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une Issue

CULTURE

#디지털디톡스 #화이트도파민 #문화적일상

눈발이 날리던 올봄의 기묘한 날씨를 뒤로하고, 화창한 여름의 축복받는 듯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무얼 해야 할까요. 잠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며 화이트 도파민을 높이는 ‘문화적 일상’을 누려보면 어떨까요. 지난 4월 25일, 마리끌레르 팀이 분주하게 향한 곳은 다름 아닌 CGV 용산아이파크몰 영화관. 이곳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12회 마리끌레르 영화제(MCFF) 개막식을 찾은 게스트들을 맞이했습니다. 수상자뿐만 아니라 시상자 그리고 게스트로 참석한 이들의 특별한 축하와 응원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희망찬 순간은 마치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중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 말들을 되새겨봅니다.

MCFF

#마리끌레르영화제 #은막의배우 #지속가능한문화

제12회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파이오니어 상’을 받은 탕웨이 배우. 그리고 2년 전 파이오니어 상 수상자이자 시상을 위해 다시 자리를 함께해준 배두나 배우가 제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탕웨이 배우는 커버 화보 촬영을 위해 찾아간 인천의 한 극장,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의 옛 사진을 살포시 보여주며 아주 특별한 촬영이었다고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그리고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전하며 애관극장을 분명한 발음으로 되뇌었습니다. “마리끌레르 커버스토리 촬영을 위해 1백30년 역사를 간직한 영화관, 애관극장을 방문했습니다. 1백30년 전에는 극장이었지만 지금은 영화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1백30년 동안 수많은 영화가 상영되고, 수많은 연극이 펼쳐졌으며, 수많은 배우가 그 무대를 거쳐갔을 걸 생각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시상자인 배두나 배우와 따스한 포옹을 하고 트로피를 가슴에 안은 채 자리로 돌아온 그는 다시금 그 오래된 극장의 무대에 올라 은막(스크린)을 직접 만져본 기분이 어땠는지 꿈꾸듯 회상했죠. 이처럼 ‘영화에 대한 꿈’으로 모인 이들이 가득한 영화관 안에서 우린 그렇게 뜨거운 흥분과 뭉클한 마음을 함께 나눴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을 향하는 발길이 뜸해진 요즘, 이 귀한 발걸음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문화’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SPIRIT

#어제와오늘 #문화콘텐츠 #메시지

마리끌레르 6월호가 ‘컬처(Culture)’를 테마로 다가간 곳은 영화관만이 아닙니다. 패션 화보 촬영을 위해 한강이 내다보이는 고즈넉한 한국의 정자를 발견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K-팝 아이콘의 헤어스타일을 다시금 조망했으며, K-팝의 중심에 선 얼굴들을, 연극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는 배우들을 마주하고 그 목소리를 들었죠. 아마도 이 장면들이 2025년 오늘의 문화 콘텐츠로서 내일의 내러티브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쉬이 스쳐가는 요즘, 때론 오리지널의 형태와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채 굳건하게 자리하는 존재도 있습니다. 이달의 <마리끌레르> ‘월드 리포트’가 조명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1970년부터 오늘날까지 그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니까요. 올해 6월 25일부터 영국에서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는 지난해에 이어 K-팝 그룹 세븐틴이 무대에 선다니, K-팝의 인기와 동시대적 페스티벌의 진화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페스티벌의 초창기, 20대이던 사진가가 포착한 현장 사진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예술을 아우르고, 환경과 사회 등에 관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해온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의미와 가치를 역설합니다. “어느새 80대가 된 나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글래스톤베리에 돌아옵니다. 들판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음악이 사랑과 희망의 언어를 이토록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표현할 때,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뛰어난 스타일과 우아함으로, 그리고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글래스톤베리의 정신’은 50여 년 전 초창기의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의식을 확장해 건강한 지구를 미래로 이끌고, 과거 중세 시대의 축제처럼 서로 즐기며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정신이 여전히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지켜온 문화, 곁에 자리한 그것을 우리는 관심을 갖고 향유해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 즐기는 일’, 이보다 더 힘찬 응원의 메시지는 없을 테니까요.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