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 이 계절이 채 지나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줄 7월의 음악.

HAIM <I quit>

에스테 하임, 대니엘 하임, 알라나 하임. 세 자매로 이루어진 LA 기반 록 밴드 ‘하임’이 5년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그래미상 최우수 신인상과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올랐던 정규 3집 <Women In Music Pt. III>과 마찬가지로 세 사람의 자전적인 경험을 녹여낸 이번 앨범은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스스로 택한 자유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알라나 하임이 스크린 가득 존재감을 드러낸 영화 <리코리쉬 피자>를 계기로 밴드와 인연을 맺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커버 아트를 연출했다. 밴드 하임의 라이브 무대는 다가오는 7월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

지윤해 ‘청개구리’

@chiyoonhae

‘네가 구름을 좋아하면은 / 나는 햇빛을 좋아할 거야
가는 햇빛이 네게 닿으면 / 나는 그 빛은 싫어할 거야
(중략)
나는 뭐든지 싫어할 거야 나는 그래도 좋아할 거야 / 너를 / 너를 / 너를 / 너를’

좋음과 싫음, 사랑과 혐오는 얇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른다. 무언가를 깊이 좋아한다는 걸 자각하는 순간 정반대로 걷고만 싶어지는 마음을 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파라솔, 봉제인간의 베이스와 보컬로 활동해온 지윤해가 4년 만에 발표한 싱글 ‘청개구리’는 바로 그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이다. 고요하게 울리는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로 시작해 브라이언 신의 트럼펫, 정수민의 베이스, 전효정의 코러스가 더해지며 곡에 묵직한 힘을 더한다. 창밖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하염없이 듣고 싶은 곡.

Shelly <Shelly 2>

@shellytheband

<Immunity> <Charm>을 발표하며 단숨에 베드룸 팝의 신예로 떠오른 클레어오(Clairo). 팬데믹으로 모두가 각자의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2020년, 클레어오는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 4인조 밴드 ‘셸리(Shelly)’를 결성한 뒤 LA, 시카고, 휴스턴, 애틀랜타에서 원격으로 두 개의 트랙을 완성한다. 데뷔곡 ‘Steeeam’이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수 1억 2천 5백만 회를 기록하며 이어질 활동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첫 싱글을 발매한 뒤로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 1일, 다섯 해만에 새로운 EP <Shelly 2>를 공개했다. 클레어오의 달콤하고 몽환적인 음성과, 정제되지 않아 더욱 사랑스러운 밴드 사운드가 어우러진 이번 싱글은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즐기기에 더없이 완벽한 곡이다.