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가벼울 나의 몸으로
지금부터 하는 말은 위고비를 절대적으로 찬양하거나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위고비가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그 과학적 근거는 이미 많은 전문가를 통해 알려졌을 터. 그렇기에 여기에서는 위고비를 통해 조금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으로서 체험한 부분을 솔직하게 전하고자 한다. 20대의 나는 소위 말하는 ‘슬렌더’는 아니었지만, 큰 키와 탄탄한 몸매로 건강한 몸을 유지했다. 먹는 것을 삶의 낙이라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어리고 건강하던 시절이라 체중 변화는 거의 없었고, 그 덕분에 다이어트를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군살’이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처음으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시도했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나날이 야금야금 찌는 살은 나를 통통과 뚱뚱 사이에서 흔들리게 만들었다. 올해는 달라져야겠다는 다짐 아래 고강도 체중 관리에 돌입했다. 주중에는 닭 가슴살과 소량의 샐러드로 철저히 식사를 제한하고,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말에 데이트나 약속이 잡힐 때면 억제하던 음식의 유혹을 참기 어려웠고, 결국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런 반복된 루틴에 지치는 건 물론이고 먹는 것 하나 조절하지 못한다는 원망에 스스로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다이어트가 더 이상 나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서며 위고비를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뷰티 에디터로서 누구보다 다양한 시술과 다이어트 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몸에 적용하는 시술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해왔다. 그럼에도 위고비를 시도하기로 결심한 건 다름 아닌 할리우드 셀럽들은 물론이고 일론 머스크마저 꾸준히 사용하며 효과를 봤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위고비는 자가 주사 방식이다. 처음엔 조금 두려웠지만, 실제 바늘은 매우 작고 가늘어 복부에 찌를 때 고통이 거의 없었다. 매일 주사를 놓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일주일에 단 한 번 시간에 관계없이 맞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효과는 그다음 날부터 즉시 나타났다. 출근길에 으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후 3시까지 허기를 느끼지 않았다. 오후 5시, 그날의 첫 끼이자 이른 저녁으로 샐러드를 먹었지만 3분의 1을 남겼을 정도. 그제야 “배불러서 못 먹겠어”라던 마른 친구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고비 덕분에 그토록 힘들던 간헐적 단식이 가능해졌다. 자연스레 과식에서 오는 죄책감도, 먹는 것에 대한 집착도, 내 몸과 의지를 향한 비난도 사라졌다. 마치 식욕이라는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난 구도자의 마음이랄까. 음식에 흔들리던 시간은 더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뀌었고, 덩달아 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위고비 관련 카페에 들어가면 다양한 체험담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입덧에 가까운 울렁거림과 어지럼증을 겪기도 하고, 심한 변비가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또 요요 현상을 경험한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나는 위고비를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앞으로 주 3회 근육 운동을 병행하며 요요를 방지할 것, 1년 이상 위고비를 꾸준히 맞으며 소식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완벽히 정착할 것. 이 방법이 과연 20대 내가 사랑하던 몸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줄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매주 1kg씩 한 달간 총 4kg을 감량한 지금, 그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요즘 위고비를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있다. 물론 평균 체중을 밑도는 이들이 깡마른 몸을 가지려 위고비를 맞는 데는 반대한다. 하지만 의지와 노력만으로 살을 빼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내 나이대 여성들에게는 조심스레 권하는 바다. 잠시 잊고 살던 아름다웠던 ‘나’를 되찾는 방법이자, 그간 얼마나 자극적이고 많은 양의 음식으로 내 몸을 혹사했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마리끌레르> 김경주 뷰티 마켓 디렉터
다이어트 주사 유랑기
서른 살을 기점으로 하루를 굶으면 1kg씩 빠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몸매가 드러나는 예쁜 옷을 입고 싶기에 친구 2명과 함께 생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다이어트를 기약했다.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역시나 의지는 시간이 가며 희미해가지던 중, 우리 중 한 명이 위고비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감량에 감량을 거듭하던 그 친구는 약 두 달 만에 목표 몸무게에 도달했다. 친구는 위고비의 위대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나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자가 주사 방식이라니! 몇 주 전, 아름다움을 갈망하며 스스로에게 미스터리한 약물을 주사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 <서브스턴스>를 본 터라 더욱 공포스러웠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위고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실제로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고비의 이전 버전이라 할 만한 삭센다는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넘었으며, 출시 당시 부자들을 위한 기적의 신약으로 통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우선 위고비보다 약효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고 가격도 저렴한 삭센다를 사러 나섰다.
하지만 최근 위고비의 등장으로 삭센다는 생산량이 줄어 구하기 힘들고, 어렵게 손에 넣었지만 오래도록 고민한 것이 무색하게 초반 효과는 미미했다. 일주일 남짓 흐른 뒤에야 배고픔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고 그렇게 18일간 삭센다를 맞으며 3kg가량 감량했다. 별다른 부작용을 느끼지 못했지만, 가장 큰 복병은 번거로움이었다. 약효가 16시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매일 아침 주사를 놓아야 했는데, 출근 준비에 쫓기는 와중에 얼마나 귀찮던지. 결국 마음은 위고비로 향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삭센다보다 위고비의 만족도가 훨씬 높다.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니 간편하거니와, 포만감이 장시간 강하게 지속되는 터라 체중이 빠르게 줄었다. 속이 매슥거리는 증상을 느낀다는 사람들의 말이 무색하게 부작용은 특별히 없었고 부기 관리가 가능한 건 물론, 간식이나 식사로 나가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누군가는 먹는 양이 크게 줄어 예민해진다고 했지만, 배고픔을 느끼지 않아 평소 공복일 때 예민해지는 것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상태랄까. 특수한 케이스겠지만, 위고비를 전파한 친구는 체중 감량과 함께 불규칙한 월경이 안정화됐다고 전하며 뜻밖의 효과를 귀띔하기도 했다. 위고비의 탄생과 함께한 저명한 과학자는 최소 10년 안에 비만 인구가 없어질 거라는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의 말처럼 위고비가 우리를 비만으로부터 해방시킬 기적의 신약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의견은 아직은 여전히 중립에 있다. 꽤 많은 사람이 매슥거린다거나 구토가 난다는 등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위고비를 중단하자 일주일 정도 매슥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모두가 걱정하는 요요 현상은 거의 없었는데, 이미 줄어든 식사량이 어느 정도 유지된 덕분이다. 비용 문제가 없다면 위고비를 다시 맞을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Yes’라고 답할 것이다. 스트레스성 폭식 후 오는 자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먹어 병이 나는 현대사회에서 비움의 미학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위고비를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다. 지금 맞은 위고비가 먼 미래에 내 몸에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산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다. 나는 선택했고, 살이 빠졌다. 원하는 얼굴과 몸을 갖게 됐지만, 그와 동시에 그 과정에서 무언가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금까지 떨치지 못하고 있다. 위고비로 인한 변화가 단지 외적인 부분에 그치지 않기를 나 또한 바라지만, 이 선택이 잘못된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더 이 약을 올바른 선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 체중 감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생활 습관 개선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고, 식사량을 줄이기보다는 ‘질’을 바꾸는 데 집중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내가 왜 위고비를 선택했는지, 그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변화는 내 몫이다.
<마리끌레르> 현정환 뷰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