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지만 자유롭고,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요즘 가장 눈에 띄는 헤어스타일을 하나 꼽자면 단연 ‘픽시 컷’일 거예요. 짧고 단정하지만 전혀 심심하지 않은, 오히려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힘을 가지고 있죠. ‘픽시(pixi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요정처럼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는데요. 하지만 오늘날 픽시 컷은 요정보다는 섬세하면서 강인한 개척자 이미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픽시 컷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1950년대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을 떠올려 보세요. 영화 속 그의 짧은 머리는 이른바 ‘헵번스타일’로 불리며 그 시대에 하나의 현상을 일으켰죠. 아시아 문화에서도 픽시 컷은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속 머큐리(세일러문)나 마코토(시간의 달리는 소녀)처럼 픽시 컷은 오랫동안 청순하고 풋풋한 이미지의 상징으로 작용했으니까요. 특히 일본에서 짧은 머리를 첫사랑 이미지로 여기는 문화적 코드가 여전히 존재하고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픽시 컷은 더 이상 사랑스럽거나 청순하다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나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혹은 실용적인 면에서 픽시 컷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 영화 <언더워터> 촬영 중 헬멧을 벗는 게 불편하다는 이유로 삭발을 감행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처럼요.
긴 머리에서 픽시 컷으로 스타일을 바꾸고 한층 더 도회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김고은이 좋은 예시가 될 거 같은데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이들의 전소연 역시 짧은 머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음악 세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우뚝 솟은 타일라 또한 마찬가지예요. 최근 아프로 텍스처를 살린 픽시 컷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죠.
각자의 이유는 달라도 그 짧은 한 끗에는 분명한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 이들의 픽시 컷 스타일을 참고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