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통해 나를 확장시키는,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다 줄 신간 3.
인터뷰집 <의젓한 사람들>, 김지수

불안은 마음속이 근본적으로 비어있음으로 생기지요. 그런데 그 빈터는 다른 걸로 메워지지 않아요. 개별 인간 속에 도사린 불안의 공터를 채울 유일한 해결책은 ‘의미’입니다. 그 의미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타자를 책임지려 할 때죠. _ 순례자 김기석
어떤 마음이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함께 살도록 할까. 인터뷰라는 창으로 30년 동안 타인의 말을 듣고 기록해온 김지수 작가는 ‘다정함’ 이후의 덕목으로 ‘의젓함’을 제시한다. 삶의 불확실성과 고달픔을 감내하면서도 주변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함께하고자 할 때, 우리는 서로의 구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순례자 김기석, 가수 양희은, 배우 박정민과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작가 마크 맨슨 등 14인과의 인터뷰는 고통을 감내하고 서로를 끌어안아 마침내 살아내는 ‘의젓함’의 미덕을 전한다.
소설 <페른베>, 신유진

어떤 날은 뭐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이 거리도, 나도 다 가짜 같아요. 진짜는 과거에, 저 벽 속에 있고요. 나는요, 삶이 비처럼 내릴 때 그 빗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고 싶었어요. 그게 내가 되고 싶었던 나인지, 한때 나였던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날에는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저 벽에 적힌 이름인 것 같아요. 당신이 보는 나는 그 사람이 아니고.
변했다는 뜻인가요?
사는 게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일 같다는 뜻이에요.
“쓸수록 선명해지는 세계”가 있다. 불완전한 삶, 단절된 마음, 외면해 온 감정. 그 앞에서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의 세계는 선명해지기도 한다. 소설 <페른베>는 마음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희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단 한 번도 진짜 ‘나’에게 가닿아본 적 없다고 느껴지던 희수에게 ‘너’와 함께 ‘쓰는’ 일은 뚜렷한 빛으로 다가온다. <페른베>는 희수의 이야기에 한국 문학계에 독일 문학을 소개했던 번역가 ‘전혜린’의 삶을 겹쳐두며, 타인의 언어와 삶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사유한다.
시집 <새 우정을 찾으러 가볼게>, 박규현

타오르는 불씨
살아
남은 것
환해지는 이의 얼굴에서 일렁이는 그것 _ ‘야영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뒤, 상실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박규현 시인은 <새 우정을 찾으러 가볼게>를 통해 죽음과 상실 앞에서 친구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그리움을 끌어안는다. 세상을 증오하는 손쉬운 선택을 뒤로 한 채 ‘아름다움을 믿’(‘되얼음’)고, ‘애써 사랑’(‘휴가객’)하려 한다. 그럼에도 지속되는 세계 앞에서 그가 다시금 쓰며, 상실감 앞에서 꿋꿋이 삶의 이유를 찾아 나설 때,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를 건져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