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이 선보여온 탁월한 미감의 시작, 랄프 로렌 철학의 근본인 햄튼에 대하여.

“햄튼에는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바다, 초록 들판, 하얀 울타리, 소박한 멋과 기품이 있는 자연의 세계이며 예술가들은 오래 전부터 햄튼의 빛에 이끌렸습니다. 저에게는 고향이자 안식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_ 랄프 로렌

랄프 로렌이 선보여온 탁월한 미감의 시작, 랄프 로렌 철학의 근본을 쫓다 보면 햄튼이라는 지역에 다다르게 된다. 드넓은 바다를 곁에 두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명료한 빛과 그림자가 드리우는 햄튼은 패션 산업의 속도전 속 자신을, 그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 방향을 지키게 하는 요새였으리라 짐작된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연신 울리는 스마트폰의 알람, 그 명멸을 애써 모른 척 하지 못하고 터치 한 번이면 언제 어디서고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혹은 하게 만드는 이 세계에서 그에게 햄튼은 완벽히 안락한 방공호였을 터다.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신경을 통제하고, 마주하는 온전한 단절과 평화, 고요 안에서만 얻은 아이디어와 영감은 매번 그에게 새로운 컬렉션을 완성할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6월 5일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에서 랄프 로렌에게 햄튼이란 어떤 공간이었는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 나누는 <컬처 & 아트 토크 : 햄튼 문학과 예술 유산>이 열렸다. 매장에는 햄튼의 감성이 세심하게 반영된 책들과 해변가와 컨트리클럽, 보헤미안 등 여러 테마의 무드보드가 전시돼 있었다.

이 자리에는 소설가 김영하가 자리했다. 주고 받는 대화 중 그는 ‘지금 이 사회에서 최고의 럭셔리는 몰입’이라고 말했다.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상황, 나를 향한 모든 종류의 부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용기야 말로 가장 획득하기 어려운 자원일 것이다. 어느 때보다 몰입과 집중이 귀한 지금, 멀리 갈 것 없이 햄튼에서의 삶을 지금 이 도시에서 실천하고 싶어진다. 보다 깊이 있게 랄프 로렌이 추구해온 삶의 태도와 역사의 조각을 보고 싶다면 랄프 로렌의 영원한 뮤즈 그의 아내 리키로렌이 햄튼에서의 삶을 생생히 묘사한 책 <The Hamptons>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