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모 드디어 취직에 성공했어요!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 뿌듯한데, 주변에서 “취직했으면 신용카드부터 만들어야지!” 하더라고요?
어피티 역시 마리모! 해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바로 그 멘트가 사회초년생을 대출의 늪에 빠뜨리는 최초의 유혹이에요.
마리모 갑자기요?
잔고가 텅 비어도 결제할 수 있는
마법의 도구, 신용카드
신용카드를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렇게 돼요.
나에게 당장 돈이 없어도, 카드사가 ‘나의 신용’을 믿고 먼저 결제해 주는 시스템

체크카드가 결제 즉시 연결된 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신용카드는 좀 달라요. 카드를 긁는 그 순간에는 카드사가 대신 결제하죠. 그렇게 쌓인 한 달 치의 결제 대금을 그다음 달 결제일에 내가 갚고요.
갚는 방식도 여러 가지예요. 한 번에 돈을 내는 ‘일시불’, 여러 달에 걸쳐 나눠 내는 ‘할부’, 이번 달에는 전체 결제 대금의 일부만 내고 이후에 조금씩 나누어 내는 ‘리볼빙(일부금액이월약정)’ 등이 있어요. 당장 현금이 없더라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소비생활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죠.
한 번 늘어난 소비, 줄이기 힘들어요
마리모 소비생활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는 건 돈을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좋은 것 아닌가요?
어피티 그 유연함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예요.

맛있는 음식도 원 없이 먹다 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죠. 위도 늘어나서 다음부터는 적정량이 성에 안 차고요. 소비도 그래요. 한번 신용카드에 익숙해지면, ‘오늘은 기분이니까!’, ‘지금 꼭 필요한 거니까!’ 하면서 지출 기준이 점점 느슨해지거든요. 혜택도 많고 편리한 도구 같은 신용카드지만, 어느 순간 ‘내가 소비하는 이유’를 흐릿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이렇게 만들어진 소비 습관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신용카드 결제일이 다가왔는데 잔고가 부족하면? 그때부터는 현금서비스, 카드론(카드 대출), 급기야 고금리 대출까지 동원하는 ‘돌려막기’가 시작되죠. 한 번 대출에 손을 대면 이자는 이자대로 불어나고, 월급은 카드값 갚느라 빠듯해지고, 소비는 줄지 않으니 또 카드에 손이 가고… 그렇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과소비의 굴레, 빚의 굴레에 들어서게 돼요.
신용카드도 ‘잘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마리모 잠깐, 처음부터 너무 겁주는 것 아닌가요? 신용카드도 잘 쓰면 혜택도 받을 수 있고, 신용 점수도 높일 수 있다던데요?!
어피티 맞아요. 신용카드는 잘 쓰면 정말 좋은 아이템이에요. 단, ‘잘 쓰면’에 해당하는 조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해요!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혜택을 주기 위한 조건을 내걸어요. 대표적인 게 ‘전월 실적’이에요. 혜택을 받기 위해 ‘전월’에 일정 금액 이상을 카드로 결제해서 ‘실적’을 맞춰야 한다는 뜻인데요. 예를 들어 교통비 10%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에 해당 카드로 30만 원 이상 써야 한다는 식이죠. 그런데 내가 원래 매달 20만 원만 쓰던 사람이면, 혜택을 받기 위해 억지로 10만 원을 더 써야 하잖아요. 이건 ‘혜택을 받기 위한 소비’지, ‘나에게 필요한 소비’는 아니에요. ‘안 쓰면 100% 할인’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온 거고요.
신용 점수도 마찬가지예요. 무턱대고 카드를 쓰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정해진 결제일에 연체 없이 갚은 기록이 쌓여야 점수가 올라요. 반대로 한 번이라도 연체하면, 그 기록은 오래 남고 점수는 떨어지는데요. 신용이 떨어지는 건 쉽지만 다시 올리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려서 최대한 연체는 피해야 해요.
결국 신용카드의 진짜 혜택은 ‘내 소비 습관을 정확히 알고, 그 범위 안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만’ 누릴 수 있는 거예요. 적당한 거리 두기, 그리고 정확한 조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카드사만 좋은 일 시켜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생각했다면? 다음 주에 공개될 2화를 기대해 주세요! 실전 카드 꿀팁까지 꼼꼼하게 정리해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