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THERM HOMME 아쿠아파워 어드밴스드 젤 PRO. 100ml, 9만2천원.
CHRISTIAN DIOR BEAUTY 소바쥬 클렌저. 125ml, 6만3천원.

어린 딸에게 아빠가 자주 하던 행동이 있었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까칠하게 자란 수염을 내 볼에 비비며, 아침잠에 취해 비몽사몽인 딸을 깨우는 일. 어릴 땐 그 수염이 너무 싫어 “아빠, 면도는 언제 해?” 하고 묻곤 했다. 반대로 말끔하게 면도한 아빠의 보드라운 얼굴을 쓰다듬는 건 참 좋았다. 고등학생 때인가, 아빠의 유일한 뷰티 루틴인 셰이빙 케어를 위해 비오템 옴므의 아쿠아파워 올인원을 생일 선물로 준비했던 일이 기억난다. 실용주의자인 아빠에게 꼭 맞는 화장품이었다. 여러 개 바를 필요 없이 하나만으로도 스킨케어를 간편하게 끝낼 수 있었으니까. 그 이후로 아빠는 아쿠아파워 올인원을 줄곧 사서 쓰신다. 최근에는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소바쥬 클렌저를 사드렸는데, 청량한 사용감과 프레시하면서 묵직한 향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러고 나서 어느 날, 면도를 마치고 나온 아빠에게서 청량하고 상쾌한 소바쥬 향이 났다. 그 순간, 문득 어릴 적 아빠가 내 볼에 수염을 비비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나고 보니 알 것 같다. 무뚝뚝한 아빠가 내게 보이는 애정 표현이었음을. 이달에는 비오템 옴므의 아쿠아파워 어드밴스드 젤 PRO로 아빠의 스킨케어 루틴을 업그레이드해드릴 생각이다. 뷰티의 ‘뷰’ 자도 모르는 아빠의 뷰티 루틴을 앞으로도 오래오래 챙겨드려야지. 이런 딸의 마음을 아빠는 아시려나.

<마리끌레르> 송현아 뷰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