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주얼러의 덕목은 생각보다 명료하다. 진귀한 원석을 채집하고 숙련 된 가공 기술로 세공해 훌륭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 그러나 탁월한 주얼 러에게는 그 이상으로 공들이는 영역이 있다. 주얼리에 이야기를 불어넣고 전달하는 일, 즉 ‘스토리텔링’이다. 만일 주얼리에 스토리가 없다면 제아무리 매혹적인 하이 주얼리라 한들 팔 리고 나면 쓸모를 다하는 소유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낭만적 인 설화나 한 문화권의 전통과 역사, 브랜드의 신념,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 는 행운의 메시지를 담은 주얼리들은 쇼케이스에서 고객에게로 한 번, 전 시장에서 관객에게로 또 한 번 소비될 사명을 얻어 영생한다. 마치 예술 작 품처럼 시각적 아름다움을 통해 무형적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키린은 이러한 관점을 공유하며, 동양의 다양한 모티프를 통해 스토리텔 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3월 상하이에서 열린 <미라클 가든 (Miracle Garden)> 전시는 그러한 메종의 정신을 증명하는 장으로 기억 된다. 옐로 다이아몬드의 광채로 천상계 무용수들의 우아한 몸짓을 표현 한 ‘울루 페어리(Wulu Fairly)’ 파인 주얼리 컬렉션, 메종의 상징인 울루 형 태의 다이아몬드 컷을 개발하고 적용한 ‘울루 다이아몬드 로터스(Wulu Diamond Lotus)’ 파인 주얼리 컬렉션, 중국 전통 산수화에 경의를 표하 며 송나라 먹물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담은 ‘울루 산수(Wulu Shanshui)’ 파인 주얼리 컬렉션, 왕실 휘장 모티프를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로 차용 한 ‘킹 & 퀸(King & Queen)’ 파인 주얼리 컬렉션, 대나무 위에 사랑스러운 나비나 지혜로운 보보 캐릭터를 더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에 주목한 ‘뱀부 (Bamboo)’ 파인 주얼리 컬렉션, ‘광활한 강과 호수에서 자아를 잊다’라는 중국의 유명 사상을 시각화한 ‘친친(Qin Qin)’ 파인 주얼리 컬렉션, 그리고 간쑤성 율린 동굴에 묻힌 보물을 기리고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한 ‘울 루 율린(Wulu Yulin)’ 파인 주얼리 컬렉션 등이 그 예. 실제 정원에서 노니 는 듯 생동감 넘치는 미감과 메시지, 역사적 모티프는 유기적으로 얽히며 정교하게 복원된 청나라 시대의 고택 안뜰을 판타지와 감동으로 채웠다. 울 루 문양의 격자 스크린, 연꽃 오브제, 대나무 전시대처럼 고전적 미감을 현 대적으로 변주한 시노그래피도 감상과 몰입에 한몫을 보탰음은 물론이다. 전시장을 나서자 상하이 아만 양윤의 드넓은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초봄 의 햇살을 받고 자라난 꽃과 나무, 오래된 연못에서 연꽃을 헤치며 힘차게 헤엄치는 금붕어, 작고 사랑스러운 나비까지. 마치 전시대 위 주얼리들이 살아난 듯한 풍경이 한 시간 전 전시장에 입장하며 느낀 것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선사했다. 이 작품들을 두고 키린은 “수천 년의 문명을 착용 가능한 형태로 변형한 결과물”이라 설명한다. 이토록 작은 주얼리, 찰나에 가까운 순간 관객의 마음에 대서사시를 옮겨놓은 키린. 천년의 문명뿐 아니라 철 학과 미학, 사학, 놓치고 있던 일상의 아름다움까지 착용 가능한 형태로 일 깨우는 진실성이 원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