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 고민 없이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세상을 꿈꿔요.”
엔믹스 해원이 마음껏 노래하고 춤출 유토피아.



네 번째 미니 앨범 <Fe3O4: FORWARD> 활동을 마친 후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요. 이번 활동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늘 그렇듯 어렵지만 재미있었어요. 경험이 쌓이니 확실히 이전보다 자유로운 제스처로 능동적인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더라고요. 좋은 의미의 욕심도 있었어요. 엔믹스가 그간 선보인 곡이 저마다 다른 색을 지녔지만, 그중에서도 ‘KNOW ABOUT ME’가 유독 색다르다는 반응이 있었거든요. 그 느낌을 잘 살리려면 무대에서 여유를 가져야겠다 싶었죠.
칠하면서도 강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곡이라고 느꼈어요. 엔믹스가 구축한 장르인 ‘믹스 팝’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라는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장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훅도 한결 부드럽게 흘러가죠. 엔믹스가 대중과 친해지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곡이 ‘KNOW ABOUT ME’라고 생각해요.
‘KNOW ABOUT ME’의 훅을 각 멤버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 한층 개성 있는 곡이 완성된 것 같아요. 스스로 느끼는 본인 목소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음악이 자아내는 다양한 감정 가운데서도 ‘편안함’을 제일 중요하게 여겨요. 제 목소리가 자기 전에 듣기 좋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제가 쓰는 발성 중 공기를 많이 섞는 방식이 있는데, 그때 목소리를 특히 좋아해요. 그걸 이번 앨범의 ‘High Horse’를 비롯한 수록곡 도입부나 올 리비아 로드리고의 ‘deja vu’ 등 커버곡을 부를 때 자주 들려줬죠.
엔믹스는 해원뿐만 아니라 여섯 멤버 모두 보컬 실력이 뛰어나 ‘육각형 그룹’으로 알려져 있어요. 자부심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완전 있어요. 특히 릴리 언니가 고음을 뻗어 올릴 때 희열이 엄청나요. 물론 부담도 없지 않죠. 한 번 삐끗하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것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들 안간힘을 쓰면서 즐겁게 노래하고 있습니다.(웃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우리가 무대에서 마냥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요. 키드밀리 선배님이 피처링한 ‘SICKUHH’처럼 멋진 힙합 음악이라면 좋겠어요.
보컬뿐만 아니라 곡 작업에도 열정이 있군요.
맞아요. 작사에도 꾸준히 도전하고 있어요. 제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써낸 곡을 내는 게 로망이거든요. 반년 전쯤 작곡 수업을 들을 때, 제 생각을 가사에 있는 그대로 담아본 적이 있어요. 당시 선생님이 이런 의문을 제기하시더라고요. “이걸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를 녹여낸 인디 음악이 통할 때도 가끔 있는 거예요. 그런 곡처럼 저도 한 번쯤 저만의 세계를 음악으로 들려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공개되면 너무너무 부끄럽겠지만(웃음),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본인에 대해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사람”, “맞다고 생각하면 일단 가보는 성격”이라고 말한 게 떠오르네요. 여전히 그런가요?
네. 예전보다 사전 조사를 많이 하긴 해요.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고민이 생겨서 무모하게 행동하기보다 신중해지더라고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건 어차피 하게 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답정너’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웃음)
그 말을 들으니 해원의 행보 중 진솔하지 않은 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화를 나누면서도 느끼고 있어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한 다음 답하고 있잖아요. 해원의 영상을 다양하게 찾아서 봤는데, 지금이 제일 차분해 보여요.
방송 등에서 보여준 모습이랑 꽤 다르죠?(웃음)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면 내용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대화를 나눌 때는 말하기 전에 생각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중요한 순간 속에 있는 듯하네요. 해원이 이토록 진지하게 본인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웃음)
맞아요! 그렇습니다.(웃음)




그럼 예능 프로에서 보여주는 쾌활한 모습은 어떻게 드러나는 거예요?
음악을 대할 때와 예능 프로에 임할 때 마음가짐을 구분해두고 있어요. 물론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 전문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어요. 그 덕분에 자연스러운 면면이 나오는 듯하고요. 잘하는 척, 잘 먹는 척, 잘 웃는 척을 안 하는 거죠. 특정한 모습을 억지로 만들어내면, 티가 나지 않아도 대중은 알아차리는 것 같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을 그 자체로 아껴주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는 데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많은 사랑을 받아온 덕분에 올해 백상예술대상 예능상과 인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죠. 여러 콘텐츠에서 주변 사람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도 인상적인데, 그런 센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 관찰을 많이 하고, 눈과 귀도 열려 있는 편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와서 느닷없이 대화에 끼어들기도 해요. 쉽게 말하면 오지랖이 넓은 건데(웃음)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주변 상황을 예민하게 감각하다 보면 피곤할 때도 있지 않아요?
있죠. 안 보고 싶어도, 안 듣고 싶어도 알게 되니까요. 주변 사람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그래요. 좀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니터링을 자주 하거든요. 피드백을 거의 다 볼 정도로요.
최근 콘텐츠를 보니 이런 댓글이 많더라고요. ‘해원이 오롯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니까요. 왜 요즘 그런 댓글이 많을까요? 제가 너무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웃음) 그런데 아마 많은 분이 저처럼 살고 있을 거예요.
바쁘게 활동하는 가운데에서도 자기 자신을 챙기고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 스스로 그런 단단한 마음을 지녔다고 느끼나요?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깨지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죠. 사실 깨지더라도, 다시 녹여서 붙이면 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나아가는 동력은 어디에서 얻어요?
음…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없는 것들에서요. 간단한 예로, 제 키가 작다고 아무리 노력한들 더 커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저한테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동력을 얻고 있어요. ‘난 노력해도 저렇게 되지 못할 텐데, 그럼 어떡하지? 아! 내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는 거죠.
반대로 누군가 해원이 가진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죠.
그럼 그것 또한 고마운 동력이 되겠네요!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웃음)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스스로 좋아하는 본인의 면을 꼽아본다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았다는 점이 좋아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분명한 꿈이 있었던 덕분에, 그것 하나만 바라보면서 달려올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껏 잘 달려온 스스로를 칭찬해줘도 괜찮겠다 싶어요.(웃음)
실제로 가수가 되고 나서 음악을 대하는 마음에 생긴 변화도 있어요?
더 어렵게 느껴져요. 그건 확실해요. 진짜 잘하고 싶어서요. 음악은 주관의 영역이고,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죠.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하나하나 고심하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거예요. 해외 음악을 들을 때,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곡의 정서가 와닿잖아요. 음악은 무언가가 통하게 하는 힘을 지닌 것 같아요.
그게 많은 사람들이 해원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노래에 집중한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으로 부르는지 느껴지고, 그 감정에 동화되는 듯해요.
헤! 정말 감사합니다. 꼭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웃음)
이제 엔믹스의 새로운 음악을 기다리는 시기죠. 엔믹스의 음악적 세계관은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오늘의 해원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떤 곳인가요?
얼마 전 메모장에서 발견한 중학생 때 쓴 가사가 떠올라요. 당시 감성이 많이 묻은 듯한데(웃음) 대략 이런 내용이었어요. ‘유한한 삶 속에서 왜 굳이 질투하고 욕심부리니. 그럴 시간에 서로 사랑하자. 그저 노래하고 춤추자.’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제 유토피아 아닐까 싶어요. 시기와 질투, 고민 없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세상을 꿈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