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M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시모 조르제티.

서울에 온 것을 환영한다. 2023년 이후로 약 2년만에 다시금 오게 된 계기는? 현대백화점 본점과 더현대 서울. 이 두 곳에 MSGM의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한국은 MSGM에 아주 의미 있는 시장이니만큼 MSGM과 한국이 더 깊이 연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한국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첫손에 꼽을 만큼 활력이 넘치는 패션, 예술 시장 중 하나이지 않나. 창의적 표현과 혁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새로운 세대가 많고, MSGM의 감성과 맞닿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역동적 문화와 소통하며 더욱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다.


한국에는 MSGM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많다. MSGM은 클래식한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대담한 터치를 가미하는 브랜드다. 개성을 중시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의 패션 피플에게 이런 감각이 자연스럽게 와닿는 게 아닐까.


“단순히 의류를 넘어 에너지만으로도 MSGM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에너지, DNA를 담으려고 하나?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며, 두려움 없는 창의성.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것이다.

MSGM의 에너지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생동감 있는 튀르쿠아즈 블루, 강렬한 레드, 톡 쏘는 듯한 애시드 옐로.

MSGM을 설립한 지 16년이 되었다.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한 브랜드를 꾸준히 이끌려면 어마어마한 집념과 사랑이 필요하다. 하우스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창작에 대한 열정,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갈망이다. 패션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이고, 이 안에서 MSGM을 신선하고 흥미로운 브랜드로 유지하겠다는 목표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무엇보다 함께해온 팀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MSGM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라, 가족 같은 공동체다.


그 원동력이 이번 컬렉션에서도 유효한가? 그렇다. 이번 컬렉션 또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기존의 아이디어를 MSGM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지중해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 실루엣과 결합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했다.


새로운 인풋은 어디에서 얻나? 개인적 경험과 여행 그리고 내 흥미를 끄는 것들에서 창작의 원천을 찾는다.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여름과 바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의 감정을 곱씹으며 새로운 영감을 채운다.

MSGM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시모 조르제티.

인스타그램에도 북유럽에서 본 오로라, 눈 덮인 광활한 산, 로마의 석상, 그림, 가구, 고양이 등 다양한 이미지를 올리지 않나. 마치 MSGM의 디자인에 깃든 경쾌한 기운처럼 신선하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 예술, 건축 그리고 아주 사소한 순간들까지도 섬세히 캐치하고 이를 영감의 요소로 활용한다. MSGM의 디자인이 늘 신선하고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가진 것도 이런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컬렉션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가? MSGM의 16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2010년에 선보인 첫 컬렉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또 내가 사랑하는 요소인 바다를 모티프로 삼았다. 나는 이탈리아의 해안 도시인 리미니(Rimini)와 리초네(Riccione)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 때문인지 내 삶의 대부분을 함께해온 바다에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그때의 기억과 추억을 담아내고 싶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가득한 해변, 바닷바람에 넘실대는 스트라이프, 뙤약볕이 내리쬐는 해변의 파라솔처럼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구현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공간인 ‘라 베데타(La
Vedetta)’의 풍경도 담았다.


라 베데타는 어디인가? 이탈리아 해안 지대인 리구리아(Liguria)의 암석 절벽 위에 지은 나의 집이자 나의 파트너와 함께 지내는 은신처다. 하얀 외벽에 파란색 스트라이프를 덧칠하고 둥근 창문을 더해 거대한 보트처럼 꾸몄다. 집 앞으로는 지중해의 바다가 넘실대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을 처음으로 컬렉션 전반에 프린트, 자카드, 라벨 등의 형태로 표현해 의미 깊다.

이전의 컬렉션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로고다. 로고는 MSGM의 중요한 아이덴티티였다. 하지만 앞으로 선보일 컬렉션에서는 디자인과 장인정신에 더 집중하려 한다. 단순히 로고를 내세우기보다 질감과 형태,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컬렉션을 더욱 세련되게 완성할 것이다.


수많은 트렌드에 둘러싸여 사는 시대다. 그 사이에서 MSGM다움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비결이 있나?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MSGM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생동감, 창의성, 개성’을 지켜가는 것이다. 클래식에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섞고, MSGM만의 독창적 터치를 가미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패션 시장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를 실감하나? Z세대가 패션업계를 움직이는 강력한 원동력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MSGM 역시 이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세대를 초월하는 창의적 표현의 기준점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더 폭넓은 대중과 소통하는 브랜드로 남고 싶다. 또한 지속 가능성도 MSGM이 집중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다. 이번 2025 S/S 시즌엔 밀라노 기반의 그래픽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기가(Studio GIGA)’와 ‘판타스틱 그린(Fantastic Green)’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증받은 100% 유기농 면 소재에 화학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생분해성 잉크로 프린트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현대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을 위트 있게 표현한 그림과 ‘PAY ME’와 ‘BAU’ 같은 메시지도 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그 속에서 감각과 감수성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만큼 협업도 다양하게 해왔다. 예술 분야와 협업하는 건 MSGM의 정체성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루크 에드워드 홀(Luke Edward Hall)과 함께했는데, 그의 감각적 색채와 개성 넘치는 아트워크가 MSGM의 에너지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은? 밀라노 지하철과 프란코 알비니 재단(Fonda zione Franco Albini), 그리고 구글(Google)과 함께한 프로젝트. 2024F/W 남성 컬렉션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세 가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특별한 대화를 만들어냈으니까.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새로운 연결과 경험을 창조할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티셔츠에 “Never look back, it’s all ahead”라는 브랜드의 슬로건을 담았다. 당신은 이 슬로건과 얼마큼 닮은 사람인가?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내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늘 앞을 향해 나아가고, 변화를 즐기는 태도, 낙관적인 시각과 강인한 추진력,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탐색하는 것. 이것이 MSGM의 본질이자,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브랜드를 창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올곧게 지키고 싶은 가치나 태도는 무엇인가? 정직. 나 자신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팀원과 파트너에게 솔직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MSGM을 이끌어온 힘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담은 관계에서 진정성이 나오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만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MSGM을 대중이 어떤 브랜드로 기억하기 바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타일은 달라질 수 있지만, 하우스 고유의 에너지는 언제나 살아 숨 쉬는 것이 느껴지는 브랜드.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변화할 줄 아는 브랜드로 만들 것이고, 무엇보다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길 바란다.


MSGM의 비전은 무엇인가. 패션을 넘어 문화적 허브가 되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본연의 개성과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MSGM의 미래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시모 조르제티는 더현대 서울 MSGM 매장 내부 벽에 작품을 설치했다. 넷 아티스트(Net Artist) 듀오 에바 & 프랑코 마테스(Eva & Franco Mattes)의 설치미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