큼 기획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당연한 말이겠지만, 각 서브 그룹과 유닛마다 고유한 에너지가 존재하거든요. 그리고 그 조합에서만 나올 수 있는 시너지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룹 작업에서는 멤버들 간의 이러한 케미스트리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죠. 이제는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각자의 색을 찾고 개개인의 개성을 보여줄 시기가 되었어요. 이전에는 그룹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면, 이제는 한 명의 아티스트를 브랜딩하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솔로로서 그 아티스트만의 매력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 거죠. 다음이 기대되는 지점을 남겨두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애정하는 작업이 있을까요?
보통 팀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혼자서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고민도 많았지만 그만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남달랐죠. 카이의 <Peaches>와 <Rover>가 대표적이고, 작년에는 텐(TEN)의 솔로 데뷔앨범 텐<TEN>을 진행했어요. 물론 팀원들의 서포트 덕분이지만요. 이 프로젝트의 경우 아티스트가 가진 다양한 모습을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것이 핵심이었어요. 아티스트의 양극단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전시장처럼 아티스트의 초상을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고, 그 앞에서 반전된 비주얼의 아티스트를 촬영하는 방식을 구상했어요. 이를 하루 안에 구현하는 것이 미션이었죠. 오전에 촬영한 이미지를 현장에서 바로 정리해 인쇄소에 넘겼고, 저녁에 인화된 사진을 받아 액자에 넣어 촬영을 진행했어요. 이 과정에서 포토그래퍼, 그리고 아트팀과 함께 긴박하게 작업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컨셉 포토나 뮤직비디오 쪽에서는 AI 기술이 발전되는 반면, 앨범은 실물 작업이 중심이기 때문에, 또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새로운 포맷만 봐도 그렇죠. 결국 기술의 발전이 음악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술의 발전이 음악 산업에 가져온 변화가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아티스트들이 단순하게 곡을 발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죠. 장르와 국경을 초월한 협업도 자연스러워졌고요. 이러한 환경이 창작을 더욱 활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느껴요. 하지만 동시에 음반 매체가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죠. 앨범의 형태는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음악을 구입하고 소장하며 감상하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앨범이 가지는 감성적인 가치를 어떻게 하면 휘발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될 것 같아요.

2025년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올해에도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각 아티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요. 또 K-팝이 끊임없는 변화와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그 속에서 ‘음반’이라는 산업이 가진 본질적인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지도 중요한 과제가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